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하루 만에 “추진 안 해”…국민의힘 “李 나서서 직접 입장 밝히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중지법’ 추진 필요성을 거론한 지 하루 만에 스스로 철회한다는 입장을 내놔 정치권에서 논란이 한층 더 불붙고 있다.

◆ “재판중지법은 ‘국정 안정법’” 주장한 與, 하루 만에 “추진 않기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사법개혁 공론화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이른바 ‘재판 중지법’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한 현실적 문제가 됐다”며 “이제부터 민주당은 재판 중지법을 ‘국정 안정법’, ‘국정 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으로 호칭하겠다. 국정 안정법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3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거듭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지시키는 법안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갑자기 3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뒤 진행된 간담회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관세 협상과 APEC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 등에 집중할 때라고 의견을 모았다.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 문제까지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뿐 아니라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과도 조율을 거친 사안”이라며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입장을 사전에 밝힌 바는 없지만 (당) 지도부 논의 결과를 조율해 통보했고 (이를 대통령실에서)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전날 ‘재판 중지법 추진’ 관련 발언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재판중지(된 것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그런 원인 제공이 국민의힘에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하고 싶었을 뿐 (해당법) 추진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적 없다. 처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원론적 말을 한 것”이라며 “주말에 나갔던 메시지는 ‘민주당 또는 대통령실이 협의해 이 대통령 재판을 중지시키기 위해 한 일이 아니냐’는 오해가 쌓이는 것 같아 그 부분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당방위 차원의 설명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APEC 성과에 집중하기 위해 국정 안정법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성과 보고 이후에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이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박 수석대변인은 “왜 안 되느냐. 안 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인지’란 취지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철회 입장을 재확인했다.

◆ 국민의힘 “민주당, 갑자기 말 바꿔…‘오늘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여전히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국민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일시적 숨 고르기일 뿐, 호떡 뒤집듯 말을 뒤집는 민주당의 특성상 지금 당장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지 완전한 철회 의사를 밝힌 게 아니다”라며 “지금은 APEC 정상회의 등 후속 평가가 언론에 도배되기를 바랐겠지만, ‘이재명 방탄 입법’에 완전히 묻혀버려 대통령실에서 쓴소리라도 듣고 온 모양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죄가 살아있는 한 이재명 방탄의 본능은 곧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재판중지법 추진 보류 입장을 낼 게 아니라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이재명 재판중지법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아울러 재판 중지도 모자라 죄를 없애 이 대통령을 면소시키려는 ‘배임죄 폐지’ 시도 역시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방탄법 추진은, 대한민국의 사법권을 흔드는 법치 파괴 행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 대통령까지 겨냥 “국민 대다수는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의 재판은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재판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 이 대통령이 무관하다면 재판을 열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라며 “여론을 무시한 채 정권 유지를 위해 교만한 ‘무리수’들을 쌓는다면, 결국 멈춰 서는 것은 이 정권 자체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고 거세게 압박했다.

여기에 장동혁 대표도 같은 날 오후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민주당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렇게 추진할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 아침에 여야가 합의해도 점심이 지나면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민주당인데 누가 그들의 말을 믿겠나”라며 “개딸이나 김어준과 협의를 마쳤느냐. 저는 그들의 말을 ‘오늘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의 태도를 비꼬았다.

심지어 개혁신당 이기인 사무총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안정법을 “이 대통령을 위한 1인 재판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죄를 지었다면 (현직) 대통령이라도 수사 받고 재판 받게 하자고 연설에서 크게 외쳤던 게 이재명 당사자였다. 도지사 때도 그랬고 선거 연설 때도 그랬는데, 과거 했었던 그 발언과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이 대통령에 일침을 가했다.

◆ 대통령실 “헌법상 당연히 재판 중단…법원이 재개하면 그때 입법”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조직개편안 방안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조직개편안 방안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3일 오후 대통령실에선 강유정 대변인이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닌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그 입장에 대해선 바뀐 바 없다”고 답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을 내린 바 있다”며 “헌법상 당연히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서 종전에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비서실장은 “그래서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실과 대통령의 생각은 같다.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설명이 법원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다시 진행할 경우 재판중지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단 점에서, 법안 처리를 아예 안 하겠다며 ‘재판중지법’에 거리를 뒀던 이날 민주당 측 반응과 온도차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TF를 출범하면서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법개혁 목소리도 동시에 내고있어,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재판 관련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대법원에 대한 우회적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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