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영양군청 일원
위로와 연대의 축제로 재탄생한 ‘영양의 봄’
수익금 일부 피해자에 기부, 산불 주제관 운영
‘책임 있는 소비’로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 제시
오도창 군수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산불로 검게 그을린 영양의 봄날, 한 줄기 희망이 움튼다.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경북 영양군청 일원에서 열리는 ‘영양 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은 단순한 음식 축제가 아니다. 이 행사는 재난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고 지역 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는 특별한 장이 될 것이다.
원래 예정되었던 ‘영양 산나물 축제’는 산불 피해라는 현실 앞에서 그 모습을 바꿨다. 화려한 공연 무대 대신 ‘산불 주제관’이 들어서고, 행사 수익금 일부는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변화는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정신의 발현이다.
“산불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며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70세 여성 상인의 말에서 우리는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발견한다. 이런 자발적 참여는 이번 행사가 단순한 상업적 축제를 넘어 따뜻한 마음이 모이는 연대의 장임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행사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모둠전 특화거리’와 ‘은하수 막걸리’ 같은 지역 특산물은 방문객들에게 영양의 맛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 소비가 피해 주민들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일월산에서의 산나물 채취 체험은 도시민들에게 자연과의 교감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교육의 장이 된다.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책임 있는 소비’와 ‘공감하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재난은 공동체의 결속력을 시험하는 시간이다. 영양군은 산불이라는 시련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그것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연대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영양 산나물 먹거리 한마당’은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는 한국 사회의 아름다운 전통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재난 후의 회복은 물리적 복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끊어진 공동체의 끈을 다시 엮어내는 정서적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영양군의 이번 시도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산불로 검게 그을린 땅 위에서, 우리는 더 단단한 공동체라는 꽃을 피워내고 있다.
오도창 영양군수의 “어려운 시기에 영양군을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된다”는 말은 이번 행사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방문객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피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지지의 표현이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