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확장재정···이재명 대통령 ‘추경 지시’에 당정도 일사불란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6·3 대선 과정에서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공약을 내걸고 나섰던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국가재정 적자 상황이 큰 만큼 민생회복지원금의 지급 대상과 방식을 두고 당정의 고심이 커 보이는 형국이다.
◆ 이재명 정부 ‘신속 추경’ 움직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준비 박차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공식 취임한 첫날인 지난 4일에도 “민생회복과 경제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며 “국가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즉각 비상경제점검 TF를 바로 가동시키면서 2차 추경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건전재정’이 아닌 ‘확장재정’ 기조의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국채발행’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누누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집중유세 현장에서도 “나라가 절대 빚을 지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건 무식한 소리다.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GDP)이 2600조 원이다. 빚이 1000조 원이면 국가부채는 50%가 안 되는 것”이라며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내수 진작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새 정부가 ‘국채발행’한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호텔경제론’ 논란이 일었을 때도,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인천 유세현장에서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는데, 이럴 때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서 동네에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 10만 원이라도 돈이 이 집 저 집 왔다 갔다 몇 번 돌면, 그것이 10바퀴 돌면 100만 원 되는 것”이라며 경제 선순환의 승수효과를 강조하면서 “내 얘기를 못 알아들은 것이면 ‘바보’고, 곡해하는 것이면 ‘나쁜 사람들’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공약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부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임기근 신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전날(1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비상하게 어려운 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재부는 추경에 편성할 사업을 선별하기 위해 각 부처에 예산요구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국채발행’ 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한국은행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내수 진작을 위해 최소 20조 원 이상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서면 질의에 대해 “내수 침체에 대응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고 했다. 지난 1차 추경(13조8000억 원)에 따른 물가 영향에 대해서도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답해, 물가 인상 우려에 대한 지적도 사실상 차단했다.
◆ 李 대통령 ‘민생 공약’ 실행 위해 총력전, 국회도 ‘추경 만들기’ 집중지원
여대야소 정국에 있는 국회도 행정부 견제보다는 이 대통령의 민생회복지원금 공약 이행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분위기다. 입법부 수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우원식 국회의장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민생과 경제, 외교·통상 등 대내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국민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에 대해 “당장 시급한 추경부터 적극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집중 지원사격에 나선 모습을 보여준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신속한 추경 편성을 통해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하겠다”며 “특히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을 민생회복지원금이 조속히 집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본격적인 경제 회복을 위한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경기 회복 ▲내수 진작 ▲주식시장 신뢰 제고가 핵심”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함께 민생회복에 더욱 전념하겠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모든 국민께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 직전 약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마련됐지만, 소비 진작과 민생 회복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온 국민이 민생회복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규모 있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 적어도 21조 원 이상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 재정 여력만 뒷받침되면 추경 규모는 크면 클수록 좋다고 본다”고 정부를 향해 가이드를 내놨다. 이어 그는 “추경의 규모 못지않게 내용도 중요하다”며 “민주당은 4대 민생 회복 패키지를 제안한 바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 회복 소비, 상생 소비 캐시백, 8대 분야 소비 바우처, 지역 화폐 할인 지원 등이 그것”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친명계(친이재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원해서 내수 진작 또는 소비 진작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이 대통령의 전국민 1인당 25만 원 지역화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이행에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경제 회복, 민생 안정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면서 “선별 지원을 하게 되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정확하게 선별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모자란 돈은 국채발행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직 임기 종료를 앞둔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12일 고별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일 새로 선출되는 2기 원내대표단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시리라 믿는다. 개혁 입법과 민생경제 회복 과제를 반드시 완성해 달라”면서 “지금 추경을 준비하고 있는데, 잠정 협의를 통해 가장 빨리 민생경제 회복을 할 수 있는 것을 처리해야 한다”고 차기 구성될 원내대표단을 향해 주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이 됐다.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듬직하고 유능한 여당이 돼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춰서 국회에서도 분명하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잘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서영교 의원도 12일 CBS라디오에 출연하여 당선 시 자신의 1호 처리 과제에 대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다”면서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당내에서 선별 지급으로 갈 것인지 전체 보편지급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나오는 데에 대해서도 “전 국민으로 해야 한다”며 “코로나 때도 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만들어 내면서 (경기가) 살아났다”고 주장했다.
◆ 여권, ‘선별이냐, 보편이냐’ 고심 기류도···국가재정 상황은 적신호
다만 민생회복지원금의 지급 범위와 대상을 두고는 여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생회복지원금은 전 국민 보편 지원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 어렵다면 일정한 범위를 정해 선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별 지급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반면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경제 회복, 민생 안정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면서 “선별 지원을 하게 되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정확하게 선별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모자란 돈은 국채발행을 해야 된다”고 강조해 선별 지급을 위한 행정상의 애로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여권에서는 국가재정 상태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인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가 상황을 지난 1997년 외환 위기 때보다 심각한 위기로 진단하며 “제2의 IMF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잠재 성장률이 그때보다 훨씬 낮고 성장의 추세가 당시에는 완만한 상승이었는데 지금은 하강 내지 침체 상황”이라면서 “산업적 환경이 어느 때보다 어렵고 국제 관계가 그때보다 훨씬 복잡하다. 물가, 부채, 국가재정 등의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관세 협상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판이 바뀌는 상황”이라면서 “직전 정부는 부채를 극심하게 남겨놓은 상태로 떠나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4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가 31조2000억 원 적자 상태인 것으로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총수입은 전년 동기와 대비해 17조7000억 원 증가한 231조1000억 원 규모인 반면, 4월 말 기준 총지출은 262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9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해당 재정 동향은 지난 5월에 통과된 추경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여서, 이번에 추가될 추경까지 고려하면 국가재정 상태가 더 악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재명 정부가 2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고한 후, 경기부양 기대 효과와 재정 건전성 저하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새 정부가 어떤 경제 해법을 내놓으면서 추경을 어떻게 집행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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