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하늘길에 입출국 여객수 93% 급감
면세품 재고 한시 허용…가격 책정이 관건

지난 10일 오후 한적한 김포공항 풍경. ⓒ시사포커스DB
지난 10일 오후 한적한 김포공항.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뚝 끊기면서 면세점 업계 1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재고 판매가 자금 확보 동아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가격 책정과 판매 방식 등 복잡한 이해관계에 부딪쳐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 ‘관광 절벽’으로 면세점업계 1분기 적자 전환이 관측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면세점 매출은 2조28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공항 이용 여객수는 약 93% 급감하면서 공항 내 면세점 매출은 현재 ‘제로(0)’ 상태다. 

호텔신라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 손실 668억1300만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 분기(817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분기 실적 공개가 시작된 2000년 이후 81분기 만에 첫 분기 단위 영업 손실이다. 이 중 면세점 사업 손실이 490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은 29.7%감소한 9436억8400만 원, 당기순손실은 735억5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도 비슷한 결과가 예측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6일부터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하면서 국제선이 셧다운 된 김포공항 내 상업 시설 및 면세점은 무기한 휴점 상태다. 정부가 대기업 면세점의 3~8월 임차료 20%를 감면하겠다고 밝혔지만 납부해야 하는 월 임차료는 여전히 5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면세점 업계는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면세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외국산에 한해 관세 및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매겨 내국인에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현재는 면세물품의 엄격한 관리 차원에서 재고품을 폐기하거나 공급자에 반품만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면세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이고 면세품 국내 판매 길을 터주기로 했다. 재고 면세품은 패션·잡화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다. 다만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만 판매되며, 가격 책정과 판매 방식 등을 놓고 협의가 필요해 시행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매 유통채널로 백화점과 아웃렛 판매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내수용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기존 업체와의 마찰이 우려된다. 가격 책정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세금이 붙더라도 면세품이자 재고상품인 만큼 저렴한 가격을 예상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제 시중에서 면세품이 판매되기 까지는 적어도 한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국내 면세점 장기 재고의 20% 소진 시 약 16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붙여야 하는데 이를 상품이 유포되는 시점으로 해야 하는지, 재고 상품인 만큼 현재 가치로 해야 하는지 아직 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브랜드마다 제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등 이해관계가 다 달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