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의대생 2학기 복귀 기회 열려···특권층 ‘특혜 시비’ 휘말린 정부

이재명 대통령(좌)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건물 전경(우).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좌)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건물 전경(우).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의정 갈등은 전임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시스템이 마비된 가운데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의정 갈등은 출구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다만 정상화 과정에서 원칙 없는 특혜가 이어질 경우,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이재명 정부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재명 정부, 수련협의체 출범시키며 의료계 정상화 작업 돌입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은 새 정부가 들어서며 정상화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은 2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정부-의료계 수련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하여 “하반기 전공의 정기 모집이 임박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체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협의체를 통해 의료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면서 “복지부는 법과 제도 관련 의견을 국민 눈높이에서 경청하고 수렴하겠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련 복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 의료계 측에서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김원섭 회장 ▲대한의학회 박중신 부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비대위원장·김동건 비대위원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유희철 위원장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이 차관과 담당 국·과장이 참석했다.

한성존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대의원총회를 연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조속히 실질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셨다”면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지난 19일 열린 대전협 총회에서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논의 기구 설치 등 ‘3대 요구안’을 마련했다. 사직했던 전공의들의 군 입영 관련 문제와 제대 후 자리 보장을 바라는 특혜 요구사항까지 포함돼 있어 파장이 예고된 상황이다.

교육부도 이날 ‘의대생 복귀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며 “8월에 졸업하는 본과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사 국시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특혜로 읽힐 수 있는 추가 시행을 예고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논의해 제출한 복귀안을 수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교육부는 “개별 대학 학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앞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12일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감으로써 의과대학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히며 학교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여 수업 거부로 유급됐던 의대생 약 8000여 명이 2학기에 복귀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질서 있는 소통을 기반으로, 의사 인력 수급조정 논의를 할 수 있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도 이달 내 공식 출범을 예고했다. 

◆ ‘특혜성’ 정부 조치에 반발 이어져···박주민, ‘특혜 아니다’ 주장했다가 뭇매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향후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파업 행위로 그간 많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불편을 끼쳐온 만큼,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특례성’ 조치의 해결대책들만 줄줄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17일 국회 전자청원에도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불과 일주일도 안 돼 국회 회부 기준인 5만명(22일, 20시09분)의 동의를 받아내면서 결국 국회에 회부됐다. 그만큼 의료계 특혜에 대한 민심이 싸늘하다는 의미다. 

당시 국회 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은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라며 “잘못된 의료 정책의 선례로 남을 수 있다. 또한 선(先) 복귀자들에게 오히려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교육기관, 의료계는 이번 사안을 감정적 여론이 아닌 명확한 원칙과 공정성에 입각하여 처리해 달라”며 “국민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으며 단 한 번의 특혜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선처가 능사가 아니다”면서 “특혜 제공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학사 유연화는 없다’던 정부의 방침을 번복하고 특혜성 대책을 마련하려니 의대 교육 과정이 뒤죽박죽되고, 관련 방안 마련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이 모든 사태를 윤석열 정부의 실책으로만 그 책임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여권에서도 고심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 출연하여 유급된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 문제에 대해 “특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돌연 오늘(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다시 출연하여 “앞서 ‘특혜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은 수업량이나 학점 총량을 줄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면서 “당시 표현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사과 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새로운 학기를 개설해 수업을 듣게 하는 건 특혜가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더라도 의사 배출 차질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이 이해해주면 좋은 게 의사들이 1년 평균 3000여 명 배출되는데, 지금 이 상태면 260명 정도만 배출된다. 내년에 복귀하면 내년에는 ‘트리플링’이 된다. 3개 학년이 한꺼번에 교실에 들어가서 동일 과정을 수업해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 ‘특혜’ 시비에 의료계도 ‘여론전’ 돌입···“지금이 의료계 복원 골든타임”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수련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부와 의료계 참석자들이 마주 앉아 있다. ⓒ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수련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부와 의료계 참석자들이 마주 앉아 있다. ⓒ뉴시스

의료계에서도 ‘특혜’라는 시선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전에 돌입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대생·전공의의 대승적 복귀는 ‘특혜’가 아니라 ‘교육 정상화’와 ‘수련 정상화’를 통한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의 길”이라면서 “특혜가 아닌 의료 정상화를 위한 ‘피해 복구’이자 고육지책”이라고 강변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년 6개월, 윤석열 정부 치하에서 초헌법적 명령과 비상식적 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전례 없는 혼란과 공백을 겪는 ‘의료계엄’을 경험했다”며 “이는 단순한 집단행동이 아닌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잘못된 정책과 돈만 아는 의사들이라는 ‘의사 악마화’에 대한 최후의 외침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교육과 수련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길을 모색하고 있고, 이제 의료계는 이 회복의 출발점에 섰다”면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단지 ‘복귀’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수련 과정을 방학과 휴일 없이 수행하고, 부족한 교육·수련 시간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5년은 의료 교육의 구조적 이탈을 복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 기회를 잃는다면, 의대생은 물론 전공의 교육 체계까지도 연쇄적으로 붕괴되며 앞으로 수년간 ‘트리플링’ 현상과 전문의 단절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의학교육의 회복과 수련 체계의 정상화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다시 바로 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나아가 이들은 정부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향해서도 “복귀 시점이 늦어질수록 의료 시스템의 복원은 불가능하며, 그 책임은 오롯이 이재명 정부의 몫”이라면서 “실익 없는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구조 복원을 위한 전폭적인 정무적·재무적 지원을 포함하는 ‘전향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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