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추경 예산, 정치권 반발 연일 이어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생경제 회복’을 골자로 한 이번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시절 전액 삭감 조치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복원하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대통령실 특활비 없앤 민주, 정권 바뀌자마자 복원 조치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자신들이 거대 야당이었던 시절에 정부의 2025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82억 원 규모의 대통령실 특활비 등을 ‘불필요한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전액 삭감했다. 이는 당시 여야 갈등의 배경이 됐고, 급기야 12·3 비상계엄령 선포 배경의 한 원인으로 언급되기까지 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정부의 2025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특활비에 대해 ‘권력기관의 쌈짓돈’이라며 대통령실을 비롯해 감사원(15억 원)·법무부(80억 원)·경찰청(31억 원) 등의 특활비를 전액 삭감 조치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2월2일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과 검찰·감사원·경찰 등의 특활비를 전액 삭감한 데 대해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특활비”라면서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건 당황스러운 이야기”라고 공세했다. 이에 개혁신당(허은아 대표)은 민주당을 향해 “한마디로 예산 깡패질”이라면서 “예산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민주당은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55만 원 규모의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차등 지급을 골자로 한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자신들이 전액 삭감했던 특활비까지 원상 복원했다.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경에서는 대통령실 특활비 41억 원을 포함해 4개 기관의 특활비 총 105억 원이 민주당 주도로 강행 표결 처리됐다. 이중에는 수사 기소권 분리의 검찰청 해체를 앞둔 검찰 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검찰 조직의 특활비 40억 원도 포함되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국민의힘은 강도 높은 비판에 돌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기들이 야당이었을 때는 대통령실 특활비가 불필요하다고 얘기했다가 집권하니까 특활비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면서 “너무나도 후안무치하고 내로남불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생 추경 예산에 대통령실 특활비를 끼워 팔겠다는 꼼수다. 국민을 우롱하는 저열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며 “어떤 그럴듯한 말로도 이번 특활비 부활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4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특활비 복원을 담은 추경안에 대한 항의 방문과정에서 “막상 국정을 운영하려고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저희 입장이 바뀌게 된 것에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국힘·개혁신당, 추경 단독 처리한 민주 향해 혹평하며 연일 융단폭격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국민의힘 측은 오늘도 대통령실 특활비를 복원시킨 2차 추경안에 대해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이 7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민주당의 추경안 단독 처리에 대해 ‘비겁한 차도살인’, ‘포퓰리즘’,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규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떳떳했다면 정부 추경안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부활을 명시하고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께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을 앞세워 슬그머니 끼워 넣는 비겁한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작년 가을 불필요한 쌈짓돈이라며 비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를 되살리고 기초연금은 3920억 원 삭감, 국방 예산도 905억 원을 줄였다”며 “민생과 국방을 포기하고 국민에게 빚을 떠안긴 선심성 포퓰리즘 추경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이 대통령이 현금 버튼을 누르면 현금이 쏟아지고 입법 버튼을 누르면 아무 법안이나 쏟아지는 ‘개인 자판기’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이날 같은 회의에서 “이번 소비쿠폰 지급에만 12조원이 넘게 들어가고 올해 말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빚과 이자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다. 정부·여당이 무차별적으로 재정을 살포한다면 국민 부담만 가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멈춰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재정 정책위의장도 “안보를 희생하고 표밭을 챙긴 전략적 예산 편성이다. 민주당은 불용 예산이라며 변명하지만, 실상은 지역 표밭 관리가 국방을 밀어낸 것이다. 민주당은 민생을 위한 예산이라더니 대통령실 특활비, 민주당 표밭 예산, 국민의힘 지역 예산 삭감, 국방 예산 삭감으로 귀결된 전형적인 선심성 정치 예산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한탄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생 회복’ 추경의 실체는 결국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과 ‘민주당 의원 지역구 사업 챙기기’였다. 민생은 핑계였고, 실상은 ‘표 계산’만을 앞세운 ‘지역구 선심용 공사 대잔치’였던 것”이라며 “이번 추경 편성에 따라 적자성 국채 발행으로 이미 국민 1인당 45만원 가량의 빚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의 또 다른 야당인 개혁신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3조2000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관련해 “1회성 현금 지원이 나오면 (그 돈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원금으로 맛집 가고 평소 못 먹었던 좋은 것 먹고 그렇게 된다”며 “오히려 자영업자 사이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도 같은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국회 예결특위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실 특활비 전액 삭감했던 문제를 지적·언급하며 “나라 곳간을 비우다 못해 빚을 내는 이번 추경의 내용, 다음 세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추경의 방향성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마저 한마디 상의조차 없이 제멋대로 구는 행태, 그리고 그로 상징되는 수많은 뻔뻔한 (민주당의) 독단이 이번 추경안의 명분을 모두 잃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 야권 공세에 방어전 나선 대통령실과 민주···검찰 특활비엔 이견 표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여당 주도로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1조7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 내용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비판이 연일 이어지자, 대통령실과 여당 측은 방어에 나섰다. 특히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특활비 집행 내역을 어떻게 투명화할지에 대한 계획’을 묻는 기자 질의에 대해 “책임 있게 쓰고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지난해 특활비 내역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내놓지 않아 국회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됐던 거다”며 “본회의 전 정부가 자료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자료를 안내고 계엄을 해버려 본회의에서 삭감된 채로 통과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하여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란이 되고 국민적 비판을 들을 지점이라고 보지만,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과정 중에 과거에는 아예 깜깜이 예산이었다.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르고 증명도 불가능한 돈이었기에 저희는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라면서 “(이번에 복원 조치를 한 배경은) 앞으로 정확하게 증빙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를 제대로 이야기하라고 하는 측면에서 살려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수석소통부대표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하여 “당시 저희들이 특활비 자체를 부정하거나 아예 필요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매일 폭탄주 먹고 출근도 안 하는 것 같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는 국민이 특활비를 용인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검찰개혁 추진으로 검찰청 해체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의 특활비를 배정한 데 대해서도 “검찰에 대한 불신 부분들이 지금 논의가 되고 있다”며 “검찰개혁 입법 이후에 집행하도록 부대 의견을 달았다”고 힘을 보탰다.

다만 여권에서는 검찰의 특활비 부활에 대해 이견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특활비 부활에 대해 각을 세우며 여전히 반발했다. 추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무슨 염치로 특활비를 받아가느냐”면서 “새 검찰총장이 자진 반납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내라”고 촉구했다.

추 의원은 “국회가 검찰 특활비에 대해 ‘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검찰 특수활동비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수사지원 명목으로 22억 8300만원 ▲마약수사 3억 7400만원 ▲국민생활침해범죄 8억 1200만원 ▲인권보호 등 검찰업무 지원 2억 4100만원 ▲공공수사 1억 6000만원 ▲사회공정성 저해사범 7900만원 등을 열거한 그는 “수사지원 명목이라니, 또 증인을 회유하기 위해 연어 초밥값 등에 지불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