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확대·파일럿 라인 구축 등기술 검증 범위 넓히며 양산 목표 구체화

기존 공정(액상법)으로 만든 전해질은 입자크기 불균형으로 빈틈 발생하여 리튬 이온의 이동을 저해하고 LG화학의 신규 공정(스프레이 재결정화)은 전해질 입자크기 균등하여 리튬 이온의 이동이 원활하다. ⓒLG화학
기존 공정(액상법)으로 만든 전해질은 입자크기 불균형으로 빈틈 발생하여 리튬 이온의 이동을 저해하고 LG화학의 신규 공정(스프레이 재결정화)은 전해질 입자크기 균등하여 리튬 이온의 이동이 원활하다. ⓒLG화학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체계 구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각사는 소재 개발과 제조 공정, 실증 과정까지 개발 단계를 넓히며 양산 시점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일부 기업은 고객사에 시제품을 전달해 양산 전 검증 단계에도 들어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3분기 누적 R&D(연구개발) 비용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율은 삼성SDI 11.7%, LG에너지솔루션 5.6%, SK온 4.19%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 중이며 내년 중 본격 가동한다. LG에너지솔루션 전고체배터리 양산 목표 계획은 오는 2028년이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 마곡 R&D캠퍼스에서 10Ah급 이상 용량 전고체 배터리 셀 시제품을 완성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도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 입자크기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해당 연구결과를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LG화학 차세대소재연구소와 송태섭 한양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 배터리에서 사용하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상태 전해질을 사용한다.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지만 고체여서 입자크기가 균일하지 않으면 전지 내 빈틈이 생겨 성능이 떨어진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생산 공정에 스프레이 재결정화(Spray-Recrystallization)기술을 적용했다. 전해질 용액을 미세한 방울로 분사한 뒤 용매가 증발하면서 균일한 구형 입자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LG화학에 따르면 균일한 전해질이 양극 활물질과 더 촘촘히 밀착돼 리튬 이온이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존 전해질 대비 기본 용량은 약 15%, 고속방전용량은 약 50% 늘었다. 고속방전용량은 고출력 장치 적용을 위한 핵심 성능이다. LG화학은 이번 기술을 기반으로 고체 전해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2025 부스에서 전고체배터리 양산 시기를 정확하게 공개했다. (사진 / 강민 기자)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2025 부스에서 전고체배터리 양산 시기를 정확하게 공개했다. (사진 / 강민 기자)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23년 3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수원 삼성SDI연구소에 구축했다. 지난 2023년 말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해 현재 여러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 테스트 진행중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울산사업장이 전고체 배터리 국내 생산 거점으로 유력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또한 지난달 31일에는 BMW, Solid Power(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 검증 프로젝트 협력을 위해 3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삼성SDI는 솔리드파워가 개발한 고체 전해질을 활용해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더욱 높인 전고체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BMW는 이를 기반으로 전고체 배터리 모듈과 팩을 개발해 실증에 나선다. 3사는 BMW 차세대 테스트 차량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해 실제 성능 검증을 최종 목표로 한다.

SK온이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미래기술원에서 열린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준공식’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준공식 후 테이프 커팅 전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이석희 SK온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장원 SK온 최고기술책임자(CTO, 왼쪽에서 네 번째),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안드레아스 마이어(Andreas Maier) 솔리드파워 한국 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SK온
SK온이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미래기술원에서 열린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준공식’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준공식 후 테이프 커팅 전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이석희 SK온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장원 SK온 최고기술책임자(CTO, 왼쪽에서 네 번째),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안드레아스 마이어(Andreas Maier) 솔리드파워 한국 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SK온

SK온은 지난 9월 대전시 유성구 미래기술원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했다. 이곳에서 제품 생산 및 품질과 성능 등을 검증하고 평가한다. 신규 파일럿 라인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일부 라인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한 종류인 리튬 메탈 배터리도 개발한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를 기존 2030년에서 1년 앞당겨 오는 2029년까지로 조정했다. 우선 에너지밀도 800Wh/L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1000Wh/L까지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SK온도 지난 5월 김동원 한양대학교 교수팀과 함께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의 수명을 높인 연구 성과가 에너지·화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 4월호에 게재하는 성과를 냈다. 리튬 메탈 특성상 충·방전 효율이 떨어지고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 메탈 음극을 특수 용액에 담그고 전도성과 기계적 강도가 높은 소재 기반 보호막을 형성해 상온에서 3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SK온은 이를 통해 기존 음극 메탈 배터리 수명을 3배로 늘리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