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경기 둔화와 고물가 속에서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실속 중심 불황형 소비가 패션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신상품 대신 가격 부담이 덜한 중고 제품을 선택하거나, 사용한 옷을 되팔아 일부 비용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패션·유통업계는 직접 패션 리세일(재판매) 시장을 키우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 4월 발표한 ‘중고 제품 이용 실태조사 및 순환유통 비즈니스모델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3420억 달러(약 478조765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2300억 달러, 약 322조 원)과 비교해 48.7% 증가한 규모다. 국내에서도 중고거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중고플랫폼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4년 세컨드핸드 리포트에 따르면 중고거래 건수는 2023년 대비 63% 늘었다. 또 2024년 1분기 중고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약 6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패션업계는 리세일 시장을 적극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와 브랜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재고를 회수해 재판매하거나 포인트로 보상을 제공해 소비자를 머무르게 하는 식이다.

LF는 자사 브랜드 중고거래 활성화 및 패션 자원 순환 실현을 위해 리세일 마켓 서비스 ‘엘리마켓(L RE:Market)’을 지난 16일 론칭했다. 엘리마켓에 중고 의류 판매를 신청하면 ‘엘리마켓’이 물품 수거, 검수 및 매입가 산정, 등급 분류, 창고보관, 재판매까지 모든 절차를 일괄 진행한다. 중고 의류를 제공한 소비자에게는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고객은 이 리워드를 LF몰 내 새 상품 구매에 활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백화점과 더현대닷컴에 입점해 있는 130여개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바이백 서비스를 론칭했다. 소비자가 신청하면 백화점이 직접 수거해 검수과정을 거친 뒤 매입금액을 현대백화점·아울렛·더현대닷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H포인트로 돌려준다. 향후 백화점 내 중고상품 매입센터를 운영해 리커머스 플랫폼으로 바이백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그린리워드 서비스를 론칭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제조된 131개 패션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한다. 방식은 현대백화점 바이백 서비스와 같다. 수거제품 보상은 최대 28만 원 상당 엘포인트로 지급된다.

무신사는 패션 중고상품 거래 플랫폼 무신사 유즈드를 지난달 26일 론칭했다. 무신사 앱 내에서 누구든 간편하게 패션 중고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판매자가 앱에서 판매하기를 신청하면 무신사가 유즈드백을 제공하고 이 백에 상품을 담아 집 밖에 내놓으면 된다. 이후 수거, 컨디션 체크, 양품화 과정을 거친 후 판매가 이뤄지고, 정산대금은 무신사 머니 계좌를 통해 입금된다. 무신사는 중고거래 서비스 불편함을 개선해 무신사 유즈드를 통해 브랜드 패션 상품의 생애주기를 보다 확장한다고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유통 분야에서 리세일 플랫폼을 확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중고물품은 자사 플랫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보상해 새로운 소비를 유도하는 ‘락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와 편리한 리세일 시장 진입을 통해 자원 순환의 실질적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