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나경원 등 ‘불출마’ 오세훈 만나…한동훈 ‘대구’·이철우 ‘광주’ 찾아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1차 경선 진출자 8명의 후보를 16일 발표한 가운데 이들 후보들의 경선 첫날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불출마한 오세훈 앞다투어 찾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왜?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서로 경쟁하듯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다. 오 시장은 이날 아침부터 서울시청을 찾아온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가진 데 이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만났으며 오찬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갖고 오후에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회동을 했다.
심지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미 하루 전인 지난 15일 한남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오 시장과 1시간 20분 동안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16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홍 전 시장은 “오 시장이 어제 서로 보기로 하고 서울시장 관사 가서 저녁을 하면서 약자와의 동행하고 오 시장이 추진하는 서민교육 지원 문제를 의논했다”며 “우리가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도 16일 오 시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디딤돌’, ‘서울런’, ‘약자동행지수’, ‘미리내’ 등 오 시장의 정책 4가지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천명했다. 전날 홍 전 시장이 오 시장과의 회동에서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점에 대해선 “별로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저는 자료도 추가로 받기로 했다”고 홍 전 시장에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나 의원 역시 오 시장과 만난 뒤 “오 시장이 대선 출마는 안 했지만 정책은 대선에 출마한다고 생각하고 좋은 정책은 적극 수용해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의 ‘서울런’에 대해선 “팔도런으로 확대하고 계층도 넓히겠다”고 천명했고, “대통령이 되면 (오 시장의) 디딤돌 소득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밖에 안 의원과 유 시장도 같은 날 오 시장과 함께 다른 후보들처럼 ‘디딤돌 소득, 서울런, 약자동행지수’라고 쓰인 책자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이러한 행보는 대선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도 여러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 조사 대상으로 포함시켰을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의 불출마로 갈 곳 잃은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앞다투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 “윤심보다 민심 중요” 외친 한동훈, ‘보수 아성’ 대구 찾아
이처럼 대다수 후보들이 오 시장과 만난 이날 한동훈 전 대표는 보수의 아성으로 꼽혀온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대구로 내려갔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당내 일각으로부터 쏟아진 ‘배신자’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의힘 1차 경선은 국민여론조사 100%지만 2차 경선부터는 당원 50%, 국민여론조사 50% 비율이기에 당심을 잡지 못하면 결국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한 전 대표로선 어떻게든 자당 지지층에 대한 설득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한 전 대표도 16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주류로부터 배신자 프레임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에 “역으로 묻고 싶다. 계엄 선포 당시 당 대표였다면 계엄을 저지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정치인이 누구에 대한 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가. 대한민국인가, 아니면 윤석열 개인인가”라고 작심한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를 제외한 다수 후보들이 윤심을 얘기하며 ‘윤심팔이’를 하고 있는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민심이 윤심보다 5000만배 더 중요하다”며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만들어 계엄과 탄핵으로 국민들이 잃어버린 ‘아주 보통의 하루’를 되찾아드리겠다”고 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정치 경험이 부족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 재임 때) 김건희 여사 문제들이 많이 있었고 민심도 굉장히 동요했는데 그때 왜 저만 지적했나. 그게 경험이 부족해서였나”라며 “다른 사람들이 경험이 많아서 그때 입 꾹 닫고 탬버린 치면서 아부하고 있었나. 그건 국민들이 바라는 경험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다만 한 전 대표는 당내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지나치게 자극해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의식했는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와 관련해선 “이미 탄핵으로 직에서 내려온 상태인데 그 문제를 선거 앞두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이제 (윤 전 대통령은) 평당원이고 거기에 대해 당 전체가 이래라 저래라 굳이 얘기할 만한 시간적 단계는 지났다”고 했다.
‘반명 보수 빅텐트’ 관련해 민주당과의 연정 가능성도 열어둔 홍 시장을 겨냥해선 “지난 선거에서도 조국 수호 하고 막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았나. 민주당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어 그는 “이 단계에서 민주당과 연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이다. 저는 연정을 얘기하기 전에 민주당을 일단 이기겠다”고 동시에 당심에 러브콜을 보냈다.
또 다른 대선 경선 후보인 유 시장도 전날 저녁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이미 끝났는데 ‘윤 어게인’ 이런 논란 자체가 국민들에게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윤 전 대통령) 탈당도 한 방법일 수 있고 과거엔 당에서 출당시키는 조치도 있었다”고 밝혔다. 16일 국회에선 “중도층 지지를 포기하고 언제까지 윤심에만 기대 대선을 치를 생각인가. 이래선 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의 거센 기세를 꺾을 수 없다”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 호남 찾은 이철우 경북지사와 평택 찾은 ‘호남 출신’ 양향자
또 한 명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현역 지자체장 이철우 경북지사는 16일 광주광역시를 찾아가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서화합포럼을 통해 양 지역의 교류와 화합의 물꼬를 트고 영·호남의 벽을 허물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며 “광주를 문화와 첨단의 포용도시, 대한민국 미래산업 수도로 만들겠다”고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이 지사는 “오늘 광주를 찾은 것도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광주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약속이자 실천”이라고 호남 표심에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광주 뿐 아니라 전남의대 유치 등 전남지역 공약까지 별도로 제시하는 등 지지층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이 지사는 같은 날 오후에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도 대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종횡무진 영·호남을 오가는 일정을 이어갔다.
반면 ‘호남 출신(전남 화순)’ 정치인으로 지난 10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13일 대선 출마 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에 절실한 호남표, 기업표, 샐러리맨표, 여성표, 청년표, 과학기술인 표를 더 가져올 수 있다”고 공언한 양향자 전 의원은 경선 첫날인 16일 장애인고등교육개발원 주관으로 한경국립대학교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진행된 ‘제45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김경수·김동연 등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날 3명 전원이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민주당 후보들은 다 왔지만 사실상 경선이 아니지 않나. (국민의힘 후보들은) 오늘 경선이 시작되는 날이라 참석이 좀 어렵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1차 경선의 자당 후보 8명에 대해 “한 분 한 분 경쟁력 있는 분들이고 좋은 절차를 통해 국민적 관심도 충분히 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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