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탈당 요구부터 ‘도리 아니다’ 지적까지 대선주자들 간 갑론을박

제21대 대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들이 18일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에 참석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제21대 대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들이 18일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에 참석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자연인 상태가 됐음에도, 조기대선 경선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을 놓고 후보들 간 설전이 격화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 ‘윤어게인’ 신당 해프닝, 대선 경선 중인 국민의힘에 논쟁 촉발

갑자기 윤 전 대통령이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데에는 당초 18일 오후 창당 기자회견이 예고됐었던 ‘윤어게인’ 신당에 원인이 있다. 윤어게인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재출마와 복귀를 바라는 표현이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7일 ‘윤어게인’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으나 불과 4시간여 만에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윤어게인 신당 제안이 (윤석열 전) 대통령 의중이나 뜻 혹은 영향력 행사 등에 대한 여러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이를 공식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전격 유보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를 맡았던 배의철 변호사는 지난 17일 오후 입장문에서 “탄핵결정 이후 10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자유진영의 수많은 시민단체를 만나 의견을 수렴했고 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청년변호사 5명을 주출으로 하는 신당 창당 계획이 시작됐다”며 “윤 전 대통령과 세 차례 만나 창당 의중을 전했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년들의 순수한 정치운동에 아버지처럼 함께 하겠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우리가)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만류했다. ‘지금은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할 때’라는 뜻을 (윤 전 대통령이) 전했다”고 갑작스러운 회견 취소까지의 경과를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전날 윤어게인 신당 창당 회견 예고 이후 국민의힘으로부터의 압박도 빗발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당 창당은 보수진영 전체는 물론 윤 전 대통령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패착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8일 기자들로부터 ‘신당 창당 가능성이 남아있는데 윤 전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신당 창당 움직임은 저희 당 일이 아니라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으며 일부 대선 경선 후보 사이에서 윤 전 대통령 거취 요구까지 나온 데 대해서도 “당 대선주자들이 각자 소신과 견해를 투명하고 당당하게 밝히는 입장을 존중한다. 그때 그때 지도부 차원에서 반응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5.02.04) 공동취재단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5.02.04) 공동취재단

◆ 한동훈·유정복 등 “尹, 과거 보내야”…일각서 ‘尹 탈당’ 주장도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보다 노골적으로 윤 전 대통령 거취를 둘러싼 논쟁을 벌였다. 안철수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의 강’을 건너야만 당이 하나로 뭉칠 수 있고 승리의 가능성도 열린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탈당은 책임정치의 최소한”이라며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도 지난 15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대선 경선 주자 중 처음으로 “윤어게인 이런 논란 자체가 국민들에게 썩 좋게 보이지 않고 전직 대통령이 선거 개입하는 상황은 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탈당도 한 방법이고, 그렇지 않다면 출당 조치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윤 전 대통령 탈당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 시장은 18일 비전대회에서도 “윤 전 대통령을 붙들고 있어선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을 보내고 이재명을 퇴출시키는 ‘윤보명퇴’ 정신으로 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동훈 전 대표도 같은 날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선거대책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탄핵 찬성 여론이 전국민 기준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계엄이 별 것 아니라고 하면서 사실상 옹호한 사람들에게 국민들이 승리를 안겨주시지 않을 것”이라며 “당당하게 계엄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면 이번 선거에서 승리는 없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로 놔드리고 우리는 미래로 가자”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에도 국민의힘 미디어데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일 때 윤리위원회에 (윤 대통령) 제명을 공개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6일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 나와 “파면당한 1호 당원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상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탈당, 출당을 넘어서 제명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18일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 김문수 “책임 정치 아냐”…홍준표 “탈당 요구는 시체에 난도질”

김문수 전 장관(좌), 홍준표 전 대구시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문수 전 장관(좌), 홍준표 전 대구시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김문수 전 장관은 일찍이 ‘윤어게인’ 해프닝이 벌어지기 직전인 17일 오전에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기들이 뽑은 대통령을 잘라내면서 위기를 모면하고 지지율을 회복하길 바라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다. 대통령을 자른다고 해서 ‘국민의힘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며 “당과 윤 전 대통령의 관계는 당론을 가지고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재원 ‘김문수 캠프’ 총괄선대본부장도 18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과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그런 배신적 정치는 환영받지도 못하고 성과도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함께 안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잘된 것은 받아들이면서 국민들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역시 18일 여의도 대하빌딩 내 경선캠프에서 ‘선진대국 시대 비전발표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윤석열 탈당하라는 소리하기가 참 난감하다. 윤 전 대통령이 물론 지난 3년간 정치를 못해 탄핵됐지만 우리 당 후보로 와서 정권교체를 해줬다”며 “이제 우리가 뭉쳐서 미래를 어떻게 창조할지 집중해야지 (윤 전 대통령이) 시체가 됐는데 다시 소금을 뿌리자? 시체에 또 난도질하는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정치 이전에 사람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홍 전 시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탈당을 요구한 안 의원을 꼬집어 “(안 의원은) 이당 저당 하도 많이 옮겨서 그런지 탈당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이 당을 30년 지켜왔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또 다른 대선 경선 후보인 나경원 의원도 안 후보의 윤 전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이날 “대선 경선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어게인’ 신당 해프닝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해도 “전혀 알고 있는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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