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 체계 재편 나선 민주, 정치권·법조계 ‘삼권 분립’ 위기에 촉각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좌), 이재명 대통령(우). 사진 / ⓒ대법원(좌), 오훈 기자(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좌), 이재명 대통령(우). 사진 / ⓒ대법원(좌), 오훈 기자(우)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의 핵심 카드로 ‘법원행정처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사법개혁 논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향후 민주당의 사법행정 구조 개편안에 대한 입법 절차가 보다 구체화되면, 사법개혁의 둘러싼 여야의 거센 충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민주 ‘사법개혁안’ 공개···법원행정처 폐지로 가닥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25일 ‘사법행정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사법행정 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TF 단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사법행정 정상화 입법공청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퇴직한 대법관의 대법원 처리 사건 수임을 5년간 제한 ▲법관징계 수준 강화 ▲판사회의 실질화 등 4대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대법원장을 위한, 대법원장에 의한 대법원장의 사법부를,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바로 세워 사법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동안 제왕적 사법 권력을 독점해 온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사법행정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겠다”면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당은 사법행정위원회 위원장을 장관급 외부 인사로 구성하여 법원의 인사·징계·예산·회계 등 사법행정 전반을 사법행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겠단 의도다. 전 최고위원은 “사법행정위 위원장은 사법부 외부위원 중에 추천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1안과 대법원장이 위원장을 맡는 2안으로 준비했다”며 “법관의 임명·보직·평정 등 법관인사권은 사법행정위 심의·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해 대법원장에게 법관 임명권을 부여한 헌법 제104조의 취지를 충분히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퇴직 대법관의 전관예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 사건 수임도 5년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이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합헌적 조치”라면서 “유전무죄·무전유죄와 전관예우를 낳는 고리를 끊어내겠다. 사법불신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법관에 대한 징계 제도도 강화한다. 최대 1년이던 기존 정직 기간은 2년으로 상향 조정하고, 법관징계위원회 구성을 외부인사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 기능 역시 기존 윤리감사관에서 ‘감찰관’으로 전환해 법원 출신 배제를 통한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판사회의 기능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판사회의를 실질화하겠다”며 “각급 법원에 사법행정에 관한 자문기관인 판사회의 구성을 소속 판사 전원으로 확대하겠다. 법률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판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자문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 반발하는 사법부, 사법권 독립 침해 가능성 지적···“동의할 수 없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현희 최고위원을 비롯한 사법 불신 극복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 위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TF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현희 최고위원을 비롯한 사법 불신 극복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 위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TF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행정처 폐지 추진에 대한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사법정상화 TF가 진행하는 입법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고법판사)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진 지 8년이 지난 현재 그동안 사법부가 해온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법원행정처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이 심의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후 사법부는 관료문화와 폐쇄적 구조를 개선하고, 재판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현재 사법행정이 재판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는 등 악용되는 사례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심의관은 투명한 사법행정 운영의 예로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인사기준 투명화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각급 법원 사무분담위원회 운영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법권 독립 침해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 심의관은 “헌법상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며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더라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정치적·외부적 간섭 없이 핵심적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국제판사협회 선언이자 사법행정의 국제적 스탠다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심의관은 “법원은 다수결에 따라 선출된 입법부·행정부와 존립 이유가 다르다”며 “그렇기에 다수 의사에 반하더라도 헌법·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독립해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대법관 퇴직 후 대법원 사건 5년간 수임 금지와 법관징계 강화 추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심의관은 “장기간 수임을 제한하는 건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미 대법관 사건 수임 제한, 로펌 취업 제한, 주심 배당 배제 등 전관예우 방지 제도가 실효적으로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법관징계 기간 상향에 대해서도 “무보수·겸직 금지로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해 퇴직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민주 ‘사법개혁’ 속도에 야권도 맞대응···여야 신경전 거세질 전망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좌)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좌)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민주당은 법원행정처 폐지를 비롯해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등 각종 사법개혁 추진에 대한 속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오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사법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향에 제동을 걸며 법적 대응 등 강경 투쟁으로 일일이 맞서 싸우겠단 입장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사법부 독립성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에 대해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드디어 내란전담재판부는 당연히 설치해야 할 국민의 명령이며, 이재명 대통령의 귀국과 동시에 추진하겠단 계획을 밝혔다”면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은 대한민국의 사법부를 독일의 나치 독재, 베네수엘라 차베스 독재 시대와 같이 권력의 주구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유 부대표는 이어 “1985년 유엔 총회는 사법부의 독립에 관한 기본 원칙을 의결하면서 제14조에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 내부의 일이라고 규정했다”며 “민주당이 결국 사법부의 독립을 무너뜨리고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인위적으로 찍어내는 인민재판부를 만들어 사법부를 이재명과 민주당의 발아래 두려는 본심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더 큰 국민의 명령에는 귀를 닫는 이유는 오직 (재판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맹목적인 방탄밖에 없다”며 “민주당의 사법부 파괴에 의한 행태는 역사가 기억할 것이며 국민적 저항과 심판 앞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하여 “민주당에서 지금 나오는 법안들을 보라”며 “판검사를 법왜곡죄로 처벌하겠다, (4심제인) 재판 소원하겠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해서 인사권을 민주당이 가지겠다, 영장이 기각되니까 말 잘 듣는 판사 세우겠다 하며 지금 대한민국 사법 해체를 하고 있다. 모든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 민주당이 연말에 얼마나 통과시킬지 예의주시해야 할 때”라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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