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규제강화·경기 위축 등 건설업계 위축, 비용과 리스크 확대 전망
최저가 입찰·다단계 하도급 등 과제 산적…중소기업 지원도 필요

국토부,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 사고 대응 사진 ⓒ국토부
국토부,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 사고 대응 사진 ⓒ국토부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건설경기 위축과 산업재해 규제 강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산재 사망 사고를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관련 사고에 대한 직보 체계와 금전 제재 검토를 지시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안전관리 비용과 법적 리스크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처벌 강화보다 시스템으로 안전관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2일 발표한 8월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작년보다 8.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5월 전망치(-4.2%)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KDI는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을 밑돈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강화, 건설현장 안전사고 여파 등이 맞물려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며  “건설투자 증가율을 3.9%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했다.

안전사고에 따른 현장 압수수색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 LT삼보 등 3곳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4일 광명~서울 고속도로 연장공사에서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추락 사고 관련 조치다. 경찰은 이미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포스코이앤씨와 LT삼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1명씩을 입건했다. 수사가 더 진행되면 피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다행히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DL건설도 지난 8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DL건설은 사고 직후 전국 44개 현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했으며, 안전 확보 전까지 공사 재개를 미루기로 했다. 대표이사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포함한 임원, 팀장, 현장소장 등 80여 명이 일괄 사표도 제출했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3일 주최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이동근 경총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3일 주최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이동근 경총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경총

건설업계는 “이 대통령의 규제 강화 지시 이후 공사현장이 사실상 멈춰섰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 관행, 다단계 하도급, 인력 고령화, 외국인 의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대형건설사 압박만으로는 당장 해결될 수 없다”며 “지금은 산재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기업이 안전관리 투자 등을 단행했을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병행해 이슈 발생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6개월이 지났지만 산재 예방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새로운 처벌 수단을 만드는 것보다 현행 안전 기준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인력·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도 “선진국은 강력한 처벌보다 예방 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전 수준을 높였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중복 조항, 과도한 원청 책임 규정 수정, 안전 규정 정비 등으로 안전관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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