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호텔 등 경영 곳곳 빨간불
19일 임원들과 주간회의 진행
“역사적 전환점 와 있어” 변화 강조

신 회장은 전날 오전 롯데월드타워에서 각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들과 함께 주간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시사포커스DB
신 회장은 전날 오전 롯데월드타워에서 각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들과 함께 주간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두 달여 만에 국내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근 재개 후 첫 임원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는 성장 사업 발굴을 지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은 물론 호텔롯데와 롯데월드 사업까지 부진을 겪자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9일 오전 롯데월드타워에서 각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들과 함께 주간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각 실장, 4개 BU장 들이 참여했다.

신 회장은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있다”며 “종식돼도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며 향후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와 우리 사업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신 회장은 지난 두 달간 일본과 한국에서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 경험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는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병행했으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2주간 재택근무를 했다. 

그는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업종별·업무별로 이러한 근무 환경에서 어떻게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홀수 달엔 한국에, 짝수 달엔 일본으로 건너가는 ‘셔틀 경영’을 해왔다. 코로나19 발 입국 제한 조치로 일본에 발이 묶여 그동안 화상회의를 통해 임원들과 경영 사안을 주고받았다. 1분기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해 국내에 복귀했다.

신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롯데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서는 ‘위닝 스피릿(Winning Spirit)’이 임직원에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닝 스피릿은 기업 고유 가치관을 공감하고, 각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의지를 말한다. 지난 12일 열린 ‘2020년 롯데 기업문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신 회장은 “지금은 위기를 돌파하고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도전 정신, 위닝 스피릿이 필요한 때”라며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 전환, 빠른 실행력을 통해 임직원 모두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들이 정부 및 그룹 지침을 잘 따르고 노력해 준 덕분에 심각한 사내 확산 사례 없이 롯데가 잘 운영되고 있다”며 “이처럼 다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새로운 성장을 반드시 이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그룹 전반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특히 투숙객 수가 절반 이하로 하락하며 호텔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호텔롯데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34.5% 감소한 1조874억 원에 머물렀다. 영업 손실은 79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1천560억 원이다. 

호텔롯데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면세 사업도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사실상 매출 제로상태다. 여기에 수백억 원씩 빠져나가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 지급이 손실을 키웠다. 롯데면세점 1분기 매출액은 8726억5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5%가량 감소해 호텔롯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주말마다 붐비던 롯데월드 역시 외출 기피에 따른 방문객 수 감소로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월드사업부문은 올 1분기 166억7900만원 적자를 냈다. 리조트 사업부도 28억7700만 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유통부문 역시 심각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확진자 방문 및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방문객이 줄어들며 매출이 하락했다. 롯데쇼핑은 이에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내달까지 롯데마트 3개 점포 폐점이 예고돼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국내에 머무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어, 참석을 위해선 자가 격리 시간을 포함해 내달 초에는 일본으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경영권 분쟁을 놓고 다퉜던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회장에 대한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롯데지주 측은 “주총이 예정된 것을 맞지만 출국 일정이 정해지거나 전달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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