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에 與 지도부 “사전 논의 없었다”…당원투표 논란도

31일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31일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파열음이 또다시 터져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법사위 ‘검사장 18명 고발’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협의 없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18명의 검사장들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 지도부에선 협의 없이 진행된 사안이라며 이와 거리를 두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장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19일,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 듣는다. 일사불란하게 해야 하는데, 예민한 이야기는 정제돼서 올라가야지”라며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고 법사위의 일방적 행동임을 밝혔다.

20일에도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정책조정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 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고 지금까지도 관련 논의가 없는 상태다. 원내지도부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법사위 차원에서 논의해서 추진한 것 같다”고 재확인했다. 이어 “원내 입장은 (김병기) 원내대표도 말씀하셨지만 (대통령의) 외교적 순방도 우리 민생과 대단히 직결된 내용이지 않나. 그래서 순방 내용, 성과들에 대해 국민들께 소상히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대통령이 (해외로) 나갈 때마다 성과가 묻히는 경우는 앞으로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대통령이 순방 중인 상황임에도 법사위원들이 민감한 쟁점 현안 관련해 강성 행보를 보이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전에 민주당에선 쟁점 법안인 ‘재판중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대통령실까지 직접 나서서 일축하는 등 강성 행보로 엇박자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특히 법사위의 경우 지난 9월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단독 의결했다가 김 원내대표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을 바라본 국민의힘에선 20일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검사장들에 대한 고발은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의 돌발행동으로, 사전에 지도부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는 얼마나 더불어민주당 내 의견이 쪼개져 분열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중요한 사안을 당내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발표해버리고, 그저 이재명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서 누가 더 검찰을 잘 괴롭히는지 ‘그들만의 리그’에만 몰두해 있다”고 즉각 공세에 나섰다.

이처럼 파장이 확산되자 법사위원인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고발하는 것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좀 있었고 일부 찬성하는 의견도,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집단행위를 한 것에 대해 엄단하는모습을 보여야 이후에도 검사들이 정치세력화하는 데 어떤 대응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검사장 고발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지도부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논란과 관련 “저희가 토론할 때는 원내 지도부와 논의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은 안 했다”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결론이 나면 그것이 간사라든가 위원장께서 원내 지도부와 교감을 하거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 부분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 강성 지지층 발맞추느냐, ‘중도층’ 의식하느냐 속도조절로 견해차?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다만 법사위가 과거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했을 때 ‘급발진했다’고 지적한 바 있던 ‘친명 핵심’ 김영진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에 대해 “공무원인 검사가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의견 제시인지, 아니면 집단적인 항명이라는 공무원법 위반인지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기 위한 것 같다. 검찰의 특권의식이 너무 과하고 이처럼 정치적인 항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협의 없이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표한 데 대해선 “원내대표는 전체 정국을 관리해야 하기에 그런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고소·고발은 법사위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법사위의 고발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즉 검사장 고발이 잘못된 행동이라기보다, 김 원내대표는 자당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 등 전체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보니, 당내 강경파와 ‘속도 조절’을 두고 입장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 원내대변인은 20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올라온 ‘법 왜곡죄’ 등에 대해서도 “당론으로 할지 여부도 의총에서 결정해줘야 되는 것이라 그런 단계까지는 안 갔다. (고위직 판검사의 일정 기간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이 법도 원내와 협의해서 법사위 소위에 상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내용들을 진행하는 것 그 기조는 바뀐 것은 없다. 검찰개혁 필요성에 대해 당에서도 당연히 동의가 돼서 검찰청법 폐지 이런 것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만 방법, 수위, 속도 이런 것들에 대해선 정무적 판단도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만 맞추다보면 자칫 지지율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단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6일 당 소속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의 제주도 워크숍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바로미터다. 거기 흐름이 가장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지지층만 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17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이 공식적으로 일일이 논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공개 발언 아닌 이상 전후 맥락을 떼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22일 정청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사진 / 오훈 기자]
22일 정청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사진 / 오훈 기자]

◆ 당원투표도 논란…‘강성 지지층’ 둘러싸고 주도권 쟁탈전 벌어지나

하지만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대표에 오른 정 대표가 그간 강성 지지층의 뜻에 부합하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을 뿐 아니라, 최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공약도 이행하겠다고 나서면서 당내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더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16일 ‘2025년 10월 당비 납부한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당헌·당규 신설을 위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가 논란이 일자 ‘1개월 이상 당비 납부한 권리당원 약 164만7000명 모두 참여 대상’이라고 해명하는 등 당원을 놓고도 계파 갈등 조짐까지 불거지고 있다. 

친명계 원내·외 인사들로 이뤄진 ‘더민주혁신회의’는 지난 19일 지도부를 겨냥 “원칙 없는 번복은 당원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이번 혼란의 발생 원인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자당 지지층을 둘러싼 민주당 내 파열음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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