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택배업계·소비자, ‘심야배송 편익 무시한 처사, 선택의 자유 제한’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택배노조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심야시간대 배송 제한을 제안했다고 한다. 업계 현실을 모르는 자들이 모여서 택배기사의 정당한 영업행위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김슬기 비노조택배연합 대표는 1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전체 택배기사 대비 아주 적은 수가 모여 있는 단체가 전체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제쳐놓고 단순하고 저열한 수준의 의견만 내놓아 전체 택배기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심야배송 제한은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가 주장했다. 한국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당장은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2일 국토부가 주관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야간배송 근절을 위해 심야시간(0시~5시)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회적대화기구는 민주당과 민주노총 주도로 진행되는 협의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연말까지 최종적으로 과로사 방지를 위한 최종 대책을 확정한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사회 각계의 반발에도 심야배송이 멈출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대표는 “새벽 배송은 택배기사 입장에서 유리한 점이 매우 많다”며 “교통량이 적어서 이동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고 낮에는 통행에 불편을 겪던 아파트도 심야에는 가능해지기도 하는 등 업무 강도가 오히려 낮아진다. 심야시간대 택배 업무가 고강도 업무라는 주장은 택배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은 이야기”라고 했다.
특히 지난 5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택배기사는 7만8076명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2대 위원장 선거 당시(작년 3월) 재적 조합원은 5765명이었다. 즉 이번에 심야배송을 주장한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전체 택배기사의 7.38% 수준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비노조택배 연합회 밴드 가입자가 6000명이 넘는다. 현 상황대로라면 단일 집단으로서는 가장 많은 가입자가 있는 집단인데, 사회적 대화에 참가조차 못하고 있다”며 “특정 목적을 가진 집단보다 현업에 종사하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의 목소리를 들어야 택배기사의 제대로 된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결과 김 대표 외 심야배송을 경험한 다수 택배기사들도 심야배송 제한 요구는 현장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이들은 야간 배송의 편의성 등에 대해 역설했다.
쿠팡노동조합(쿠친)도 “야간 근로를 줄이자는 주장만으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것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며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새벽배송은 쿠팡 물류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일자리를 잃은 배송 기사들은 야간 물류센터나 간선 기사 등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택배가 주간 배송으로 몰리면 교통체증과 엘리베이터 민원 등 대혼란이 발생하고 주간 근로자들의 업무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심야배송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더브레인에 의뢰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64.1%가 새벽배송 서비스 중단 또는 축소된다면 불편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89%가 ‘새벽배송은 꼭 필요한 서비스’ 또는 ‘있으면 좋은 서비스’라고했다.
이 조사에서 새벽배송 중단시 장보기(38.3%), 일상생활(28%), 육아(14.2%)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서 불편을 겪을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맘 응답자는 장보기,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답했다.
소비자와함께 관계자는 “생활 필수 인프라가 된 새벽배송이 멈추면 소비자의 일상도 멈춘다. 새벽배송을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할 경우 그 피해는 단순히 소비자나 자영업자의 불편에 그치지 않고, 물류 종사자와 연관 사업자 등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의 일상과 생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일자리 상실과 소득 감소로 이어져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쿠팡, 컬리, 쓱닷컴 등 새벽배송을 하는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공식 입장 등은 내놓지 않았지만, 택배노조의 주장이 현실화 될 경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 A씨는 “새벽배송 업무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며 업무 시작 후 배송 편의성, 비대면, 높은 보수 등 장점 때문에 업무 만족도도 높다”며 “새벽배송은 이미 디폴트한 유통환경이다. 새벽배송 제한에 따른 불편함을 누구도 감수하지 않는다는 점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 B씨는 “현재 거론되는 심야배송 제한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낮은 수준의 단편적인 사고에서 나온 제안”이라며 “새벽배송은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의 필수요소로 소비자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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