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결속 나선 민주당…‘이미지 변화·외연 확장’ 시도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참배는 끝내 무산…매달 호남 찾아 소통 약속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노총을 직접 찾아가 정책간담회를 하면서 지지층 결속에 나선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으로 내려가 5·18 민주묘지를 찾는 행보를 보였다.
◆ 취임 100일 ‘긍정 45.7%·부정 46.6%’ 평가 받은 정청래, 민주노총 찾아가
오는 10일로 민주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게 되는 정청래 대표에 대해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를 받아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31명에게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실시해 6일 공개한 긍·부정 평가 결과(95%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45.7%, 부정평가는 46.6%로 나왔다.
특히 동 기관이 함께 실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평가에서 이 대통령은 긍정평가가 60.3%를 기록한 데 반해 여당 대표인 정 대표는 긍정평가가 50%선 아래인데다 그마저도 부정평가와 초박빙 상태란 점에서 여론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싸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매우 잘하고 있다’는 비율도 22.4%에 그친 반면 ‘매우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32.7%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민주당의 텃밭 격인 광주·전라에서만 정 대표의 취임 100일에 대한 긍정평가가 73.3%로 높게 나왔을 뿐 나머지 지역에선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박빙이거나 부정평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특히 내년 지방선거의 주요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에선 긍정 43%, 부정 51.8%를 기록했으며 선거 승패를 가늠할 ‘스윙보트’ 지역으로 주목 받는 대전·충청·세종에서도 긍정 41.8%, 부정 49.7%로 부정평가가 더 높게 나왔다.
심지어 이념성향상 중도층에서도 정 대표의 취임 100일에 대한 평가가 긍정 44.7%, 부정 46.1%로 나왔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긍정 79.6%, 이념성향상 진보층에선 긍정 64.7%,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40·50대 연령층에서도 긍정평가가 과반을 기록하는 등 ‘집토끼’ 표심은 정 대표에 대해 상당수 호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정 대표 역시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직접 방문해 기성 지지층에 한층 밀착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날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민주당 정책간담회’에서 “헌법 33조(노동3권)에 적시된 ‘인간다운 생활할 권리’가 지켜지게 집권당으로서 노력하겠다. 근로감독관 2000명 증원과 일터 지킴이 신설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신속한 도입을 할 수 있도록 당에서 뒷받침하겠다”며 “한 명의 노동자라도 산업재해로 희생되는 일을 막아낼 수 있도록 노동자 작업중지권 확대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정 대표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간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과 권향엽 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과 민주노총이 신뢰를 회복하자는 의미에서 자주 만나 소통하자고 얘기했다. 자주 만나 소주 한반하면서 (관계를) 깊이 가져가자고 했다”고 전해 정 대표가 우선 ‘집토끼’ 결속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 당 대표 취임 후 처음 호남 찾아 5·18민주묘지 참배 시도한 장동혁, 방향 전환?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같은 날 광주광역시로 직접 내려갔는데, 장 대표가 호남을 찾은 것은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우리 당 강령에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조국 근대화 등 산업화 정신을 동시에 계승한다고 명기되어 있다”며 “오월 정신이 대한민국의 긍지가 되고 역사의 자부심이 되도록 국민의힘은 진심을 다해 호남과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오늘 우리의 이 발걸음이 진정한 화합과 국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고 진심을 다하겠다”며 내년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강성 지지층에 계속 기울기보다 ‘통합’ 행보로 외연 확장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통합과 발전에 대한 국민의힘의 의지로 봐달라. 호남에 대한 장 대표의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5·18민주묘지 입구에는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장 대표가 오기 전부터 규탄집회를 열었으며 장 대표가 나타나자마자 거세게 항의했을 뿐 아니라 일부 인사들은 장 대표에 접근하기 위해 몸싸움을 불사했다. 급기야 5·18 민주항쟁 추모탑 앞에 비치된 장 대표 명의의 조화 훼손 시도까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에 옷을 붙잡혀 재킷의 단추가 떨어져 나가는 등 홍역을 치른 장 대표는 추모탑 앞에서 짧게 묵념만 한 뒤 헌화·분향과 방명록 작성 등은 생략한 채 현장을 떠났다. 다음 일정인 광주광역시 북구의 종합쇼핑몰 부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추모탑 앞에서 묵념으로만 예를 갖춰 안타깝다. 5·18 정신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탄핵 심판 과정이 정당한 절차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를 문제 삼고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 그것과 지금 5·18 참배를 연결해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5·18 영령들에게 예를 갖추고자 하는 것을 막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달 전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면서 뭉쳐 싸우자고 한 발언은 무엇이냐’는 지적에는 “지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그걸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야 된다는 것을 말씀드렸고 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게 5·18 정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 외연 확대 나선 장동혁 “매달 호남 찾아 소통하고 지역·민생문제 해결할 것”
또 장 대표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관련해서도 “당에서 이미 동의한다고 말씀드렸으나 지금 헌법 개정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야 이견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논의를 거쳐 헌법 전문에 반영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그동안 5·18에 대해 여러 차례 진정성 있는 사과도 했고 강령에도 5·18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는데도 저희의 진정성이 아직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진정성을 갖고 저희의 마음이 전달될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장 대표는 “앞으로 매달 호남을 방문해 지역에 있는 분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지역민들이 당면한 여러 민생 문제나 지역 현안 문제를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매달 장동혁이 호남과 함께 합니다’(월간호남), ‘매달 장동혁이 호남을 찾아갑니다’(국민통합 정기배송)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호남 정기 방문 프로그램’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민심에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이날 5·18민주묘지 현장에는 ‘장동혁’을 연호하며 응원한 시민도 일부 있었던 만큼, 매달 호남을 찾겠다는 장 대표의 ‘칠전팔기’ 전략이 과연 내년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