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에 시동···검수완박 우려하며 심우정 총장 사퇴

검찰청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좌)과 이재명 대통령(우). 시사포커스DB
검찰청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좌)과 이재명 대통령(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법무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민정수석 인선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찰개혁을 이행할 인물이 발표되면서 검찰청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검찰개혁 추진 진용이 꾸려진 뒤 고위직 현직 검사들의 줄사퇴도 이어지고 있다. 

◆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 추진체 라인업···李 뜻 따라 ‘검찰개혁 박차’ 한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경찰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법무부 차관에는 비특수통인 이진수 전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대통령실 민정수석에는 검찰 출신인 봉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임명하며 검찰개혁 추진체를 사실상 완성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수사·기소권 분리(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사 도입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 ▲검사 징계·파면 제도 신설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개혁의 핵심 목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기소·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검찰청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예고하며, 이 대통령의 뜻에 발맞춘 검찰개혁에 나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출근길에서 정 후보자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 권한의 재배분에 대해 어느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과 사법체계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검찰 조직 내 반발을 염두에 둔 듯 “국민이 바라는 것은 민생과 경제의 안정이고, 그런 차원에서 검찰 체제 변화에 기대가 많은 것 같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국민 요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개혁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검사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진수 신임 법무부 차관도 취임사에서 “수사권 남용이나 편파 수사 논란 등으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과오가 있었음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검찰개혁에 따른 수사 체계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박성주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시대적 요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경찰의 수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전문 수사 인력 양성 ▲과학수사 기법 발전 ▲수사 품질을 보장하는 ‘팀 단위 수사체계’ 확립 ▲수사관 교육·훈련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도 검찰개혁 방향에 맞춰 ‘검찰 힘빼기’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첫 업무보고를 받던 도중 보고를 중단시키고 재작성을 지시했으며, 25일 예정됐던 보고 역시 연기해 오는 2일 받기로 했다가, 다시 한번 무기한 연기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검찰개혁이 중요한 이슈인데도, 검찰이 공약 취지를 잘 이해한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개혁 방향에 맞춘 검찰개혁 과정으로 해석됐다. 

◆ 민주당도 아낌없는 정치적 지원, 검찰 정조준하며 검찰청 해체 작업 돌입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치적 지원에 나섰다. 국회 신임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수사기관이 얼마나 제 역할을 못 했으면 특검이 한 개도 아니고 세 개나 작동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의 신속한 처리를 강조해 왔다.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대법관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데, 이것도 비정상인 것”이라며 “검찰과 법원이 스스로 전혀 개혁할 수 없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제는 개혁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법사위원장에게 부여된 권한의 범위 내에서 이를 기꺼이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선출한 뒤 ‘이재명표 개혁’ 완성을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 전국대회 정견발표에서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은 당대표 취임 후 3개월 안에 해치우겠다”며 “추석 귀성길 자동차 안에서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듣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대표 선거 경쟁 중인 박찬대 의원도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을 최단기간 내 완수하겠다”며 “특히 검찰개혁은 이번 추석 전에 확실히 끝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으로 제동이 걸렸던 검찰개혁 법안을 비롯해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방송3법 등도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한 개혁세력 간의 연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명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에서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검찰개혁은 몇 명의 힘만으론 부족하다. 정치검찰과의 싸움은 혼자서는 이길 수 없다”며 “모든 개혁세력이 한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갈 때 가능하다”고 적었다. 이어 황 의원은 “검찰개혁에 민주당도, 조국혁신당도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 국회 등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헌정을 바로 세우려는 모든 개혁세력이 힘을 모아야 검찰개혁, 내란 종식, 정의의 회복이 완성될 수 있다. 지금 그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조국혁신당이 봉욱 민정수석 임명 등에 반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 자체는 조국혁신당도 커 큰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개혁도 타이밍”이라며 “6월 임시국회는 특검법과 추경을 통해 내란 청산과 민생 회복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시기였다면, 7월 임시국회는 권력기관과 정치·사회 대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개혁안은 이미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공동 발의했으며,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도 7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 

◆ 새 정부 검찰개혁에 검사들 연쇄 ‘줄사퇴’···심우정 총장 우려 표명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대대적인 검찰개혁이 예고된 상황에서 고위직 검사들의 연쇄 사퇴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임기를 시작했던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하며 9개월 만에 중도 퇴장했다.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검찰 고위 간부들도 잇따라 사의를 표했다.

심 총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저는 오늘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는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학계, 실무계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신응석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27년간 걸어온 검사로서의 길을 이제 멈추려고 한다”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우리 검찰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어려움도 결국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글을 올렸다.

양석조 지검장은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및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며 “사법기관 간 책임의 영역이 더욱 흐려지고 이리저리 헤매던 범죄 피해자인 국민은 더 큰 마음의 화상을 입어 제3의 권력기관을 찾아 나서거나 스스로 해결을 시도하는 사회적 혼란 상태도 솔직히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사의를 표하고 나가는 이들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직의 변에 분노한다”며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자처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으로 검찰이 휘둘러 온 권력을 해체하고 정치검찰 같은 괴물이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심 총장이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선 장본인이 검찰개혁에 흙탕물을 끼얹으려 들다니 황당하다”면서 “심 총장은 수사받아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도망치면서 검찰개혁에 어깃장 놓을 생각 말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할 준비를 하길 바란다”고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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