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31.8조 규모 추경안 단독 의결···점점 더 멀어지는 여야 협치
국힘 반발에도 ‘소비쿠폰’ 1.9조·‘대통령실 특활비’ 105억 증액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회 여대야소 구도 속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김민석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강행에 이어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까지 단독으로 처리하는 독주 행보를 보여줬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번 추경은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30조5000억 원에서 늘어나 31조8000억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 ‘31.8조원 규모’ 슈퍼추경, 국회 예결위서 민주당 주도로 결국 강행 통과
이재명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불참에도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단독 통과했다. 이날 예결위는 예산조정소위와 전체회의 모두 민주당 주도로 총액 31조7914억 원의 추경안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는 정부 제출안보다 1조2423억 원 증가한 규모다. 추경안 핵심 사업인 소비쿠폰 형식의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은 당소 정부안보다 1조8742억원 증액된 12조1709억 원으로 가결됐다. 또한, 대통령실과 법무부·감사원·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도 총 105억 원 증액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결정에 반발하며 예결위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예결위 조정소위에서 졸속 심사를 통해 일방 처리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졸속 심사가 이뤄지는데 일정도 밀어붙였다”면서 “상대 당 의원들을 투명 인간 취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조정훈 의원도 “국채 발행 규모도 최소화하는 게 정부와 책임 있는 국회의 검토”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수도 없이 이번 추경 시급성을 설명해 왔다”며 “7월 말이면 전 국민 휴가철이 되고 숙박쿠폰을 포함해 예산이 뿌려지지 않으면 돈은 많이 쓰지만, 효과는 적어지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덜 중요한 쟁점으로 합의 처리를 번복하고 논의를 엎은 게 문제”라고 일축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번 추경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불발되자, 국민의힘의 동의와 무관하게 단독으로 강행처리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예고했었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마지막까지 확인한 바로는 최종적으로 추경안 협상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국민의힘이) 몽니를 부리거나 발목을 잡는다면 다수결의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게 저희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도 이르면 이번 주말에라도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이달 중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1인당 15만 원에서 최대 55만 원까지 차등 지급을 신속 추진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국힘, 대통령실 특활비 복원에 강력 반발···민주 ‘이중잣대 논란’ 도마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번 추경은, 이날 새벽까지 여야가 막판 협상을 이어가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끝내 여야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여야 협상이 무산된 배경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액 국비 지원 변경 문제와, 국회가 지난 정부에서 전액 강제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복원(증액) 문제 등을 두고 여야의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임 정부에서 횡포를 부리면서 전액 삭감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복원하며 증액까지 시키려 한 데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자 후안무치한 태도’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기들이 야당이었을 때는 청와대 대통령실 특활비가 불필요하다고 얘기했다가 집권하니까 특활비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면서 “너무나도 후안무치하고 내로남불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1년 치 대통령실 특활비 82억 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던 (민주당) 분들이 반년이 지나 태도를 180도 바꿔 특활비가 꼭 필요하다며 일방 증액을 추진한다”며 “후안무치”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번 추경은 ‘민생 추경’이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느닷없이 슬그머니 대통령실 특활비를 끼워 넣었다”며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니) 한순간 바뀌어 필요 없다던 특활비를 이번 추경을 통해 백지 증액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뻔뻔스럽기 그지없다”고 규탄했다.
유상범 원내수석 부대표도 “작년에는 불투명한 국정 운영과 잘못된 나라 살림의 전유물이던 대통령실 특활비가 이제는 국익과 안보에 직접 연계된 고도의 보안 활동 경비라고 한다”며 “정권이 바뀌면 예산의 정체성도 바뀌는 것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황당해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생 추경 예산에 대통령실 특활비를 끼워 팔겠다는 꼼수다. 국민을 우롱하는 저열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며 “어떤 그럴듯한 말로도 이번 특활비 부활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혈세를 명분도 없이 대통령실의 주머니 채우는 데 쓰겠다면, 먼저 전 정부의 특활비를 ‘국정 마비’ 의도로 삭감했던 자신들의 위선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면서 “이번 민주당의 특활비 증액은 국민을 기만하는 못된 ‘정치적 상술’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기야 국민의힘은 이날 용산 대통령을 찾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특활비 백지증액’ 추경안에 대한 항의서한도 전달했다. 유상범 부대표는 항의서한을 받으러 나온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지난해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활비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면서 ‘특활비 없어도 국정에 전혀 지장 없다’고 했었는데 지금 와서 백지 증액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 일방적으로 다수의 힘으로 대통령실 특활비를 증액하겠다는 것은 야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대통령의 해명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막상 국정을 운영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상황이 어떻든 간에 저희 입장이 바뀌게 된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있어서 말을 바꾸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해 나가겠다고 약속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 국민통합 시험대 오른 이 대통령, 여대야소 정국 속 ‘협치’ 딜레마
‘실용주의’와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달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에 이러한 여대야소 정국은 국정 주도권을 쥘 기회인 동시에, 시험대가 될 수 있는 딜레마적인 상황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한 달간 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민주당은 과반이 넘는 국회 의석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인사 강행 등 독주 행보를 두드러지게 보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이 대통령은 ‘오직 국민’을 강조하지만, 지난 한 달간 벌어진 모든 일은 ‘오직 이재명’을 위한 방탄 정국 강화에 불과하다”며 “김민석 인사 강행, 사법 시스템 왜곡, 악법 독주. 그 어느 하나도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도 지난달 19일 CBS라디오에서 재산 등 각종 의혹에 둘러싸여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 임명 문제와 관련해 “이런저런 게 해명이 안 된 속에서 임명하면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사실상 일방통행식 독주 행보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여대야소’ 정국과 ‘여소야대’ 정국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여소야대가 돼 버리면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게 크지 않다”며 “(윤석열) 전임 대통령도 되게 힘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여대야소는 국민이 선택한 것”이라며 “그것을 당신들(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협치가 아닌, 민주당의 독주 행보에 힘을 싣는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말은 협치를 말하지만, 실제 행보는 독주”라고 평가했다. 그는 “협치를 말하면서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예결위원장을 독식하고, 김민석 총리 임명동의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는 등 협치를 걷어차고 있다”며 “민주당은 행동대장처럼 소수 야당을 짓누르고 있는, 국민을 우롱하는 이중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김병기, 추경합의 불발에 책임 공방···“국민의힘이 약속 파기한 것”
- 여야, 추경안 심사 협상 결렬···민주 “다수결의 원칙 지킬 수밖에”
- [기획] ‘취임 30일’ 이재명 대통령 첫 기자회견, 여야 평가는 극과 극
- [시포TV] 천하람 “대통령 굿캅, 여당 배드캅…타협 의지 진정한가”
- 송언석 “국회, 이 대통령이 누르면 현금·입법 나오는 자판기로 전락”
- 김병기, 인사청문회 총력전 예고···“이재명 정부 내각 조속 완성”
- 천하람, 국힘에 ‘尹 절연’ 호소···“이재명·민주당 지지율 납득 안가”
- [기획] 대통령실 ‘특활비 복원’에 내로남불 논란…추경 여진 계속
- 우원식, ‘K-바캉스 캠페인’ 참여 호소···“내수 살리기 동참해 달라”
- ‘보수 책사’ 윤여준, 이재명 대통령에 ‘레드팀 구성’ 필요성 조언
- [기획] 인사청문회 앞둔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들 ‘논란’ 수두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