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줄세우기’ 지적 나온 ‘헌법존중 TF’ 공식 출범에 쏠린 눈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헌법존중 정부혁신 총괄 TF(태스크포스)’를 공식 출범시키며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 점검에 돌입한 모양새다. 정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동조한 공무원을 엄정히 가려내 헌정 질서를 회복하겠단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숙청이자 공무원 줄 세우기라는 비판도 제기돼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총리실, ‘헌법존중 TF 출범’···공무원 사회도 평가 본격화?
국무총리실은 2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총괄 TF’ 구성을 완료하며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총괄 TF는 49개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된 기관별 TF를 관리·점검하며, 계엄 관여 공직자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후속 대응인 인사조치까지 담당하는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총괄 TF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며,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자문단(4명)과 실무 지원을 위한 총리실 소속 직원(20명)으로 구성했다. 외부 자문단에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군 분야) ▲최종문 전 전북경찰청장(경찰) ▲김정민 변호사(법률)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조직 인사)가 포함됐다. 임기는 이날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다.
TF에서는 ▲전반적 과정 관리 ▲총리실 자체조사 ▲내란행위 제보센터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TF 업무의 핵심인 제보센터는 12개 중점관리기관을 포함한 49개 중앙행정기관별로 별도 설치된다. 제보센터는 직접 방문·우편·전화·이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보를 접수한 뒤, 조사 필요성이 인정되면 해당 기관에 전달한다. 제보된 사안은 기관별 TF가 조사하고 총괄 TF가 이를 다시 점검하는 방식이다.
총괄 TF 단장을 맡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TF 추진 배경과 관련해 “목적은 어디까지나 신속한 헌정 질서 회복과 공직사회의 통합과 안정에 있다”며 “기관별 TF의 조사 과정과 결과가 충분히 객관적이고 공정할 수 있도록 총리실이 책임감을 갖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존중 TF 출범이 공식화되면서 각 정부 부처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행안부 소속 공직자 등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행안부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가동한다’고 했다. 행안부 TF는 윤호중 장관을 단장으로 하여 12명으로 구성했다. 행안부는 내달 12일까지 행안부 홈페이지에 신고센터를 운영해 소속 공무원이 계엄에 협조한 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도 이날 비상계엄 관련해 조직 내에서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총리실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안규백 장관을 TF 단장으로 하면서 외부 자문위원을 포함해 50여 명의 실무 지원단을 꾸렸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비상계엄 관련 사실관계 확인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 “자체 확인한 사안과 특검 수사 중인 사안 이외에 추가로 제보받는 내용에 대해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권이 국회 주도권을 기반으로, 검찰·사법에 이어 행정 전반으로 점검 범위를 넓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헌법존중 TF’ 운영 제안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12·3 비상계엄 당시 공직자의)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 형사 처벌할 일도 있고, 행정 책임을 물을 것도 있고, 인사 조치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에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 맞대응 나선 야권, ‘공무원 면책법’ 추진에 법치수호 장외투쟁 예고까지
정치권에서는 헌법존중 TF 운영의 성격을 두고 ‘헌법 체계 정상화’냐 ‘정치 프레임 구축’이냐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야권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 TF’를 능가하는 야만적인 공무원 줄 세우기”라고 규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의 주역인 박철우 중앙지검장으로의 승진, 항소 포기를 요구한 검사장 18명 전원 고발, 이재명 정권식 신상필벌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춰 일하면 승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고발, 결국 공직자들에 대한 줄 세우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작심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언급하며 “이 법은 ‘줄 세우기 방지법’이면서 고(故) 김문기 처장과 같은 실무자의 억울함을 방지하는 ‘김문기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며 실무자를 위축시키는 공무원 줄 세우기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 공무원 성실 행정 면책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나아가 송 원내대표는 술렁이고 있는 공직사회를 향해서도 “공무원 여러분의 양심이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며 “권력의 추가 왔다 갔다 하더라도, 공무원 여러분들은 흔들림 없이 양심과 원칙에 따라서 소신껏 일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헌법존중 TF 추진에 대해 “대통령이 공무원을 헌법상 공적 주체가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버렸다는 의미”라면서 “이재명 정부는 지금 공무원들에게 판옵티콘에서 일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야권에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헌법존중 TF 운영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며 정부, 여당에 대한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2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장외 집회를 펼쳐가겠단 계획을 밝혔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당은 22일(부산·울산)부터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라는 주제로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를 시작해서, 12월 2일까지 전국 11개 지역을 순회하며 국민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실정과 현 시국 상황을 국민 여러분들과 당원 여러분들께 소상히 알리고,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국정조사 실시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즉시 재개를 국민과 함께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여권도 여론전···‘헌정 질서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피력
반면 여권에서는 정부의 헌법존중 TF 운영을 응원하며 적극 지원에 나선 상태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헌법존중 TF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행보”라고 설명하면서,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정쟁을 중단하라”고 맞대응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이번 조치를 두고 ‘야만적 공무원 줄 세우기’라며 또다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헌정 질서를 위협한 비상계엄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 조사를 인사 보복으로 몰아가는 것은 내란 사태에 대한 국민의힘의 위험한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공무원 성실 행정 면책법’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했다. 박 대변인은 “위헌·위법 행위의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고, 비상계엄과 같은 내란적 행위까지 포괄적으로 면책할 소지가 있어 매우 부적절한 입법”이라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줄 세우기’라는 낡은 프레임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가 함께 헌정 파괴 시도의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안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14일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성공을 방해하고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내란 옹호세력이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개혁에 대한 저항을 신속히 진압하지 않으면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점점 더 준동할 것이다. 민주당은 저항을 진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부를 향한 압박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 전현희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에서 “현재까지 내란전담재판부와 특검 영장 판사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매우 높다”며 “현재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 하니 내란전담재판 영장전담판사 도입 등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순방이 끝나는 시점에 반드시 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전 위원장은 사법부를 이끄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정의를 외면하고 불의에 편승하니 내란범이 고개를 들고 법 위에 군림한다”며 “조희대 사법부 내란동조 의혹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 재판부를 구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면서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처럼 여야가 정부의 ‘헌법존중 TF’ 운영을 둘러싸고 강하게 맞붙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극단적 투쟁 수위가 당분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TF 조사 범위가 확대될수록 여야 공방도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사안이 향후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