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김문수, “이재명 막을 빅텐트” 주장…나경원도 “많은 상상해야”

(좌측부터) 김문수 전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김문수 전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록이 15일로 마무리되는 가운데, 일부 후보들을 중심으로 ‘반이재명 연대’나 ‘반이재명 빅텐트’ 제안이 나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 보폭 넓히는 김문수 “이재명 이기기 위해 어떤 경우든 힘 합쳐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반이재명 빅텐트’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해야 한다. 다 (대선) 나와서 조금씩 다 나눠먹으면 이재명 후보가 쉽게 당선되는 것”이라며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노무현·정몽준 또는 DJP(김대중·김종필), 또 여러 가지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이재명 후보를 꺾을 사람이 있다면 이준석 의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전혀 새로운 신인이라도 우리는 모두 그 텐트 안에 모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불출마 선언한 분들도 중요한 지도자들이기 때문에 만나보겠다. 두루두루 같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손잡고 같이 가는 관계”라며 “협력해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오는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2일에도 같은 당 대선후보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중앙대학교 앞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 회동’을 가졌다. 이날 ‘나 의원 외의 다른 경선 후보와 접촉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끼리 이러는 것은 자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고, ‘무소속 출마 또는 제3지대 출마’를 거론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유 전 의원도 같이 하면 좋다. 굳이 밖에 나가서 얼마나 할 수 있겠나”라고 손을 내밀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서 이철우 경북지사와도 회동했다. 비록 최근 나 의원, 이 지사와의 회동이 모두 상대 측에서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최근 당내 대선주자들과 적극 접촉을 늘리는 김 전 장관의 행보가 사실상 미리 ‘빅텐트’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지사는 이날 ‘제3지대 후보와의 단일화나 반이재명 빅텐트 구축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누가 되든 우리 당 후보가 되면 똘똘 뭉쳐서 당선시키는 데 목적을 둬야 하는데 해보지도 않고 지금부터 제3지대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선을 긋긴 했다.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에 도전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에 도전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 민주당까지 범위 넓힌 홍준표 “反明 세력도 같이 해야 李 막아”

다른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반이재명 빅텐트’론에 한껏 힘을 싣고 있다. 홍 전 시장은 1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탄핵 직후여서 국민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쏠려 있어 반이재명 텐트를 만들지 않을 수가 없다. 반이재명 빅텐트는 절박한 문제”라며 “개혁신당 뿐 아니라 민주당의 반이재명 세력도 같이 해야 (이 후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도 “우리 당 경선에서 승리한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선 ‘이준석과 이낙연, 유승민을 다 포함해 원샷 단일화 경선을 할 수 있다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홍 전 시장은 “단일화 경선이 아니라 정치력의 문제”라고 답했다.

심지어 홍 전 시장은 “연정이 제안되고 나라를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연정도 할 수 있고 신(新)탕평책도 할 수 있다”며 ‘집권 시 다수당인 민주당에 내각 자리를 내줄 수 있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민주당과 연정을 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는 민주당 내 반이재명 세력에 보내는 러브콜로 풀이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이날 SNS에 한 지지자가 “2021년 9월 20대 대선후보 당내 경선 방송토론에서 홍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우리 정부에서 국무총리 하시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인가‘라고 묻자 ”그대로다. 유 전 의원은 탁월한 경제 이론가이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대통령 당선될 경우, 유 전 의원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급기야 홍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한다면서 15일 당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한 김대식 의원도 기자들에게 ‘반이재명 빅텐트’와 관련 “민주당은 이 후보가 선출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국민의힘에서 마지막 후보가 선출되면 그 후보에게 빅텐트를 쳐서 하나로 모아야 승리할 수 있지 그렇게 하지 않고선 상당히 어려운 선거”라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다른 대선 경선후보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15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서 제3지대 빅텐트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제가 ‘체제 전쟁’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다면 우리가 많은 상상을 해봐야 되고, 때로는 결단해야 된다”면서 경쟁후보인 김 전 장관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큰 뜻을 같이 하는 후보들과는 늘 같이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저희랑 색깔이 다른 분들이 많이 계실 수 있는데 여러 대화를 하면서 연대하고 위험한 세상을 막아내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즉 ‘반이재명 연대’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 개혁신당 “이미 독자 노선”…민주당 김동연 “이합집산은 구 정치”

(좌측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는 현재로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한 선거 판세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사)경기언론인클럽이 주관하고 인천일보·경인일보·OBS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 결과(지난 12~13일 전국 유권자 2058명 대상, 무선 임의전화걸기 방식 무작위 추출, 95%신뢰수준±2.2%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중신으로 정권교체 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50.5%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 중심 정권 유지되는 게 좋다’는 응답은 35.5%에 그쳤다. 기타는 10.7%, 잘 모름은 3.3%로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적어도 지지율 상으로는 그의 적수가 없고 보수의 다른 후보들은 도토리 키재기”라며 “크게 ‘판짜기’를 시도하지 않은 한 ‘이재명 대통령’은 점점 굳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반이재명 빅텐트론에 대해, 아직까지 다른 정당들은 시큰둥한 모양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 측 이동훈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15일 “이준석 후보는 이미 독자 노선을 선언했고 완주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자꾸 빅텐트,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스토킹질”이라며 “반이재명이라는 부정적 가치만으로는 세대교체를 이끌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를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 비명계 후보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15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이 아니라 어대국(어차피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이라며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빅텐트론’에 대해서도 “정치공학적으로 선거판이나 정치무대를 끌고 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경선이나 선거 승패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치야말로 구(舊)정치”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비명계 후보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같은 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의 ‘반이재명 빅텐트론’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내란 세력과 결별하는 게 지지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윤석열 보유 정당의 이름표를 달고 내란 세력과 동조하는 정당으로선 빛의 연정에 참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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