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노조 “새벽배송 금지, 민노총 탈퇴 보복…사회적 대화 참여 요청”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새벽배송 등 시장 규제 손실 연 54.3조 추정

택배 사회적 대화 전체회의 2차 회의자료 ⓒ독자제공
택배 사회적 대화 전체회의 2차 회의자료 ⓒ독자제공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주노총, 과로사대책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에 대해 불만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택배기사이자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비노조택배연합 대표가 참관만 하겠다고 했음에도 퇴장을 당하면서다. 정치권, 노동계, 학계에서도 의견을 활발히 내면서 새벽배송 제한이 소비자 편익을 넘어 사회 전체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 5일 택배 사회적 대화 전체회의 2차에서 손명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시을, 초선)은 김슬기 비노조택배연합 대표에 퇴장을 지시하면서 “모든 사람이 참여해서는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이 안되잖아요”라고 했다.

김슬기 대표는 “여기 택배기사가 있느냐, 비노조연합(밴드가입 회원수가) 6000명으로 지금 택배노조 보다 많은데 이 사회적 대화에 왜 빠져야 하냐”라고 반발했다.

이후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공동의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 등을 주도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과로사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김 대표에게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마시고 퇴장하시죠”라고 했고 김 대표는 “아저씨는 택배기사도 아니잖아요. 왜 여기 앉아있어요?”라고 반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택배기사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를 회의하는데 택배기사를 빼놓고 진행하니까 자꾸 말이 안 되는 내용들이 나온다”며 “여기서 배송 시간을 10시로 제한을 하는 바람에 예전에는 12시까지 배송을 하면 되는데 그 전에 모두 끝내야 하는 상황이 생긴 바 있다. 과로사 대택위 때문에 오히려 쉬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과로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쿠팡 기사 90%가 새벽 배송을 찬성하는데 저 안(사회적 대화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며 “여기서 합의하고 도장 찍으면 예전처럼 우리는 강제로 따라야하기 때문에 이번엔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서 현장에 참가했는데 쫓겨났다”고 했다.

새벽배송에 대한 반발은 쿠팡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조(이하 쿠팡노조)에서도 나오고 있다. 쿠팡노조는 7일 성명서를 내고 “새벽배송 금지 주장은 쿠팡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데 따른 보복으로 보인다”며 “조합원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노동조합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쿠팡노조는 정부에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보장을 요구했고 “실제 야간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 보전 대책 없이 무작정 새벽 배송 금지를 추진하는 건 탁상공론이자 정치적 의도가 섞인 행보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쿠팡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올해만 쿠팡에 ▲근로환경 ▲수수료 구조 ▲휴무제도 ▲과로사 ▲심야배송 제한 등 12번의 공식 문제제기를 했다. 쿠팡은 12건에 대해 데이터를 제시하고 제도 근거를 들어 모두 사실 왜곡, 구시대적 프레임, 업계 구조 오해 등이라고 주장하며 대응했다.

추석 연휴 전에도 민주노총은 쿠팡은 명절에도 쉬지 못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쿠팡은 백업 기사 제도를 도입해 하루 전체 기사 중 3명 중 1명이 휴무를 취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실제 CL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주 7일 고객 배송을 유지하면서도 기사 개인이 자율적으로 휴무를 설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엔 대구 지역 택배기사 사망 사건을 두고 ‘과로사’라는 프레임이 제기됐으나, 해당 근로자는 지병(고혈압) 치료 중이었고,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 치료 중 사망했다. 쿠팡은 이 내용을 밝히고 “업무와의 직접 연관성은 없다”고 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가 새벽배송 금지 등 규제로 연간 손실액은 54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가 새벽배송 금지 등 규제로 연간 손실액은 54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정치권도 새벽배송 금지 관련 움직임을 예의주시 중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YTN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쿠팡 위주 새벽 배송 영역을 장악하지 못한 민노총이 딱 새벽 배송만 찍어서 타겟팅해서 공격하는 것으로 새벽 배송 기사의 건강을 염려해서라기보다 민노총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 저의다”라며 “새벽 배송 기사보다 훨씬 열악한 노동 약자인 상하차, 분류 일용직들이 새벽 배송을 금지하면 주간 배송을 위해서 새벽에 더 많이 나와서 일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민노총이 이 점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숨은 저의를)알 수 있다”고 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역시 지난 6일 ‘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의 파급효과 관련 연구’ 보고서를 내고 해당 시장 전체 규제는 연간 손실액 54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 2015년 4000억 원에서 작년 11조8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고용 창출 효과, 도시 교통혼잡 완화, 대기질 및 도시환경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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