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카르텔 주장한 국민의힘 vs 헌재 “정치권, 재판관 개인 성향 획일적 단정”

문형배 헌법재판관(좌), 이미선 헌법재판관(중), 정계선 헌법재판관(우). ⓒ뉴시스
문형배 헌법재판관(좌), 이미선 헌법재판관(중), 정계선 헌법재판관(우).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일부 재판관들을 둘러싼 정치 중립성·공정성 논란이 커져가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국민의힘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 카르텔 있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문형배·이미선·정계선 등 일부 헌법재판관들의 성향 문제를 연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인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세 명의 재판관을 꼬집어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문 헌재소장 대행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며 정성호 의원이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보증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권 원내대표는 “또 ‘내가 우리법연구회에서 제일 왼쪽, 재판도 정치도 결정의 시기가 더 중요하다’며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문 대행은 트위터 계정을 폐쇄하고 블로그에 해명 글을 덧붙이고 있다”며 “자신의 SNS상 행적이 문제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SNS 계정을 탄핵할 게 아니라 탄핵재판 회피 신청서를 제출하는 게 마땅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이 재판관에 대해선 “동생(이상희 변호사)이 (민변의) 윤석열퇴진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직격했으며 정 재판관에 대해선 “남편(황필규 변호사)이 탄핵소추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와 같은 법인(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활동하고 있다. 헌법 재판마저 패밀리 비즈니스로 전락해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사법 요직에 앉히고, 이들을 좌편향 판결로 보답하며 민주당 공천을 통해 입법부로 진출해왔다.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에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로 다음 날인 31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에서 “헌재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과 과거 행적, 특정 정치인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법치의 최후 보루인 헌재를 국민이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며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스스로 회피하는 게 마땅한데도 헌재는 기피 신청마저 기각했고 더 나아가 극단적 편향성으로 국회 합의가 불발된 마은혁 판사의 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 그렇지 않아도 편향된 재판관 구성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한 명 더 얹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가 임명하려고 하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인천민주노동자연맹에서 활동한 인물로 인생 절반 가까이 인민노련과 민주노총이라는 특정 집단의 이념과 불법을 사실상 용인해 준 후보다. 특정 이념과 사상에 갇힌 재판관들이 공정성을 잃고 재판을 주도한다면 그것은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했으며 31일 오후엔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마 후보자를 겨냥 “본인 스스로 후보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오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31일 오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급기야 당 차원에서도 31일 조용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대행이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블로그 원문을 읽어보라’며 반박한 일이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중립성을 지켜야 할 헌재 수장이 SNS로 논쟁에 참여하는 모습은 국민 신뢰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와 문 대행이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SNS에서 개인적 대화를 나눈 사실까지 알려지며, 그가 탄핵 심리를 공정하게 이끌지 의구심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 대행은 자신에 불리한 과거 트위터 계정을 닫고, 페이스북 계정은 활성화해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이중적 태도는 국민들에게 더 큰 불신을 낳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조 대변인은 “많은 국민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재판관이 스스로 탄핵 심리에서 배제되길 요구하고 있음에도 헌재는 오는 2월 3일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겠다고 하는데 국민 삶과 직결된 정부 기능의 회복보다 헌재 내부 빈 자리를 채우는 일이 더 중요하냐”라며 “헌재는 헌법수호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따라서 정치적 편향 논란이 있는 재판관 배제를 통해 공정성과 권위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협위원장 모임 소속 원외당협위원장 80명도 같은 날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중립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제척 사유가 드러나 탄핵 사건에서 스스로 손을 떼야 할 재판관이 3명이 된다”며 “재판관들의 정치적 중립성과 심판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최종 선고 결과의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엄정한 법 해석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와 배치되는 부적격자에게 탄핵 심판을 맡겨선 안 된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 민주당 “‘편파’ 꼬리표 붙여 탄핵 심판 불복 밑밥 까는 시도”

반면 민주당은 31일 전현희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문 대행에 대해 이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헐뜯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뻔하게 보인다”며 “헌법재판관들의 활동을 문제 삼아 ‘편파’ 꼬리표를 붙여 탄핵 심판 불복 시나리오의 밑밥을 까는 저열한 시도”라고 여당에 맞불을 놨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좁은 법조게에선 기수가 같거나 학연이 있을 경우 예의상 친분을 알리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도 사적인 자리에선 대학교 선배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형님, 형님’하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며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카르텔이 있다고 단정해서 말했는데 증거를 제시할 수 있나. 다선의 원내대표가 가짜뉴스를 공공연하게 유포해도 되나”라고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권 원내대표는 본인의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를 향해선 ‘공정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며 “그때의 우리법연구회는 경의를 표할 대상이고 지금의 우리법연구회는 비난의 대상이라고 말하면 누가 납득하나”라고 거듭 권 원내대표를 저격했다.

또 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을 임명했고 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5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정 재판관의 처형을 장관급인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했다”며 “탄핵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라고 추론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전현희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2024.9.20)
20일 전현희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2024.9.20)

이 뿐 아니라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나와 “헌법재판관들을 좌표 찍어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교 선배다, 친구다, 남편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윤 대통령을 조사할 검사도, 판사도, 헌법재판관도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다. 윤 대통령하고 대학, 고시, 법조 선후배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그게 제척사유가 된다고 하면 재판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 억지를 부리더라도 사법부에선 냉정한 법과 시각으로 재판을 잘 진행해야 되고, 국민들도 여기에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역시 ‘국힘당은 헌법재판소 흔들기를 당장 중단하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힘을 겨냥 “불공정한 재판을 전제하며 공정성에 시비를 걸고 있는데 그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지금 헌재는 윤석열에게 더 유리한 구조”라며 “현재 헌법재판관 8명 중 7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윤석열과 서울대 법대 동문들이다. 이런 부분은 왜 언급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당초 서울대 법대 출신인 정계선 후보자 임명조차 반대했던 만큼 단지 재판관들의 출신 학교가 아니라 그간 SNS글 등을 통해 드러난 재판관 개개인의 정치적 편향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논란은 쉬이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럼에도 민주당에선 이날 김성회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도 “이제 헌재까지 무력화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멈춰 세우려는 것이냐. 국민의힘은 헌재에 대한 파렴치한 겁박과 국민선동을 멈춰야 한다”고 여당에 촉구했다.

◆ 헌재 “개인 성향 따라 심판 좌우 안 돼”…尹측 “졸속심리 때문”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헌재는 31일 천재현 공보관의 정례브리핑에서 “재판관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사법부 권한 침해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의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고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천 공보관은 문 권한대행의 SNS 글 등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대통령 탄핵심판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이 대표와 문 권한대행은 페이스북 친구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10여년 전에 댓글 대화 내용까지 기억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재판관의 남동생이나 정 재판관의 남편을 꼬집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재판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란 단순히 주관적 의혹만으로 부족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큼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과 헌재에서 확립된 판례”라고 응수했다.

심지어 천 공보관은 윤 대통령 측에서 재판관 기피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헌재법 조항을 보면 피청구인이 변론에서 진술한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는데, 하지만 같은 날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회피 사유, 졸속 심리, 대통령의 절차적 방어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일방적인 절차 진행에 어떠한 이의도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결론을 정해놓고 과정을 끼워 맞췄다는 오명을 피하고 싶다면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먼저 심리하고,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절차적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고 헌재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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