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의원직 유지’ 선고에 국민의힘 “민주당에 앞으로도 맞설 것”…與 “檢, 항소하라”

20일 국민의힘 나경원(좌), 주진우 의원(우)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선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20일 국민의힘 나경원(좌), 주진우 의원(우)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선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관련해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인사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온 뒤 정치권이 이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 국민의힘 “무죄 안 나온 게 아쉬워…불가피한 항거였음을 법원이 인정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중 자유한국당 인사들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이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낮은 ‘의원직 유지’와 ‘지방선거 출마 가능’한 수위의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국민의힘에서는 일단 다행이라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재판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관련 첫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패스트트랙 충돌이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도, 저항권 행사도 아니라며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다만 피고인들은 이 사건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며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 총선과 지선을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일부 참작하는 듯한 발언을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선 이를 내세워 21일 정희용 사무총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 일방적 국회 운영을 저지하고 헌정을 지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항거였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무리한 기소, 무리한 구형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사무총장은 “무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쉽다”고 했다.

같은 당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도 “패스트트랙 사태는 거대여당의 폭주가 낳은 정치적 파열의 산물”이라며 “당시 민주당은 합의 없는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법을 밀어붙이며 국회를 지탱해온 대화, 타협, 협치의 정신을 스스로 파괴했다. 국회 선진화법의 목적은 ‘동물국회’가 아닌 대화와 조정의 의회정치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선배 의원들의 ‘고뇌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의 항의는 공당으로서 마땅히 제기했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었다”며 이번 사안을 재판으로 끌고 간 데 대해서도 “국회 안에서 벌어진 절차 운영에 대한 정당 간 충돌을 민주당이 고발해 형사적으로 처벌받게 한, 의회민주주의 작동에 심각한 부담을 남긴 사례”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그는 “오늘날까지 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독점하고,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각종 입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안건조정을 형해화하는 등 국회선진화법 정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민주당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일상화됐다”며 “민주당의 일방독주, 절차 무시, 책임 실종 정치가 계속되는 한 국민의힘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또 맞붙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뿐 아니라 3명이 벌금형을 선고 받은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도 전날 논평을 통해 “당 보좌진 모두는 다수당의 폭거를 막고,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분연히 행동했던 것”이라며 “국민께 피해를 줄 것인 뻔한 민주당의 입법폭주를 막기 위해 항거한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범죄자 취급하며 오랜 시간 고통으로 몰아넣은 행태가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보좌진은 앞으로도 의회정신과 헌정질서를 지키는 일이라면 단연코 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라고 사실상 충돌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민주당 “나경원, 마치 민주투사 된 듯…검찰이 항소해야 할 이유 보여줘”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심이 선고된 당일(20일)만 해도 정청래 대표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오늘 법원의 나경원 봐주기 판결에 분노한다.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았으니 국민의힘이 국회 안에서 더 날뛰게끔 법원이 국회 폭력을 용인하고 용기를 준 꼴”이라며 “조희대 사법부 답다”고 재판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한 데 이어 김병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왜 사법개혁이 필요한지 국민이 똑똑히 알게 됐다. 법원이 계속 이런 판결을 내린다면 단순 오판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권력임을 자인한 행위”라고 법원에 경고하는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21일엔 전현희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법원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사법부가 6년 가까이 재판을 묵혀서 의원직을 유지시키더니 선거를 앞두고 중대범죄 혐의자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한 저의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법원을 직격했다. 검찰을 향해선 “구형량에 무시한 대검 예규에 따라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20일 전현희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1)
20일 전현희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1)

한준호 최고위원은 1심 선고 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했던 발언을 꼬집어 “나 의원 말만큼은 존중할 수 없다. ‘법원이 민주당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는 말은 이번 선고가 법원의 정치적 판결이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나 의원 본인이 어제 선고 후 ‘무죄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한 것으로 아는데 항소 포기하지 말고 법원의 판단을 끝까지 받아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 차원에서도 같은 날 오후 김현정 원내대변인의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패스트트랙 1심 재판부가 ‘전원 유죄, 전원 생환’이라는 ‘중형인 듯 중형 아닌 신묘한 판결’을 내렸다. 윤석열 구속 취소를 위해 맞춤형으로 날짜와 시간을 혼합한 지귀연식 계산법의 재탕을 보는 듯 하다”며 “의원직 유지에 성공한 나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저지선을 지켜준 판결이라 본다’며 마치 민주 투사라도 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투사는커녕 내란 선동한 혐의로 고발된 피고발인”이라고 공세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변인은 “반성도 사죄도 없이 벌금 2400만원이 면죄부라 생각하는 듯한 나 의원의 모습은 검찰이 왜 항소해야 하는지 명백히 보여준다”며 사실상 검찰에 항소할 것을 당부했다. 검찰로선 민감한 시점에 공을 넘겨받으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커졌다. 

◆ 기로에 선 검찰, 또 항소 포기? 항소하면 ‘대장동 항소포기’ 다시 도마

국민의힘에선 전날 주진우 의원이 나 의원과 가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을 겨냥 “7800억 원이라는 돈 훔쳐간 김만배 일당에 대해선 그 피해가 빤히 보이는데도 그 사람들을 재벌로 만들어가면서까지 항소 포기했다”고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를 거론하면서 패스트트랙 재판과 비교해 “또다시 무리한 기소와 구형을 제기해 항소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에게 피해가 하나도 없는데 항소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검찰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 국민과 지켜볼 것‘이라며 검찰의 항소 여부를 먼저 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당선무효형에 미치지 못하는 형이 선고됐는데 검찰이 항소하는지, 항소 ‘자제’하는지 보면 선명한 비교가 될 것 같다”며 대장동 항소 포기를 꼬집어 검찰을 직격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검찰에선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해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설명을 요청한 검사장 18명 중 한 명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퇴임식에서 “검찰 가족들도 강인하게 봄을 기다리며 자긍심을 잃지 않고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검찰 가족분들에게서 희망을 봤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 놓고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퇴임사를 남긴 채 떠났다. 반면 ‘대장동 항소 포기’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21일 취임식에서 검찰 대다수가 지지하는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 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해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박 검사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로부터 수사권 행사의 ‘형평성’이 지적됐던 장면들을 생각해보며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부지불식간에 넘어갔던 부족함이나 과함이 없었는지 곱씹어보는 자세를 가지자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그가 ‘형평성’ 차원에서 어떤 사건을 대상으로 권한 행사를 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검찰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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