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적 아냐” 발언 ‘도마’…국민의힘 “대북관 정체성 확보 못했는데 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좌), 권오을 국가보훈부장관 후보자(중),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우). 사진 / 오훈 기자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좌), 권오을 국가보훈부장관 후보자(중),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우).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인사들의 대북관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속속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정동영·권오을·김영훈, ‘북한=주적’ 시각에 거리두기?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대북관에 대해 앞서 지난 14일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위협’이라고 칭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미사일 위협을 가해도 위협일 뿐이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도 “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게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고만 답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2022년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2월 국방성 연설 당시 “한국 괴뢰 족속들은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이라고 발언했음에도, 정 후보자가 북한 인권과 관련해 “북한 체제에 대한 공세 수단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김 의원은 “북한 대변인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다음 날인 15일 권오을 국가보훈부장관 후보자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주적인지’ 묻는 질문에 “남북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굳이 20~30년 전 용어를 다시 쓸 필요가 있을까”라며 “지금 이 시점에 주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참 애매한 점이 있다”고 답변해 논란을 한층 키웠다.

권 후보자는 “북한이 무력을 쓰면 즉시 응징하되, 우리에 대해 험한 말을 한다고 해서 맞대응하고 말로써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주장했다. 야당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16일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주적 개념’과 관련해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드는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인가’라는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주적이 아니라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말씀하셨는데 거기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격하게 반발한 뒤 집단 퇴장했다.


이들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는 국무위원이 될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과 여전히 최전선에서 조국을 수호하고 있는 장병들을 생각할 때 이런 인물이 국무위원이 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야당 간사인 김형동 의원은 “국가관과 대북관에 대한 정체성까지 확보 못했는데 장관으로 적합한지 국민들이 의아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임된 해이자, 천안함 폭침 사건 1년 뒤인 2011년 당시 정부도 가지 않은 ‘김정일 조문’을 위해 방북을 신청했던 전력도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저는 당시 민노총 위원장으로서 노동계를 대표해 민관 교류에 앞장섰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신청했다. 조문을 가는 게 남북관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평해전에서 김정일 때문에 장병들이 희생됐는데 이들에 대한 조문을 갔느냐’는 질의에는 “조문한 적 없다. 국무위원이 되면 장병들의 희생을 추모하겠다”고 말했다.

◆ 비호 나선 민주당 “주적, 헌법 적용돼 있는 것 아냐”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적극 김 후보자를 비호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용노동부장관 청문회를 마치 국정원장 후보자처럼, 또 전두환 시절 색깔론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김태선 의원은 “북한이 주적이라는 얘기는 헌법, 법률에 적용되어 있는 게 아니다. 국방백서에 1995년 처음 등장해 2004년 삭제됐다가 2010년 다시 등장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삭제됐다”며 “국방부장관 후보자 입장에선 주적이 북한이라고 얘기하고, 반면 통일부장관 후보자 입장에선 주적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건데 왜 이게 큰 문제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방부장관 후보자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경우 앞서 지난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김대중 정부 이후 ‘북한군과 정권은 우리의 적’이라는 것은 명확히 나와 있고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북한은 6·25 전쟁 이후 항상 호시탐탐 우리 남한을 노렸다. 그런 일관된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6일 국회 외통위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적’과 관련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란 입장”이라고 답했다. 다만 조 후보자는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인 동시에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 역시 이와 비슷한 취지로 같은 날 오후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은 군사적으로 적대적이지만 교류 협력의 대상이라고 하는 이중적 지론에 입각해서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말씀과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재차 설명했다. 하지만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김정은이 주적 맞나’라고 계속 되묻자 결국 “맞다”고 답했다.

◆ 한미연합훈련도 후보자마다 ‘온도차’…정부 내 혼선 불거질까

15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1)
15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다만 주요 부처 장관후보자마다 제각기 입장이 다르단 점에서 이들이 임명될 경우 정부 내 혼선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주적’에 대한 입장 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보였다.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물론 새 정부 국무회의 의결로 9·19 남북군사합의도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안규백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한미훈련과 연습은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관련해서도 “먼저 복원하자고 해서 복원되는 것은 아니고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 일정 부분까지 가야 한다”고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16일 국회 외통위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한미연합연습 자체에 대해선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연습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남북대화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의엔 “국민 생명과 안전, 평화와 번영을 극대화 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적 조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특정한 방향으로 예단하지는 않고자 한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해 안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를 목표로 한다고 인사청문회에서 밝혔지만, 대통령실에선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는 등 앞으로 북한에 대한 시각이나 한미 연합훈련과 같은 여러 안보 사안에 대해서도 각 부처 간 엇박자가 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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