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년간 총 508조원 공급 계획 발표
한경협, 정부에 ‘제도 개선 과제’ 건의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시사포커스DB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생산적·포용금융에 향후 5년간 총 508조원 규모의 투입 계획을 밝힌 가운데, 경제계는 정부에 관련 제도 개선안을 전달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 20건을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생산적 금융이란 금융이 자금 중개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혁신, 투자, 생산활동에 기여하도록 자금 공급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협은 이번 건의서를 통해 ▲자본시장 기반 모험자본 확충 ▲산업-금융 연계 강화 ▲정책금융 인프라개선, ▲정책금융 운영 효율화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혁신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한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기업의 혁신투자 기능 강화를 위해 도입된 지주회사 CVC는 외부자금 조달 비율(40%) 및 부채비율(200%) 제한, 해외투자 한도(20%) 등 각종 규제로 인한 운용상의 제약으로 제도의 활용도가 낮다. 또한 CVC가 계열사나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돼 전략적 투자 연계에도 어려움이 있다.

일반지주회사 CVC 주요 행위 제한 규제. ⓒ한국경제인협회
일반지주회사 CVC 주요 행위 제한 규제. ⓒ한국경제인협회

BDC는 비상장·혁신기업에 대한 민간자금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상장형 펀드 제도이다. 민간자본이 혁신기업으로 유입되는 핵심 통로가 될 수 있음에도, 기업금융(IB) 업무와 연계된 자기이익 우선, 부실 자산 전가 등 잠재적 이해 상충 우려로 증권사 참여가 제한돼있다.

한경협은 CVC 자금조달·투자대상 규제를 합리화하고, BDC의 참여주체를 확대해 민간자본이 보다 원활하게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과 금융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과 금융회사 지분 보유 제한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일정 비율(자회사가 상장사인 경우 30%, 비상장사인 경우 50%)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사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경협은 이러한 규제가 지주회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산업과 금융 간 협력 투자 및 혁신적 자본 운용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폐지하고, 지주회사가 단기적으로는 여신금융사, 장기적으로는 금융사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단계적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그간 여러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정책금융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금융 통합 플랫폼’의 기능을 보다 고도화함으로써 이용의 편의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의 업종·규모·재무현황·자금용도 등을 AI가 분석해 기업의 특성과 자금 수요를 종합 판단하고, 최적화된 정책자금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신청·실행하는 ‘AI 기반 정책금융 매칭·실행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경협은 이를 통해 기존 정부 시스템을 기업 현장 중심으로 고도화함으로써, 정책금융의 실효성과 접근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경협은 정책자금이 기업의 자금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심사 절차 간소화와 행정 부담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추천기관(조합·협회 등)의 검증을 거친 기업에 대해서는 평가 단계의 일부를 표준화·간소화해 자금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절차를 단순화할 것을 요청했다.

국내 금융그룹이 생산적·포용금융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각 사
국내 금융그룹이 생산적·포용금융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각 사

◆ 5대 금융, 향후 5년 간 총 508조원 공급

앞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생산적·포용 금융에 총 508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8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하나금융(100조원), NH농협금융(108조원), KB금융(110조원) 신한금융(110조원)도 투입 계획을 공개했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 따라 생산적 금융(73조원), 포용금융(7조원)으로 구분해 실행하기로 했다.

생산적 금융은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을 비롯해 ▲그룹자체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으로 구성됐으며, 포용금융은 ▲서민금융대출 등 상생금융 확대(7조원) ▲상생·보증대출 재원 출연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480억원) ▲배드뱅크 지원 등 정부 연계사업(1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자회사별 성과평가에도 ‘생산적·포용금융’ 배점을 최대 30% 비중으로 신설한다. 첨단전략산업 및 관련 생태계 여신 지원 시 KPI 평가 우대를 적용하는 등 전 그룹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하나금융은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경제성장전략 TF’를 출범하고 생산적 금융 84조원, 포용금융 16조원 규모를 공급한다.

생산적 금융은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을 비롯해 ▲모험자본 공급 2조원 ▲민간펀드 결성 기여 6조원 ▲첨단산업 투자 1.7조원 ▲지역균형발전 투자 0.3조원 ▲융자 50조원 ▲금융지원 14조원으로 구성됐다. 포용금융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 12조원 ▲청년·서민 금융지원 4조원으로 구성됐다.

하나금융은 이번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방안 이외에도 ▲금융소비자보호 ▲디지털금융 주도 ▲전국민 자산관리 지원 등의 분야의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NH 상생성장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108조원을 공급한다. ⓒNH농협금융
농협금융은 'NH 상생성장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108조원을 공급한다. ⓒNH농협금융

NH농협금융은 ‘생상전 금융 활성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생산적 금융 93조원, 포용금융 1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생산적 금융은 ▲모험자본/에쿼티 분과 15조원 ▲투·융자 분과 68조원 ▲국민성장펀드 분과 10조원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농업·농식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 펀드 조성, 농업인 대상 우대금리 및 정책자금 연계 등 금융지원 확대 등을 통해 포요금융을 활성화한다.

NH농협금융은 회장 직속의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이찬우 회장이 생산적금융 확대를 위한 진도상황과 자회사간 협력체계를 직접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 9월 출범한 ‘KB금융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 93조원, 포용금융 17조원을 공급한다. 협의회에는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해 경영진 21명이 참여하고 있다.

먼저 생산적 금융에는 ▲국민성장펀드 10조원 ▲그룹 자체투자 15조원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 68조원으로 공급한다. 포용금융은 서민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성장과 재기지원, 자산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지원과 채무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추진된다.

KB금융은 협의회 운영을 통해 추진방향은 물론 세부실행방안을 논의하고 주기적으로 실적을 점검하고 있으며, 계열사별로 전담조직 신설을 통해 생산적 금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생산적 금융 98조원, 포용금융 12조원을 공급한다.

생산적 금융은 ▲국민성장펀드 투자 10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투자 10~15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기반 대출 72~75조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경제 회복을 지원하고 금융취약계층의 신용회복 및 재기지원 활성화를 위해 12~17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병행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그룹 통합 관리조직인 ‘생산적 금융 PMO’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은행·카드·증권·라이프·캐피탈·자산운용·저축은행 등 주요 자회사가 참여하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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