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개선 등 경제형벌 개선 18개 과제 정부에 건의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기업 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과도한 형벌 중심 경제 제재를 과징금·과태료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총 18개 항목의 개선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고 3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출범하고, 경제 관련 법률 전반의 형벌 규정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대한상의는 이와 관련해 배임죄 개정, 공정거래법상 형벌 폐지,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 주요 사안을 중심으로 입법 추진을 요청했다.
이중 배임죄는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판단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상의는 판례상 인정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과 형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경법 등 가중처벌 규정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주요 선진국은 형법상 배임죄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사기죄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담합 등 일부 위반에만 형벌을 적용하지만, 한국은 27개 규제 유형에 대해 형벌과 양벌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과도하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특히 동일인 지정제도는 가족 간 교류 단절 등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적용해 친족 자료 미제출 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형벌 책임주의 원칙과 충돌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전기공사 분리발주, 하도급 규제, 근로시간제 위반, 산업재해처벌법 등 다양한 분야의 형벌 규정에 대해 행정제재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건설경기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형벌 중심 규제가 투자·고용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지난 정부도 유사한 과제를 발굴해 총 205건의 개선안 중 27건만 입법화했으며, 전체 입법률은 13.2%에 그쳤다. 모호한 배임죄 규정이나 주요 선진국보다 과도한 형벌제도는 당시 개선 과제에서 제외돼 기업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경제형벌 개선과제는 거의 법률 개정 사항으로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불합리하고 시급한 개선과제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입법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