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절취 예방 위해 퇴근 동선 변경 및 사찰"
취업규칙엔 ‘필요 시 사원 소지품 검사’ 명시
이마트 “직원 사찰 아냐…제보에 따른 확인 차원”

이마트가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잠재적 도둑 취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이마트가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잠재적 도둑 취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이마트가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잠재적 도둑 취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에서 발생한 절취 사건을 이유로 매장 근로자들의 퇴근 동선을 변경한 것에 이어 CCTV를 통해 이를 확인해, 사찰 의혹도 제기된다.

20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한 이마트 매장 퇴근 동선이 바뀌었다. 해당 점포는 직원들이 매장으로 이동해 쇼핑 후 퇴근할 수 있었으나 영업팀 요청이라며 돌연 상품 입출고로 퇴근 동선이 변경됐다. 

다음날인 2일 다른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 사원 A씨는 점장으로부터 서면 경고장을 받았다. 매장 동선을 통해 퇴근했다는 이유다. 해당 매장 직원들은 관리자가 퇴근 동선을 CCTV로 사찰한 사실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법위반 등 반인권적인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 사측과 법적 다툼을 예고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의 이 같은 조치는 내부에서 발생한 절취 사건 때문이다. 그러나 사측은 직원들에게 해당 절취 사건이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퇴근 동선 변경을 알렸다.

노조는 “이마트는 지난 2013년 노조탄압 사건 당시 수년간 사원들을 사찰하고 미행한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나 대표이사가 실형을 확정받았던 전력이 있다”며 “이에 이번 사건은 사원들에게 더욱 불안감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상품 출입고는 지게차와 화물차가 다니는 하역장이다. 큰 화물차가 여러 대 지나다니며 그 주변으로 지게차가 짐을 나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의견이다. 이들은 일부 점포의 경우 주차장 출입구와 하역장이 가까워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하역장 출퇴근은 사원을 사람이 아닌 물건 취급하는 것이며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하역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직원들이 이동할 수 있는 출입구가 따로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마트는 구조가 특이한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점포가 하역장으로 직원을 출퇴근 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제안으로 한 매장에서 쇼핑 후 퇴근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절도 사건을 언급하며 지난 1일 다시 하역장으로 동선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상품 출입고 모습. 사원 동선이 노란색으로 표시돼 있지만 지게차와 상품을 실은 이동 카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이마트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상품 출입고 모습. 사원 동선이 노란색으로 표시돼 있지만 지게차와 상품을 실은 카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이마트가 사원을 잠재적 절도자로 취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에도 사측은 퇴근하는 사원들 소지품 검사를 진행하고 사물함을 무단으로 점검해 개인 칫솔과 여성용품을 압수한 바 있다. 이는 검찰에 소가 제기돼 ‘소지품 검사 폐지’로 이어지는가 했으나, 일부 매장에서 지속 진행되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취업규칙에도 소지품 검사에 관한 규정이 있다. 노조가 밝힌 이마트 취업규칙 조항을 보면 제47조에는 ‘회사는 사내 질서유지와 위해 예방을 위해 사원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 검사 또는 검신을 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노조는 “국가 권력기관에서조차도 수색이나 검신을 하기 위해선 엄격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이 필요하다”며 “일반 사기업인 이마트에선 함께 근무하고 있는 사원들을 대상으로 여전히 인격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개인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철저히 무시하며 잠재적 절도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동선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소지품 검사 조항 역시 안전상의 문제 등 부득이한 경우에 확인하고자 정해진 규정일 뿐 실제로 검사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마트 매장은 원래 정해진 하역장 동선으로 다니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역장은 직원 이동 구간이 별도로 지정돼 있어 안전에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매장 역시 기존에는 하역장이 출퇴근 동선이었으나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쇼핑할 수 있도록 편의를 위해 배려한 것”이라며 “막상 쇼핑을 허용했더니 매장을 통해 퇴근하는 경우가 무분별하게 발생해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있어 동선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CCTV 사찰에 대해서는 “이는 사실이 아니며 해당 직원이 출퇴근 동선을 준수하지 않고 매장을 통해 다닌다는 다른 직원들의 제보가 있어 이를 확인하고자 해당 시간과 위치에 있는 CCTV 영상만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날을 시작으로 전국 단위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노사간 대립이 예고된다. 노조는 특히 최근 코로나19 관련 상생 지원으로 국민키다리아저씨로 등극한 정용진 부회장이 대외적 선행 뒤에는 사원들을 잠재적 절도자 취급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우리는 물건을 훔치는 도둑도 아니고 회사가 시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머슴도 아니며 TV에 비춰지는 모습만큼만 아니 고객들을 생각하는 것에 100분의 1만이라도 생각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사원들을 잠재적 절도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즉시 취업규칙 47조 삭제와 사원 동선을 개선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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