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권력 드라이브’ vs ‘대장동 리스크’···여진 어디까지?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직사회 기강 확립 차원에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재차 내면서 정국이 급속히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추진하는 ‘헌법존중 정부 혁신 태스크포스(TF)’ 가동에 이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평검사 강등설’까지 흘러나왔다. 야권은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 등 사법리스크를 전면에 올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정부, 헌법존중TF에 검사장 강등설까지···이 대통령 ‘신상필벌’ 강조
이재명 정부가 ‘신상필벌’ 메시지를 띄우며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X(옛 트위터)’에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내란극복도, 적극 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의 ‘신상필벌’ 발언은 정부가 추진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등 공무원 조직사회의 기강 잡기를 위한 정치 활동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공직자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TF’ 가동을 선언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등 문제가 제기됐고, 공직 내부에서 헌법 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헌법존중 정부 혁신TF’ 구성을 제안했다. 다음날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열어 내년 상반기 중 정책감사 폐지 제도화와 함께 공무원 상대 직권남용죄 적용을 엄격히 따지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김 총리의 ‘헌법존중 정부 혁신TF’ 추진 제안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특검에 의존할 게 아니고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12·3 비상계엄 당시 공직자의)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 형사 처벌할 일도 있고, 행정 책임을 물을 것도 있고, 인사 조치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에 필요한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공무원의 비상계엄 참여·협조 여부 점검 예고에 대해 공직사회는 술렁였다. 공무원노조에서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객관적 기준과 중립적 절차, 방어권 보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 정권을 향해 명확한 조사 기준과 절차 공개를 요구했다. 나아가 “이제는 공무원의 부당명령 거부권 제도화, 정치 기본권 보장, 권력 오남용 감시권 강화 없이는 공직사회가 헌법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며 “우리는 위헌 행위에 동원할 수 없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입장도 냈다.
신상필벌 기조는 법무·검찰 조직에도 향했다.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여권에서는 일부 검사장급의 ‘강등성 인사’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특히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법무부 장관은 즉각적으로 감찰에 착수해서 이번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항명했던 검사장들에 대한 보직 해임과 전보 조처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형인 김민웅 씨가 대표로 있는 촛불행동도 15일 해당 검사장을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재명 정권이 집중 점검 대상으로 분류한 합동참모본부와 검찰·경찰,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 12개 기관은 극심한 긴장 상태에 빠져든 분위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핸드폰 털기를 추진하고 있는데, 공무원은 평소에 사적인 공간에서도 이제 대통령 욕도 못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이 대통령 ‘신상필벌’에 분노 터트린 야권, 대장동으로 역공 전면전
이 대통령의 ‘신상필벌’ 발언에 야권은 ‘대장동 블랙홀’ 프레임을 내세우며 역공에 나선 모습이다. 제1야당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레닌의 교활한 용어 혼란 전술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목도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별개의 사안을 교묘하게 엮어서 ‘신상필벌’이라는 언어 조작을 감행한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은) 공무원 ‘불법사찰’을 ‘신상필벌’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재판중지법’이라고 하지 말고 ‘국정안정법’이라고 하라 하고, ‘항소 포기’는 ‘항소 자제’라고 하라 한다. ‘언어조작 입틀막 독재의 달인’ 이재명 정권은 급기야 소위 헌법 파괴 내란몰이를 ‘헌법 존중’ 정부 혁신이라고 부르라고 한다”며 “‘민주주의가 망할 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쳐라’는 레닌의 말이 생각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답답한 나머지 본인이 손수 직접 내란몰이 공포정치에 나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개혁신당에서도 이 대통령의 신상필벌 발언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은 이 대통령이 ‘신상필벌’을 말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범죄자는 돈을 챙기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처벌받는 나라에서 어떻게 신상필벌을 입에 올릴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에서 무너진 것이 바로 그 신상필벌이다. 죄를 지었는데 벌이 사라지고, 범죄자들에게는 수천억 원이 돌아가며 공익을 위해 문제를 제기한 공무원은 징계·좌천·형사처벌을 겁박 받는다”며 “신상필벌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측근에게도, 권력자에게도, 그리고 대통령 본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때 비로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과거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당시 ‘전화기에는 여러분의 인생 기록들이 다 들어있기에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 수 있는 만큼, 이걸 절대 빼앗기면 안 된다’고 말했던 영상을 소개하면서, “이러하였던 이 대통령이 공직사회에 대하여 편을 가르기 위하여 공직자들의 휴대전화까지 다 들여다보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국민의 자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본인은 이미 전과 네 개의 ‘별’을 달고 있는 전과 대장”이라면서 “이재명 정부는 지금 공무원들에게 판옵티콘에서 일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공무원을 헌법상 공적 주체가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버렸다는 의미다. 심각한 것은 전과 네 개를 달고 있는 대통령이 오히려 공무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과거 검찰의 수사가 들어오자 단식을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공개 장소에서 단식을 지속하지 않고 밤이면 사무실로 들어가 숨어 지냈다. 본인의 행적을 감추면서 공무원들의 사생활을 통째로 들여다보려는 것은 중증 내로남불이자 위험한 집착”이라며 “정의의 감각이 완전히 뒤틀린 상황”이라고 저격했다.
야권에서는 검찰 조직 등 공직사회를 겨냥한 정부의 행보에 대해 대장동 일당을 비롯해 이 대통령에 대한 방탄 행보라며 오늘도 맹공을 이어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에서 발의한 검사징계법 폐지안은) 검찰의 독립 및 신분 보장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케 해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붕괴하는 한편, 그 이면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정의로운 검사들을 길들이기 위한 보복성 입법일 뿐”이라며 “이 대통령의 비리와 대장동 사건을 묻기 위한 정권 방어용 사법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진실을 감추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 대장동 항소 포기 여진···‘추징금 0원’ 남욱, 범죄수익금 되찾기?
정국을 더욱 흔들고 있는 건 대장동 사건의 ‘사법 후폭풍’이다. 대장동 재판과 관련해 대장동 일당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에게 1심 재판부는 검찰에서 구형한 1천억원대의 추징 요구를 무시한 채 ‘추징금 0원’을 선고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즉각 자신의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남 변호사의 사례를 시작으로 대장동 일당이 추진보전 상태에 놓인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 해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남 변호사는 압류 상태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명의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지(현재 유료 주차장으로 사용 중)를 지난 2021년에 약 300억원대에 매입했는데, 최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해당 부지는 시세가 500억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남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100억원대 상당의 건물도 보유 중이다.
남 변호사의 추징금이 1심 판결에 따라 0원으로 확정된 배경에는 검찰이 기한 내 항소하지 않아서다. 이에 야권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대통령과 여권의 법적 책임을 부각하며 전략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장동 일당의 재산 동결이 줄줄이 풀릴 위기에 처했다. 남욱이 500억 원의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한 데 이어, 정영학·김만배 등도 줄줄이 해제 요청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검찰이 항소조차 포기하면서 항소심에서 추가 추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여론전에 돌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라는 뒷배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범죄자들의 놀이터가 됐다. 항소 포기로 국민의 7800억원이 날아갔다”며 “추징보전 해제, 배임죄 폐지, 공소 취소든 한 발짝 더 나간다면 국민들은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지만, 검찰의 항소 포기로 수천억 원 환수 길이 막혔다”며 “김만배 일당은 곧 ‘대장동 재벌’로 돌아온다”고 가세했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는 ‘범죄수익금 회수 실패’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재부각시킨 계기가 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당내에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6선 판사 출신인 조배숙 사법정의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4000억원 도둑질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한 사람은 남욱 뿐”이라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두고 “권력이 수사·재판에 개입하고 범죄수익 환수를 스스로 포기하며 항소 포기의 경위와 근거의 본질을 밝히라는 검사들의 정당한 요구와 집단 반발에는 징계와 파면으로 대응하는 현 정권 민낯”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