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우향우’로 선회한 이재명…여권 선두로 급부상한 김문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만일의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조기 대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벌써부터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대권잠룡들의 몸풀기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모양새다.
◆ 조기 대선 ‘군불’…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24일 공개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찬성 59%, 반대 36%, 모름·응답거절 6%로 집계됐는데, 이 기관이 조사한 탄핵 찬성 비율은 1월 3주차까지만 해도 57%로까지 떨어졌다가 이번 주에 2%P 반등했으며 특히 서울에서 탄핵 찬성 비율이 직전 조사 때보다 10%P 상승한 63%로 나왔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변동 없이 36%에 머물렀는데, 심지어 전날 국민의힘 상임고문단도 여당 지도부와 가진 오찬 회동에서 정의화 상임고문단 회장이 “우리 당의 목표는 만약 있을지 모르는 조기 대선에 대비하고, 만약 그것이 있게 되면 승리하는 것”이라며 조기 대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비록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우리 당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조기 대선 문제가 당내에서 나오지도 않고 또 대선 룰에 대해 저희들이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한 바도 전혀 없는 상태”라고 선을 긋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만에 하나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고 가정하고 말씀드리면 우리 당에 많은 후보들이 있다. 그런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 경쟁하면 오히려 국민적 관심은 우리 당으로 올 것”이라며 “민주당은 유일 체제 1극 체제니까 더 이상 경선에서 관심 받을 요인이 전혀 없지 않나? 그래서 충분히 싸워볼만 하다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상기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조사와 함께 조사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31%로 독주했으나 그 뒤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1%), 한동훈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3%) 등 여권 인사들이 줄을 이었고 민주당 소속 대권잠룡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민주당은 유일 1극 체제”라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근거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처럼 마냥 이 대표 독주 상황으로만 보기에는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심상찮은 결과가 일부 나오고 있기도 한데,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전국 유권자 1014명에게 실시해 23일 공개한 차기 대선 양자 가상대결 결과에선 이 대표가 41.5%, 김 장관이 38.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뤘으며 심지어 조원씨앤아이가 시사저널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유권자 1006명에게 실시해 23일 발표한 ‘이재명 대 김문수 양자 대결 투표 의향’ 조사에선 김 장관 46.4%, 이 대표 41.8%로 나오기도 했다. (여론조사공정(주)와 조원씨앤아이 조사 모두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홈페이지 참조)
정작 김 장관은 여권 내 다른 대권잠룡들과 달리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없어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권 원내대표는 24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김 장관의 급부상에 대해 “그분이 가진 일관성과 아마 국회에서 장관으로 나와 민주당의 각종 공세에 대한 의연한 대처, 이런 부분에서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높은 평가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사실상 앞서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 당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사과 요구를 김 장관만 유일하게 거부한 채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점을 상기시켰다.
◆ 확장 위해 ‘우향우’ 택한 이재명…기회 노리는 野 대권잠룡들
반면 이 대표는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면서 친기업 성장에 방점을 둔 ‘우향우’ 행보를 보여줬는데, 심지어 자신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기본소득도 회견문에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기자가 질문하자 “지금은 경제 안정과 회복 성장이 시급한 상황 아닌가 생각 들어 고민 중”이라고 답하는 등 기존 지지층만 바라보기보다 외연 확장으로 대권경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상기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가 31%로 선두를 달리기는 했으나 상승 없이 지난주와 동일했고, 오히려 어느 후보도 택하지 않은 채 의견을 유보한 답변은 이보다 높은 33%로 집계돼 자칫 이들의 향방이 대권경쟁 구도를 크게 흔들 수도 있는 만큼 현재 당 지지율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이 대표로선 ‘집토끼’보다는 중도층이나 무당층을 우선 의식해 ‘우향우’ 전략을 택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YTN 뉴스 생방송에 나와 이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극단적인 부분을 다 접고 실용·중도 이런 쪽으로 나가겠다고 하던데 발표한 내용을 보니 윤 정부 국정과제와 비슷한 내용도 제법 있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여태까지 우리 당에 대해 반대하고 모든 것을 발목 잡았는지 궁금하다”며 “국민들이 과연 신뢰를 하겠나.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가 굉장히 많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하루 빨리 대선을 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 2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에둘러 밝힌 데 이어 24일엔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국정안정과 민생회복이란 목표를 향해 정치권이 나아가야 하난 데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대권 도전을 시사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까지 앞서 지난 23일 ‘일곱번째나라LAB’의 창립 심포지엄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비슷한 발언을 했다.
심지어 김 전 지사는 이 행사 축사에선 “전대미문의 상황에서도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개혁 세력이 여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우리도 똑같은 일방주의, 저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는 게 아닌가 그런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말로만 민생과 민주, 경제에 집중하고 외친다고 국민들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은 것을 국민께 똑똑히 보여드려야 한다”고 역설해 사실상 이 대표를 겨눈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홍준표·한동훈·오세훈·유승민·이준석 등도 대권 행보 본격화
한편 최근 김 장관의 급등으로 주목 받고 있는 여권에서도 현재 한국갤럽 등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비록 한 자리수대에 지지율에 그치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높은 여러 대권잠룡들이 앞다투어 현안 관련 입장을 쏟아내면서 사실상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모양새인데, 최근 미국을 방문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로부터 차기 대선후보 자격으로 초청받았다고 SNS를 통해 밝히면서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또 지난 2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대선 출마 의사와 관련해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고 결론 나기까지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직 명확히 답변 드리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4선 서울시장으로서 꾸준히 여러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쌓은 경험은 제 개인 것이 아닌 일종의 공공재고 이 공공재는 여러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반도의 핵 문제는 한국 없이는 논의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체 핵무장을 테이블 위에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서울시와 무관한 정치외교 현안 관련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2일 밤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 나와 “대선 출마가 꿈이다”라며 보다 노골적으로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재명 후보가 최약체이기에 국민의힘이 깨끗하고 능력 있는 후보만 낼 수 있으면 상대하기 쉽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그보다 하루 전인 지난 22일엔 MBN 유튜브 채널 ‘나는 정치인이다’에선 아예 “내가 후보가 돼야 이 대표를 이길 수 있다. 저는 25년째 정치해오면서 단 한 번도 부패나 이런 문제에 걸려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신의 경쟁력을 적극 내세우기도 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적극 비판하다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대표직에서 사퇴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당초 ‘친한동훈계’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던 진종오 의원의 페이스북에 24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권경쟁에 등판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의 재등판 시점에 대해 “설 지나면 어떤 식으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또 다른 국민의힘 전 대표 출신 정치인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2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순간부터 부정선거 음모론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이 음모론을 지금 도려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이 없고 음모론자들이 계속 보수를 참칭하면 대한민국 보수는 영원히 집권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며 그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한국사 일타 강사인 전한길 씨에게 무제한 토론을 제안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미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쳐온 이 의원은 앞서 지난 23일 CPBC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국민들이 이번에 조기 대선 치러지면 다른 국면이 열리기를 바랄 것이다. 트럼프 같은 분들도 지금 AI, 가상화폐 이런 거 얘기하잖나. 우리나라에서 지금 이 대표나 윤 대통령의 그런 극한 대립 정치 속에서 이런 아젠다가 다뤄지겠느냐”며 “이번 대선에서 그런 것을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후보로 각광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그런 식으로 판을 바꿔야 된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대권 레이스가 시작된 듯한 상황 속에 과연 누가 더 민심을 사로잡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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