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확보보다 시장 위축과 사회적 비용 확산 우려
광고·배달비 전가로 소비자 부담↑…서용구 상품학회장 “체인점만 유리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단순 가격 규제만을 위한 행정접근이 아니라, 플랫폼 대응 전략과 시장 구조를 고려한 정교한 설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 하락과 플랫폼 기업 성장 저해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일부 프랜차이즈만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국상품학회는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한 유통 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을 주제로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학계와 산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제의 효과와 한계, 대안적 제도 설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태완 건국대 교수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의 득과 실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해외 연구와 글로벌 플랫폼 사례를 종합 분석해 “수수료 상한제는 단기적으로 음식점의 부담을 낮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플랫폼이 광고비·배달비·노출 알고리즘 등 다른 영역으로 비용을 전가하면서 소비자 요금이 오르고 주문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플랫폼은 기술·마케팅·배송 네트워크 유지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데, 가격만 묶으면 마케팅 지원과 프로모션, 라이더 인센티브가 축소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발표된 다수의 실증 연구를 인용하며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독립 식당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체인점과 대형 가맹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음식점 이익은 일시적으로 늘어나지만 소비자 요금 인상과 주문량 감소, 플랫폼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 배달 플랫폼 DoorDash와 Grubhub의 사례를 들며, 실제로 수수료 상한제 도입 이후 마케팅과 프로모션이 축소되고 배달 기사 인센티브가 감소해 서비스 품질 저하와 배달비 상승이 나타났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책적 대안으로 ▲장기 계약이나 대량 주문을 하는 음식점에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차등 요율제 ▲광고비·중개수수료 감면 등 직접 지원책,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을 활용한 자율적 지원 모델을 제시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이성희 호서대 교수는 ‘선한의도, 예상치 못한 혼란 : 수수료 상한제의 역설’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상품학회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10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배달비 소비자 인식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86%가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배달 주문을 줄이겠다고 답했고, 월평균 주문 횟수는 5.35회에서 2.11회로 6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소비자가 가격 인상과 혜택 축소를 체감하면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플랫폼은 광고·멤버십·배달비 등으로 수익을 재구성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시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단순하게 가격 규제보다 광고비·배달비·수수료 투명화, 알고리즘 공개, 데이터 이동권 보장 등 구조적 개선을 제안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서용구 상품학회장(숙명여대 교수)은 “플랫폼 규제를 한다고 하면 세종시 등 제한적인 공간에서 일반·공공 배달 플랫폼 등 이용 실험 등을 거칠 필요가 있다”며 “수수료 상한제가 체인 레스토랑(프랜차이즈)만 잘되고 나머지 플랫폼에 관여하는 모든 경제 주체(소비자, 라이더, 소상공인 등)에게 마이너스 효과를 준다면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상당히 의구심이 드는 정책”이라고 했다.
이유석 동국대학교 교수는 “배달앱은 단순 디지털 플랫폼이 아니라 실제 물류·인건비 등 고정비가 큰 산업이므로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면 플랫폼이 다른 방식(배달비·광고비 전가 등)으로 수익을 만회하게 되고, 이는 소상공인 보호 취지와 어긋난다”며 “이해관계자 간 목표를 일치시키고 정부가 ‘채찍’뿐 아니라 플랫폼이 소상공인 보호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당근’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배달 플랫폼은 소비자·소상공인·라이더가 촘촘히 연결된 생태계인데 배달 수수료 상한제로 한쪽 수익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전체 시장 침체로 번진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한 시점에 가격 통제식 규제는 투자와 도전을 위축시켜 벤처 산업 전반의 혁신을 저해하기 때문에 단순한 수수료율 통제가 아니라 벤처·혁신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