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민사 소송 통한 환수’ 주장에 실현 가능성 논쟁으로 가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0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들과 한 목소리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0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들과 한 목소리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사건의 항소를 전격 포기하면서 ‘대장동 수천억 원대 피해금’ 불법이익 환수 문제가 정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여권에서는 민사 소송으로 몰수·추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배임 혐의 재판이 중단된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검찰 항소 포기에 ‘수천억 범죄 수익금’ 도마위, 여권 ‘민사로 환수’ 주장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재판의 항소를 포기하자,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수익금 환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야권의 반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에서 “7000억을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범죄 수익금은 민사 소송을 통해 환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지난달 31일 검찰이 대장동 일당에게 부당이득금 총 7886억 원을 전액 추징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1심 재판부는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며 총 473억 3200만 원(김만배 428억원, 유동규 8.1억원, 남욱 0원, 정영학 0원, 정민용 37.22억원)만 추징하겠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야권에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2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추징이 가능한 범죄수익의 상한액은 473억원에 그치게 됐다며, ‘7천억 원대 범죄수익이 국고로 환수할 길이 막혔다’고 맹공을 시작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몰수, 추징은 피해자 없는 경우 국가가 대신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있고 일부 2000억 원 정도는 보존돼 있다”며 “게다가 이 사건 피해자로 규정돼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7000억 원은 개발 행위에 의한 전체 수익이고, 정당한 수익을 넘어 공사 일부 관계자가 도움을 줘서 더 발생한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그 부분이 확정 안 됐다”며 “공소 유지를 잘해서 항소심에서 범위가 확정되면 민사 소송에서, 확정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민사에서 제대로 입증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가짜뉴스”라며 “민사소송으로 회수할 수 있다”고 여론전에 돌입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다”며 “배임죄가 유죄로 선고되면 구체적인 손해배상 금액은 민사 소송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당 서영교 최고위원도 11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피해자는 성남개발공사”라면서 “성남개발공사가 가져가야 할 이득을 다른 데가 가져왔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성남개발공사가 민사 소송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만배 등 (민간업자) 전체가 이익 본 게 7천억 원이고, 판사가 이 중에서 부당이득은 1천억 원에 달한다고 판단을 내렸다”며 “7천억 원이라는 대표적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도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하여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다 없어졌다, 불가능해졌다’는 말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추징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없는 사건의 경우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다. 피해자가 있는 경우는 그 피해자에게 경제적인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 사건은 ‘배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고, 피해자가 이미 민사 소송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사 소송 과정을 통해 (범죄 부당이익금을) 성남시와 성남도개공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민사 소송에서 공사가 손해액을 입증하면 입증이 되는 거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정작 성남시는 형사재판 1심 판결을 근거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해 성남도개공을 통해 민사 소송에 활용하려 했으나 검찰에서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손해액 인정 범위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항소 포기로 성남시민의 재산 피해회복에 중대한 걸림돌이 생겼다”면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1심 재판부가 지적한 ‘장기간 유착 관계에 따른 부패 범죄’에 대해 ‘국가형벌권’을 포기하고 면죄부를 주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 대장동 불법이익 환수 문제 두고 정치권 온도차, ‘갑론을박’ 신경전도 치열

국민의힘 성남 지역 현역의원·당협위원장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성남 지역 현역의원·당협위원장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전직 법무부 장관 출신들도 설전을 벌였다. 진보 진영의 법대 교수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은 국가가 몰수·추징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진영의 검찰 출신인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무식한 소리”라며 “조국 말이 헛소리라는 것은 판결문에 친절하게 나와 있다”고 맞대응했다.

조 전 위원장은 “정치인이 된 후 법학 교수 출신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이번 건은 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의 피해자는 국가가 아니라 성남시(정확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다. 그런 만큼 성남시가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만 몰수·추징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를 인용하며 “많은 언론에서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관련하여 한동훈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주장을 점검 없이 그대로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피해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더라도’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면서, ‘국가가 개입해 범죄피해재산을 추징한 다음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신속한 피해회복을 도모할 필요성이 크다’는 1심 판결문을 제시하며 “전직 교수 조국 씨, 도망가지 말고 판결문 읽어봤는지, (판결문을 읽어본 후) 계속 우길 건지 답해보라”고 맞불을 놨다. 이어 “조국은 본인 글에서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규정한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을 써놓고도, 성남시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만’ 몰수·추징이 가능하다고 우겼다”며 “조국이 전직 교수 티를 내겠다는데, 의도와 다르게 무식한 티만 난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대장동 범죄 수익금의 환수 논란을 고리로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긴급 현장 규탄대회를 열고 “천문학적인 범죄 수익을 가지고 있는 대장동 범죄자들의 형량을 낮출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7000억원이 넘는 범죄 수익의 국고 환수를 포기해서, 대장동 일당들이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재벌로 만들어줬다”며 “검찰의 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는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자살 선고”라고 규탄했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대검찰청 현장 규탄대회를 열고 “진실의 문에 대못을 박은 검찰의 항소 포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결국 더 이상 대장동 공범들은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고 대장동 범죄자들에게 7814억 원을 그대로 안겨준다는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나 의원은 불법 이익금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민사소송이 과연 얼마나 걸리겠냐. 형사에서 그 부분에 있어서 무죄가 났는데 민사소송 쉽겠느냐”고 되물으면서, “모든 국민이 나서서 범죄자에게 이 돈이 그대로 머물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성남 지역 의원·당협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힘을 보탰다. 이들은 “대장동 범죄 수익을 범죄자 주머니에 털어준 이재명 정부는 대장동의 공범”이라며 “이제 대장동 범죄자들이 7000억 원을 다 먹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김은혜 의원은 “대장동은 ‘민관 합작’이 아닌 ‘민관 협작’이었다. 성남시 수뇌부가 개발사업에서 관의 힘으로 법과 절차를 무력화시키고 민의 주머니로 수천억 원의 이익을 흘려보낸 부패 범죄”라면서 “대장동 일당이 1000배가 넘는 황홀한 잭팟에 환호성을 지를 때 대장동 원주민들은 반값에 토지 수용을 당한 채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아야 했다”고 한탄했다. 안철수 의원은 “대장동의 이름 뒤에는 수많은 주민의 눈물과 되찾지 못한 국민의 재산이 있다”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로 대한민국 정의의 등불이 꺼졌다”고 작심 비판했다.

◆ 민심도 ‘흉흉’, 범죄 피해금은 대장동 일당 주머니로?

이재명 대통령(좌)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우).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좌)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우). ⓒ뉴시스

민심도 흉흉해진 분위기다.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사법 개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거나 특정 방향으로 지금 가는 것 아니냐는 중도층의 우려가 많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김 평론가는 항소 포기 문제에 대한 법무부의 검찰 외압 논란에 대해서도 “외압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이게 윤석열 정부 때 민정수석이든 법무부 장관이든 검찰총장한테 신중히 판단해라 해서 이 사태가 벌어졌으면 민주당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쪽에서 나오는 지금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 동의가 안 되는 게 있다”며 “여론이 안 좋은 거는 맞는 것 같다. 그냥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분들도 만나면 ‘납득이 다 안 된다’고 그런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중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역시 페이스북에 “김만배는 좋겠다”며 “몇 년만 더 살고 나오면 재벌이 되어 있을 테니”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 교수는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해 “6000억~7000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국고로 환수하는 게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거냐”며 “다투어 보지도 않고 대장동 일당들 주머니 속에 안전하게 넣어줬다는 거냐. 대체 뭐 하는 짓인지”라고 적었다.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 배경에 대해서도, 진 교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시하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총대를 메고 정진우 서울지검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얘기”라면서 “세상이 물구나무서서 파렴치가 염치가 되고, 몰상식이 상식이 되는 시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을 향해 “이왕 얼굴에 철판을 깔았으니 조금 있으면 아예 면소까지 하러 들 것”이라며 “명색이 검찰총장 대행인데 겨우 도둑놈들 딱가리나 하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법조계에서도 “대통령의 공범성이 쟁점인 이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최대의 부패 사건”이라면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회장 이재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한다는 민사소송도 형사재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데 국가가 확실하게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정의 포기사태는 이재명 정권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한변은 “(1심 판결은) 범죄수익 전제에 대한 몰수나 가능한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했다”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현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제는 고소·고발을 담당하는 팀과 이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도 당연히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법무부장관 등의 개입으로 이것이 뒤집어졌다는 것”이라며 “국회의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을 임명해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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