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청 무관심 속 ‘5년간 무대책’
피할 수 없는 참치, 제도 개선 시급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기후변화가 가져온 풍요가 오히려 재앙이 되고 있다. 8일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61톤의 참다랑어가 그물에 걸렸지만, 연간 쿼터 45톤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전량 폐기해야 했다. 이 황당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민들의 그물에 걸린 것은 참다랑어만이 아니었다. 경직된 행정 시스템, 현장을 모르는 정책, 그리고 변화하는 해양 생태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관료주의가 함께 걸려들었다. 이날 영덕군청 수산과 공무원들이 최근 5년간 연도별 당초 쿼터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퀘터량 소진 현황만 보유하고 있었다. 퀘터 확보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담당자들에게 어민의 삶은 그저 ‘서류 한 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치망(고정식 어망) 어업의 특성상 어민들은 그물을 끌어올려야만 어획물을 확인할 수 있다. 참다랑어를 피해 조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쿼터를 초과한 참치를 폐기해야 하는 현실은 자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숨겨진 행정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준다. 어민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잡아도 팔 수 없고, 버리는 데도 비용이 든다.
기후변화로 동해안 생태계는 이미 급변하고 있었다. 지난 2022년 영덕군 장사해수욕장에 1만여 마리의 죽은 참치가 밀려온 사건은 분명한 경고였다. 하지만 행정은 이런 변화를 예측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했다. ‘일이 터질때마다 상위 기관에 대책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수동적 행정 시스템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국제적 자원 보호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쿼터 시스템은 재고돼야 한다. 부산지역 대형 선망어선에 80% 이상 배정되는 불균형한 쿼터 배분은 소규모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정치망과 선망어선 간의 유연한 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영덕군 관계자의 “참다랑어 쿼터량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말은 5년간의 무성과 앞에서 공허하게 울린다. 진정한 문제 해결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 맞춰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폐기된 61톤의 참다랑어는 단순한 어획물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변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료주의의 실패, 현장과 괴리된 정책의 한계, 그리고 어민들의 절망이 함께 담긴 무거운 짐이다. 이 짐을 덜어내지 않는다면, 다음 그물에는 더 큰 모순이 걸려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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