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총장 “韓 핵잠수함, 중국 억제 역할”…다이빙 中 대사 “중국 견제 틀 돼선 안 돼”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SSN-757·6900t급)이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SSN-757·6900t급)이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미 양국 간 관세·안보 분야 협상을 총망라한 ‘조인트 팩트시트’에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다’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대한민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현실화 됐다. 하지만 미국이 승인한 이유인 핵잠수함의 ‘역할·용도’로 인해 ‘제2의 사드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韓 핵잠수함 필요 이유, ‘표적’은 어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북한’과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핵잠수함 연료 공급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지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나흘 뒤인 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핵잠 보유와 관련 “군비경쟁을 더 만들어 내거나 동아시아의 위험을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북한이 핵잠수함을 발표한 시점에서 저희가 좀 더 거기에 상응하는 준비와 대비를 하겠다는 것을 중국과 미국에 설득한 결과”라고 북한만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중국과 어떤 채널로 어떻게 설득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했다고 선포한 이상 대한민국도 거기에 상응하는 전력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설명해왔고 그것이 ‘설득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와 관련해 “한·중 간 외교채널을 통해 관련 소통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미 간 핵잠 협력은 단순한 상업적 협력 차원을 넘어 국제 비확산 체제와 한반도 역내 평화·안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한국 측도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이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우리 정부에 당부하는 입장을 내놨다.

11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11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공교롭게도 주한중국대사가 한국의 핵잠 보유에 우려를 표명했었다는 사실을 밝힌 바로 다음 날인 14일 미국 잠수함전력사령관을 지낸 바 있는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와 관련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가 “미국은 동맹과 협력해 핵심 위협에 해당하는 중국 관련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바란다.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핵잠수함 보유를 천명한 우리 정부로선 졸지에 미·중 대결의 시험대에 선 모양새가 됐다.

◆ 美 해군총장 “中 억제 활용” vs 中 “美에 기여하면 한중관계 부정적”

중국은 17일 관영 매체에서 미 해군참모총장 발언을 인용하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영문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목표가 순전히 북한을 방어하는 것이었다면 한국은 핵잠수함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이러한 잠수함을 제공하는 것이 소위 (대양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수레바퀴에 한국을 더 단단히 묶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 같은 역학 관계는 한국을 국익과 무관한 갈등으로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방해하는 핵잠수함은 한국을 갈등과 위험 확대에 노출시킬 것”이라는 뤼차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 원장 겸 선임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매체는 “한국의 핵잠수함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 기여한다면 중·한 관계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소장의 발언까지 소개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과거 우리나라가 미·중 갈등의 중심에 섰던 ‘사드’ 사태 때처럼 ‘핵잠수함’에 대해서도 미·중 간 설전 양상이 나타난 것을 두고, 자칫 제2의 사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승인했다는 우리나라의 핵잠수함은 가동에 필요한 ‘핵연료’를 미국으로부터 받아써야 되는 처지다 보니, 사실상 미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부담이 있단 지적도 있다. 지난 14일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핵잠 연료 생산 부분과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른 민수용 농축과 재처리 부분은 분별해서 보고 있다. 민수용은 평화적 목적이고 군사용과 전혀 관계없기 때문에 한미 원자력 협정대로 개정하고 핵잠에 있어선 별도로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혀, 핵연료 제공과 관련해선 양국 간 논의가 아직 끝난 게 아님을 보여줬다.

11일 국민의힘 김건 외통위 간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11일 국민의힘 김건 외통위 간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7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미국이 핵연료를 보급해 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미국에 핵연료를 받기 위해 별도의 협정도 맺어야 하고, 미국 의회도 통과시켜야 하는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무기 개발에 있어 미국의 승인을 받는다는 데 대해 “이런 선례를 남기는 게 좋은가 싶다. 또 다른 족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한미 팩트시트에 핵잠수함 뿐 아니라 중국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까지 명시된 점은, 현재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일본에 초강경 대응 중인 중국의 반응을 감안할 때, 향후 우리나라가 또 다른 갈등의 중심에 휘말리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단 해석도 나온다. 앞서 한국의 핵잠수함에 ‘중국 억제’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던 미 해군참모총장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역할을 해야 하나고 보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 핵잠수함에 대북관계까지 꼬이나…대통령실 “北과 대결 의사 없어”

중국 뿐 아니라 북한까지 한미 팩트시트 발표 나흘 만인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와 관련 “‘자체핵무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으로서 이것은 지역에서의 핵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 방어적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 국가에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미한의 대결적 기도가 다시 한 번 공식화, 정책화된 데 맞게 국가의 주권과 안전이익, 지역의 평화수호를 위한 보다 당위적이며 현실 대응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 측은 한·미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서도 “지역 내 주권국가들의 영토안정과 핵심이익을 부정한다. 분쟁지역 문제들에 대해 간섭을 노골화하려는 흉심”이라고 꼬집었다. 하루 전인 17일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군사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은 없었다.

일단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선 강유정 대변인을 통해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으며 남북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한미 간 안보 협력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미·중을 향해 한국의 핵잠수함 필요 이유로 북한이 언급됐단 점에서 ‘대결 의사 없다’거나 ‘긴장 완화 노력’이라는 표현에 북측이 설득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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