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 대통령·정청래 사이 좋아”…그럼에도 ‘친명 컷오프’ 논란까지 일파만파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명·청 갈등’ 논란이 계속 반복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명·청 갈등설 재발케 한 與 ‘재판중지법’…“대통령하고 소통했어야” 지적
최근 명·청 갈등설이 재부상하게 된 직접적 이유는 민주당에서 꺼냈다가 불과 하루 만에 자진 철회한 재판중지법 때문이다. 지난 2일 박수현 수석대변인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됐던 재판중지법은 3일 오후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고 당에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한 게 대통령 입장이란 설명까지 내놓으며, 사실상 사전 논의되지 않은 채 여당이 거론한 부분임을 우회적으로 확인해줬다.
특히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민생과 경제 살리는 데 집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 내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조차 지난 4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입장이 정 대표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냐’는 질문에 “경고성이라기보다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취지”라며 강 실장과 한 목소리를 냈다. 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원래 이 재판중지법은 6월 본회의에 올릴 예정이었는데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그런 법을 올리는 것은 정쟁 소지가 있어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전 원내지도부에 전했다고 한다. 당에서 이것(재판중지법)을 갖고 불필요하게 논의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 입장에선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통령실 쪽 손을 들어줬다.
당내 친명계로 꼽히는 박홍근 의원도 4일 밤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중요한 정국 현안에 대해선 대통령실과 우리 당 지도부 간에 사전에 매우 긴밀한 소통을 필요로 하는 건데 그런 부분들이 좀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한 상황 판단 차이가 있었다. 지난번에도 특검법 연장 문제 가지고도 약간 입장 차이가 있는 것처럼 확인되지 않았나”라며 “과거에 제가 원내수석부대표도 해봤는데 실무라인 먼저 가동되고, 정무수석이나 국무조정실장 이런 데서 먼저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충분히 하고 당정대 회의에 의제 올려 큰 방향을 정한다. 지금도 그렇게 하지만 옛날보다 좀 간극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방향은 맞고 (당정 간) 역할 분담도 제대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의 정교함, 세련됨 이런 게 많이 요구되는 것 아니겠나. 좀 더 밀도 있게,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하면 그런 엇박자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현재 당정 간 소통 문제가 있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그는 이어 “사실 대통령이 늘 연일 강조하는 게 외교 안보, 민생 경제 문제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그걸 잘 할 수 있게끔 여당으로서 뒷받침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대통령실 직접 나서자 자세 낮춘 정청래 “李, APEC도 시정연설도 A급”
박 의원이 언급했듯 당정 간 엇박자가 감지된 적은 이번 재판중지법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 조항을 삭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정부조직법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국민의힘과 합의했다가 바로 다음 날 열린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비판 받은 바 있다. 검찰개혁 시점을 놓고도 정 대표는 ‘추석 전’이라고 못을 박았던 반면 대통령실에선 충분히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유엔총회, APEC 등 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이어지는 시점에 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 재판중지법 추진 등 강성 지지층이 바라는 이슈를 띄웠다는 점도, 대통령실로선 자칫 대통령 성과 홍보가 퇴색될까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당정 간 불협화음 논란을 불사하더라도 비서실장이 직접 “대통령의 생각이 대통령실의 생각과 같다”며 당정 간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APEC도 A급이고 시정연설도 A급”이라고 이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우면서 이 대통령의 오른손을 정 대표가 두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이 대통령을 바라보고 웃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올려 ‘오늘의 포토제닉’이라고 덧붙였고,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사전환담 자리에선 이 대통령이 들어서자 정 대표가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등 스스로 대통령 앞에서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정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도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제가 옆에서 지켜볼 때 대통령과 당 대표의 호흡은 역대급으로 아주 좋다. A가 아니라 S급”이라며 “(명·청 갈등설은) 우리 지지자들이 아니라 국민의힘 일부 세력이 대통령실과 당 대표를 갈라치기 하려 하는 것”이라고 당정 갈등 의혹을 일축하는 등 적극 진화에 나섰다.
◆ 공천 놓고도 계파 갈등 분출?…유동철 “친명계라 불이익 당했단 말 많아”
하지만 정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과 이 대통령 지지층 간 파열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때 현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사이자 친명계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인 유동철 부산수영지역위원장을 공천 배제하고, 친문재인계로 꼽히는 변성완 위원장이 당선된 부분도 정 대표에 대한 ‘친명’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 위원장은 5일 직접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후보 면접이라는 절차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그로 인해 저는 부당한 컷오프를 당했다. 공정한 절차와 당원의 권리를 요구하는 항의의 목소리를 묵살됐고 그 결과 당원들은 (부산시당 경선에서) 26.93%라는 역대 최저치 투표율로 답했다”며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역시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 해달라”고 정 대표에 촉구했다.
유 위원장은 이어 “정 대표는 계속해서 ‘컷오프 없는 100% 완전경선’과 ‘권리당원 100% 참여, 가장 민주적 경선’을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 당원의 피선거권과 선택권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당은 제 요구를 묵살한 채 시당위원장 선거를 강행했고, 당원투표 직전 날인 지난달 30일이 돼서야 조승래 사무총장의 대면 사과와 정 대표의 유선상 유감 표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컷오프는 정 대표의 약속 파기, 당원의 선택권 박탈, 민주주의 훼손 사건”이라며 “공정 경선 약속을 저버린 책임에서 더는 피할 수 없다.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독재”라고 정 대표를 거듭 압박했다.
또 그는 이날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주변에서 (제가) 친이재명계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추측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만 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후 “당은 당원주권시대를 맞이해 철저하게 모든 권한을 당원들에게 돌려드리고 있다. 부산시당위원장 선출도 그런 기조에서 이뤄졌고, 당 조강특위 역시 냉정할 정도로 원칙과 규정에 의해 엄격하게 진행됐다”고 유 위원장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박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당내에 친명, 비명, 반명 등으로 언급되는 그러한 별도의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그룹을 전제로 질문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은 정파적 고려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 위원장이 자신의 컷오프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