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강행한 론스타 항소 ‘승소’에 ‘李정부 성과’ vs ‘성과 가로채기’ 공방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시포커스DB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시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를 상대로 한 외환은행 매각 관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약 400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수천억 원대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문제와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으로 격화된 여야의 대치 전선이 론스타 사건 승소 공로를 둘러싼 공방으로까지 번지며, 정치권의 신경전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 ICSID, 정부 ‘배상책임 전액 취소’ 판결···론스타 ‘후속 대응’ 예고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2022년 중재 판정을 전면 취소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하면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법적 분쟁은 한국 측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ISDS 취소위원회는 배상금 원금 2억1650만 달러(약 4000억원) 및 그에 따른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하면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그간 지출한 소송 비용(약 73억원)도 30일 이내에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까지 내렸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결과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면서,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다. 새 정부 출범 이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성공적 개최, 한·미·중·일 정상외교, 관세협상 타결에 이어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평가했다.

ISDS 취소위원회가 한국 측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 대해선 ▲중재판정부의 절차 위반 ▲한국 정부가 당사자가 아닌 제3 절차에서 나온 증거 채택의 부적절성 등을 문제 삼은 한국 정부의 주장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홍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브리핑에서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단 점이 취소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계기”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법무부 직원들이 ICSID에 가서 최선을 다해 구술 변론을 했고 그런 성과들이 모여 좋은 결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분쟁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1조 3834억 원에 인수, ‘헐값 매각’ 의혹이 일면서 시작됐다. 이후 론스타는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5조 9천억 원대에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헐값 매각’ 의혹 관련 법원 판결 전까지 정부 승인이 지연되면서 무산됐다.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3조 9157억 원)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비싼 가격에 팔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하면서 ISDS 소송이 진행됐다.

2022년 8월에 난 최초 판정에서, 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손해배상 청구액 46억7950만 달러(약 6조8천억 원) 중 4.6%인 2억1650만 달러를 한국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재판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과반의 국회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대에도 항소심을 밀어붙였다. 당시 법무부가 내세운 근거는 ‘ICSID 중재판정부가 론스타 측이 제출한 2019년 국제상공회의소 중재 판결문을 핵심 증거로 제시했는데 해당 결정문에는 한국 정부가 당시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 전 장관은 2022년 8월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론스타 사건에 대한 브리핑에서 “피 같은 세금을 한 푼도 유출해선 안 된다”며 “적극 대응하겠다. 국익에 맞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론스타와의 법적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론스타 측이 항소 결과에 반발하며 재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론스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실망스럽다”며 “한국 규제 기관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부당하게 막아서고 간섭했다는 근본적인 사실은 바뀌지 않지만 취소위원회가 절차적 근거를 들어 기존 판정을 취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새로운 재판부에 제기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새로운 재판부가 한국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론스타에 손해액 전액을 배상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 엇갈린 여야 시선, ‘론스타 승소 공로 다툼’ 공방전 돌입

김민석 국무총리(좌)와 론스타 사건 항소심 추진 결정을 밀어붙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김민석 국무총리(좌)와 론스타 사건 항소심 추진 결정을 밀어붙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극한 대치 전선을 이어가고 있는 여야는 론스타 취소소송 항소심 승소 결과를 두고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이번 승소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외교·법무 성과’라고 주장했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승소 공로를 가로채려는 민주당의 태도가 뻔뻔하다’고 규탄했다.

먼저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론스타 취소 소송 재판에 승소한 데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청래 대표는 19일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승소했다는 기쁜 소식, 4천억 원을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인 성과와 더욱 빛나게 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같은 회의에서 “배상금 0원이라는 기적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정부 당국과 실무진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론스타 측의 2차 중재 가능성이 남아있는데, 남은 후속 절차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이재명 정부가 책임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이익을 지켜냈다”며 “우리 금융감독 주권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하여 “법무부에서 국제법무국장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소송을 했던 결과”라고 평했고, 같은당 강득구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진영은 ‘숟가락 얹기다’, ‘윤 정부 덕이다’라며 억지 프레임을 들고나오겠지만, 이번만큼은 그 어떤 프레임으로도 덮을 수 없는 명백한 이재명 정부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승소 소식에 민주당 책임론을 꺼내들며 공격에 나섰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승리는 대한민국이 법리에 근거해 끝까지 싸워 얻어낸 성과”라며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은 없다’,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비난해놓고 이제 와 공을 가로채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하라는 대로 했으면 오늘 4천억 원을 론스타에 지급했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소송을 방해하고 가능성을 부정한 잘못부터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수석대변인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주장하며 전 정부의 노력을 지우고 있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건국도 이재명 대통령이 했다고 주장할 판”이라고 비꼬면서, “민주당은 승소를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이번 승소는 이전 정권부터 이어진 공직자들의 헌신 덕분”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은 근거 없는 문제 제기로 정부 대응을 흔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론스타 승소 판결은) 국가가 어떤 선택을 해야 국민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면서 “김민석 총리가 진정으로 국민 세금을 지키고자 한다면,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부당이득 7800억원을 환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시 민주당은 제게) ‘국민 상대로 희망고문하지 말라’고 아주 집요하게 공격했는데, 그래 놓고 지금 와서 자기들이 자화자찬하는 걸 보고 솔직히 좀 황당했다”면서 “당시 민주당은 제가 취소 사건에 항소한다고 할 때 ‘승산 없다, 이자 늘어나면 네가 물 거냐’고 집요하게 공격했던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그때 왜 반대했는지 반성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론스타 항소 승소는 이재명 정부의 공이 아니다”며 “대장동 항소 포기가 이재명 정부의 공”이라고 했다. 

◆ 대여투쟁 나선 야권, ‘대장동 범죄수익 7800억’ 환수 위해 총력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남욱 소유 빌딩을 방문해 대장동 일당의 7,800억원 국고 환수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남욱 소유 빌딩을 방문해 대장동 일당의 7,800억원 국고 환수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에서는 전 정권에서 추진한 론스타 항소심에서 승소하여 국고 4000억원 부담 가능성을 낮춘 결과에 힘입어,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의 범죄수익금 환수 추진의 압박 수위도 더욱 높여가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서는 론스타 소송에서 수천억 원의 국고를 지켜낸 만큼 정부가 대장동 사건에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범죄수익을 환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번 론스타 승소가 대장동 범죄수익 확수 전선에서 여야 공방을 더욱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9일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 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건물 앞으로 몰려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해당 건물은 검찰이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추징보전 조치한 자산인데, 남 변호사는 검찰의 항소 포기 직후 해당 건물을 포함한 500억 원대 자산의 추징보전 해제를 요청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규탄대회 현장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해 “법치·사법·민생 파괴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항소 포기로 날아간 7400억~7800억 원이면 성남시민 91만 명 모두에게 86만 원씩 소비쿠폰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라며 “민생에 쓰여야 할 돈을 범죄자에게 되돌려준 심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상황인데 항소 포기 하나로 대장동 일당은 수백억대 부동산 부자가 됐다”며 “7800억 원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항소 포기에 관여한 모든 책임자가 그 금액을 토해내야 한다”고 공세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도 “이 자리는, 대장동 사기극의 핵심주범인 남욱이 소유한, 실제로 소유한 빌딩의 앞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화천대유의 자회사의 법인명으로 강남 일대에 수많은 부동산을 쇼핑했는데, 이 부동산들을 최근 매각하거나 가처분 금지를 풀어서 현금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해 줬기에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 도둑들이 이 돈을 가지고 호의호식할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1야당으로서 이재명 정권이 이재명 무죄 방면 프로젝트를 위해, 그 대장동 일당의 주머니에 7천억 원의 돈을 꽂아주고 이것을 현금화하려는 최근의 노력들을 무산시키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을 전날 대표 발의한 판사 출신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범죄자들이 범죄 이익을 그대로 갖고 호가호위하는 모습은 사법 정의의 부정 그 자체”라면서 “민주당이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에 반대한다면 그 자체가 특정인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더 짙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장동 사건은 3억 5천만 원을 넣고 7800억 원을 가져간 비상식적 구조”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도 눈속임도 아니다. 범죄로 벌어들인 돈을 끝까지 환수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 대통령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받고, ‘범죄자에게 수천억을 돌려주는 나라’, ‘범죄 수익금으로 재벌이 되는 비정상적인 국가’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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