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초기 진화 실패 원인…‘전문성 결여’ 지목
행정직 산림부서장, 산불예측시스템도 이해 못해
인사적체 해소 위한 인력배치가 ‘대형 재난’ 초례
“지자체 산림부서 혁신 없이 산불 안전 없다”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 산불피해 현장.사진/김영삼 기자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 산불피해 현장.사진/김영삼 기자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4개 지역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지자체 산림부서의 ‘전문인력 부족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취재를 종합한 결과, 산불피해가 극심했던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 4개 군의 산림부서장(5급 사무관) 전체가 녹지직이 아닌 행정직 또는 농업직 출신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그들이 녹지직 공무원들에 비해 산불 진화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기에 더해 4개 시군의 산림부서 팀장급 이상 녹지직 배치 현황을 살펴보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의성군은 정원 5명 중 단 1명(20%)만 녹지직이었으며, 영양군 66%(6명 중 4명), 청송군 60%(5명 중 3명), 영덕군 33%(6명 중 2명)에 그쳤다.

실제 산불 진화 과정에서 남부산림청 영덕국유림관리소가 국립산림과학원의 ‘기상-산불확산예측시스템’을 통해 지자체에 실시간으로 산불 진행 방향 등의 정보를 제공했으나, 행정직 출신 시군 산림부서장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산불 진화와 대피는 1분 1초가 중요한데, 시스템 설명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지자체 인사 담당자들은 “승진 연한 미달과 정원 부족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특채를 통해서라도 산림 전문가를 확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는 하위직부터 산림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을 의회나 읍면사무소 등으로 분산 배치하고, 산림부서는 인사적체 해소 차원에서 행정직으로 채우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림 전문가는 “참나무류는 물론이고 육송(陸松)과 해송(海松)도 구분하지 못하는 인력이 산불 대응을 지휘하는 우려스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자체 산림부서 혁신 없이 산불 안전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림 관련 부서의 인력 재편성과 전문성 강화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산불 예방과 초기 진화를 위한 교육·훈련 강화, 산림청과 지자체 간 협력 체계 구축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산림 전문가들은 “지자체 산림과는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재난 발생 시 그 취약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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