높은 이직률과 행사성 사업 과다
연구 독립성 강화와 내실화 촉구

기획경제위원회가 경북연구원과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등 6개 출연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경북연구원과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등 6개 출연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경북도의회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경북연구원을 비롯한 도내 출연기관들의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에 나섰다. 특히 경북연구원의 감사직 공석이 2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이직률과 행사성 사업 편중 등 구조적 문제들이 집중 조명받고 있다.

10일 경북도의회에 따르면 기획경제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19일까지 경북연구원과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등 6개 출연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감사는 총 6일간 경상북도 8개 실국 및 6개 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연구의 독립성과 효율성 강화를 위한 종합적 점검에 초점을 맞췄다.

이선희 위원장은 감사 착수 과정에서 “경북연구원의 감사 선임이 2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감사직 공백 해소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구성된 이사회는 정책적 다양성과 균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위원들은 경북의 핵심 발전 전략과 연구원 역할 간의 괴리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김창혁 위원은 “방산과 반도체 분야가 '5극3특' 전략에서 제외된 점이 우려스럽다”며 “경북도와 연구원이 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입사 조건과 정주 여건을 개선해 양질의 연구 인력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의 높은 이직률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홍구 위원은 “연구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고유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박선하 위원은 정부의 균형성장전략과 관련해 “경북과 대구가 함께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정부 정책 방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연구원의 역할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이칠구 위원은 영일만항의 역할 확대를 위해 “정부 중점 사업인 북극항로 개척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를 경북에서 유치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연구원의 대응 부족도 지적됐다. 최태림 위원은 “경북지역 산불과 관련해 연구원 차원에서 정책 대안 모색이나 연구활동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하며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감각과 중장기적 안목을 함께 갖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분야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황명강 위원은 APEC 정상회의에서의 경북도 기여를 평가하면서도 “AI 전문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기술 현장 견학 등을 통해 실질적인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희 기획경제위원장.ⓒ경북도의회
이선희 기획경제위원장.ⓒ경북도의회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에 대한 감사에서도 유사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위원들은 높은 이직률과 인력 운영 불안정 문제를 지적하며 연구 중심 운영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재무 관리 부실 문제도 지적됐다. 이선희 위원장은 “연구원 수탁 사업비의 상당 부분이 외부에 재위탁되는 등 재무회계 처리 과정에서 여러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업 운영에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재무 관리가 부실해 실적이 퇴색하는 듯해 안타깝다”며 내부 운영 개선을 요구했다.

김창혁 위원은 “일부 연구원의 연구 참여율이 100%를 초과한 점”을 문제 삼으며 “연구원별 성과평가를 위한 명확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애인 차별 관련 정관 개정 요구도 나왔다. 박선하 위원은 “연구원 정관에 장애인 차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며 “신체장애라는 표현의 적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속한 정관 재개정을 촉구했다.

센터장직 공석 문제도 제기됐다. 이칠구 위원은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장이 1년 2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임직원들이 애정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운영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최태림 위원은 “이사가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 거주하면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지역 전문가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이사 선임을 촉구했다.

행사성 사업 편중에 대한 우려도 표출됐다. 손희권 부위원장은 “행사성 위탁사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연구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 재정립을 요구했다. 그는 K-과학자마을 운영과 관련해서도 “속도보다는 효과성 제고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이선희 위원장은 “연구는 뒷전이고 행사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북 출연기관의 본연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행정사무감사의 취지를 명확히 했다. 그는 경북연구원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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