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자구도 속 존재감 커져가는 이준석, 지지선언 이어져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6·3 대선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변수로 중도·보수층의 ‘반명(反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카드가 꼽히는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1강’ 이재명 잡을 역전극 기대감, 대선판 흔들 ‘반전 변수’ 남아 있을까?
각종 선거에서 ‘단일화’는 특정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선거 판세를 뒤집을 카드로 인식되어 왔다. 이번 대선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반전 카드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후보들의 단일화 추진 가능성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세워진 모습이다. 제21대 대선은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순차적으로 그 뒤를 쫓는 형국이다.
대선 후보 공식 등록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여론조사 발표에서 3명의 대선 후보는 ‘1강 1중 1약’ 대선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는 글로벌이코노믹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 유권자 1513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 49.5%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8.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5.7%의 지지율로 집계됐다. 이외 ‘기타 후보’ 1.5%, ‘지지 후보 없음’ 3.1%, ‘잘 모름’ 1.9%였다. 해당 조사는 무선 100%의 자동응답시스템(ARS)의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단순 합산만으로는 이재명 후보 지지세에 오차범위 밖으로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일화 추진을 계기로 한 컨벤션 효과에 따른 표 이동과,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표심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1위 후보를 따돌릴 수 있는 역전극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주로 모여있는 중도보수 성향의 색채가 짙고, 청년 정치인인 이준석 후보가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20·30세대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돌풍’을 일으켜 당대표까지 선출되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를 지속적으로 기대하는 배경이다.
◆ 군소 정당, 이준석 후보에 쏠린 눈···보수 지지층, 지지 선언도 이어져
앞으로 이준석 후보가 보여줄 존재감에 대한 기대도 크다. ‘토론 강자’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시작될 대선 후보자 초청 TV 토론회(18일-SBS, 23일-KBS, 27일-MBC)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압박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이를 계기로 보수층의 결집과 중도층 외연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팽배하다. 즉, 이준석 후보가 TV토론에서 유권자에게 보여줄 내용과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상대하는 ‘스탠스’(태도·자세)에 따라 대선 판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단일화 과정에서 노출된 당내 갈등으로 인해 반사이익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실제 보수 진영에 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13일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현철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시대교체뿐 아니라 세대교체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과거 YS(김영삼)의 40대 기수론처럼 낡고 무능하고 부패한 기성정치권을 이제는 과감히 밀어내고 젊고 참신하고 능력 있는 정치지도자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오합지졸이 된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이와는 차별화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국 정당을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데, 저도 미력하나마 새로운 개혁정당의 출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의 지지 선언에 힘을 얻은 이준석 후보도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 인사를 올리면서 “40대 기수론의 공인된 계승자라는 심정으로 그 뜻을 잊지 않고 저 역시 정치개혁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고 화답해 정치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김현철 이사장의 차남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단 선거에서 이기려면 무조건 양자대결로 가야 한다”면서 향후 기호 2번과 4번이 합치는 ‘보수 후보 단일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김문수 후보를 겨냥해 “강성 지지층과 보수 유튜버들에 의존한 정당 구조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들다”고 지적하면서 “이준석이 이번 선거의 답”이라고 주장했다.
◆ 단일화에 선 긋는 이준석, 그래도 ‘단일화 가능성’ 열려 있을까?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준석 후보에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청년정치인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이준석 후보가 저희 당 대표를 할 때 축출되는 과정에서 절차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저도 최고위원으로 마지막까지 함께 싸웠다. 누구보다 제가 가진 가치와 진정성을 이 후보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부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면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다 보면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은 “단일화를 하고 안하고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1+1’ 보다 ‘2+알파’가 됐을 때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면서 “그 논의의 장과 이야기의 장이 펼쳐지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어떤 가치가 공유됐을 때 그런 이야기들이 진전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구애했다.
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반명(反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대선 완주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보수 진영에서 묻지마 단일화 얘기를 하겠지만 그런 부분에 저희가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단일화는) 국민의힘 상상력의 한계다. 구시대적 전략으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한다고 난리를 피워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는지 묻고 싶다”며 “막무가내 단일화라는 것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옳지 않은지 보여준 사태였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그들만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이준석 후보는 김용태 의원을 향해서도 “저와 최근에 밥하고 술을 안 먹은 것 같긴 하지만 (친분이 있는) 그런 사이인 건 맞다. 김용태 의원은 제가 아닌 건 아니라고 딱 끊어서 얘기하는 스타일이라는 제 성격을 잘 알 것”이라면서 “김 의원이 실제로 저한테 단일화하자고 연락도 못 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심지어 이준석 후보는 이날 경북대 학생 식당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문수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김 후보를 찍는 표는 사표일뿐더러 미래로 가는 표도 아니다. 저 이준석은 1등을 할 수도 3등을 할 수도 있는 후보지만, 김문수 후보는 확실한 2등 후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