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작 기소” vs “‘대장동 수뇌부’ 언급된 판결문”…여야 정면충돌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이 선고되면서 정치권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판결문에 ‘성남시 수뇌부’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언급되자,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실질적 설계자라며 공세를 강화했고, 여당 측의 ‘방탄 입법’ 논란도 다시 불붙으며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 대장동 1심 판결문 무려 740쪽…이재명도 390여 차례 언급돼 눈길
법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에게 전원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선고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1심 판결문에 이 대통령의 이름이 390여 차례 등장해서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구체적 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지만, 곳곳에서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과 구조적 유착 가능성을 언급했다.
740쪽에 달하는 방대한 판결문은 지난 6월 결심 공판 이후 넉 달에 걸쳐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이재명·정진상의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므로 이들이 배임 범행에 공모·가담했는지 대한 여부는 기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이 대통령의 ‘배임죄’ 재판에 미칠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5명에게 징역 4~8년의 중형을 선고하며 “성남시 수뇌부 결정이 김만배의 사업 주도권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또 “남욱이 유동규에게 준 뇌물 3억 원 중 일부는 정진상과 김용에게 전달됐다”고도 인정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재판 결과가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 판단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 전 실장의 공판은 오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에서 진행된다. 이번 판결문에는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로 여길 정도였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진상을 작은 시장이라고 불렀다”는 진술도 인용돼 있다. 이는 정 전 실장의 재판이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으로 중단된 상태지만,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지난달 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사건 1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 등 8개 사건·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6·3 조기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불소추특권이 작동돼 일시적으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지만, 재판 재개 여부는 여전히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 고심 커진 민주, 이 대통령 재판리스크에 다시 ‘방탄’ 여론전 압박 돌입
이번에 대장동 일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며 “악의적 공소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형보다 더 무거운 형을 유동규 일당에게 선고했다”며 “재판부는 검찰의 논리도 그들의 증언도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진짜 범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28억 원 저수지 자금설·공모설은 모두 허위였다. 이 대통령에게 간 돈은 한 푼도 없었다는 얘기”라면서 “정치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억지로 무리하게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정치적 음모가 분명한 조작 기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정치검찰이 검찰 전체를 어떻게 망쳤는지 직시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법과 상식을 무너뜨린 정치 검찰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당 전현희 최고위원도 같은 회의에서 “대장동 일당을 배임 혐의로 중형을 선고한 1심 법원이 이 대통령과 대장동 사건은 관련성이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과 김용, 정진상 등 측근들에 대한 업무상 배임, 뇌물 혐의 등의 기소가 검찰의 정치공작이었음이 사실상 확인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이재명은 무죄다. 정치공작범 검찰이 유죄다. 정치기소로 이 대통령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검찰은 즉각 공소를 취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역시 “(대장동 일당 1심 판결) 과정에서 법원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대장동 일당이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줬다. 이 대통령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된 상황”이라며 “이 판결이 나오자마자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재개하라면서 또 억지를 부리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헌법을 거슬러 가면서 재판하라고 아우성치는 이유는 부끄러움 모르는 정당이 이제 대통령과 정부 발목 잡기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단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힘 “李 대통령이 성남시 수뇌부의 정점”…‘재판 재개’ 압박 총공세
반면 야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장동 비리의 실질적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책임론을 띄우며 ‘재판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에 가담한 일당 전원에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되는 역사적 판결이 선고됐다”며 “긴말하지 않겠다. 오늘이라도 다시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법치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직격했다.
장 대표는 이어 “법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가 성남시 수뇌부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인정했다면, 수뇌부는 결국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이라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몰아내기 위해 사법부를 끊임없이 능멸할 것이다. 법 왜곡죄를 만들어 이 대통령에 유죄판결을 하지 못하게 겁박할 것이고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에 넘겨 재판 검열을 할 것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판결은 항소도, 상고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당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같은 회의에서 “법원은 판결문에서 지역주민이나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막대한 택지개발 이익이 민간업자에게 배분됐다며 배임죄 성립을 인정했는데, 공공이익을 외면하고 사익을 챙긴 대장동 비리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피고인 이재명 한 사람을 구하려고 대법원장 사퇴, 검찰 해체, 배임죄 폐지 등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도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경제활성화법이라고 포장하고 있는데, 알다시피 배임죄 폐지는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기업 오너와 경영진을 위한 법”이라며 “피고인 이재명 한 사람을 구하려고 근로자와 투자자, 즉 국민을 저버리는 배신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릴 마음이 있다면 ‘배임죄 폐지’ 주장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재판중지법’(국정안정법)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다만 국정안정법은 민주당이 지난 2일 “이제 사법개혁 공론화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이른바 ‘재판 중지법’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한 현실적 문제가 됐다”며 입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가, 하루만에 철회한 법안이다.
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일당이 구속되자 주범이 제 발 저리는 모습”이라며 “대장동 판결이 정말 이재명 무죄의 증거라면 재판을 재개해도 어차피 무죄일 텐데, 황급히 법안까지 만들려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피고인 딱 한 명만의 특혜를 위한 법을 만들어선 안된다”며 “민주당이 ‘국정안정법’ 운운하며 아무리 떠들어 봤자, 국민 눈에는 ‘이재명 특례법’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국정안정’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그것은 법치주의를 형해화하고 권력자를 보호하기 위한 과잉 입법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제발 정치를 상식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힐난했다.
◆ 민주, 배임죄 폐지·사법개혁엔 속도…국힘 ‘이재명 방탄 입법’
민주당이 ‘경제 활성화’로 규정하며 배임죄 폐지 추진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부분이다. 배임죄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주요 혐의다 보니, 이 역시 ‘이재명 방탄 입법’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명분으로 이른바 ‘이재명 방탄 입법’을 추진해왔다는 비판을 야권으로부터 받아왔다. ▲공직선거법 개정안(파기환송심 면소 유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재판 중지법)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검사징계법 개정안(수사검사 징계) 등이 그 예다.
다만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이 판결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일당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며 검찰의 기소가 명백한 정치적 조작이었음을 나타낸다”며 “배임죄 폐지를 방탄 입법으로 몰아가는 건 사실 왜곡이자 또 다른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으로 검찰청 조직을 해체한 데 이어, 최근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도 야권과 갈등을 빚는 요인이다. 현재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제 등이 담긴 5대 사법개혁안과 재판소원제도, 법 왜곡죄까지 7대 사법 개혁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3일 법원 행정 전반에 대한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사법 불신 극복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가 정치적 판단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사법부 불신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구조개혁”이라고 했다. TF 단장을 맡은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출범식에서 “TF는 국민의 명령인 사법개혁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고 마무리 투수 역할”이라며 “재판, 인사, 예산, 행정 등 모든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민주적 통제절차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에서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등의 입법 활동에 대해 ‘명백한 방탄 입법’이라고 규정한 상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헌법에 따라 대통령 재판은 중단된다고 하면서 굳이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은 정치적 의도”라면서 “이 대통령의 12개 혐의, 5개 재판은 즉시 재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 역시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 아래 이뤄진 부패 범죄’라고 법원이 규정했다”며 “사법 리스크를 입법으로 덮으려는 민주당의 시도는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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