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국식 인민재판소”…전현희 “공정성 의심 받는 판사 징계하면 특별재판부 안 해”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란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 내란 특별재판부 주장한 민주당 “법원 내부 조직, 법률로 정할 수 있어”
민주당에선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되자 지난달 28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법원에 내란 사건을 맡길 수 없다. 내란 특별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과 박주민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틀 뒤인 30일엔 강득구 의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다. 사법부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를 외면하면 입법부인 국회가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며 “내란 범죄를 단죄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다음 날인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종식의 최후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내란종식을 방해하는 게 아닌지 국민께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란특별법 제정에 총력을 다하고 내란재판부 설치도 검토하겠다”며 “독립된 재판을 위한 내란특별부 설치를 담은 내란특별법을 민주당 의원 115명이 공동 발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당 의원들은 특별영장전담법관 임명과 내란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은 앞서 지난달 28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분임토론을 진행한 뒤 오는 4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내란특별법’을 상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기표 의원은 “일부 정치 관여적인 판사들에 의해 전체 사법부가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라도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특별재판부 설치가 특별법원 설치를 금지하는 현행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특별법원이 아닌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 현행 헌법에 위반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전 최고위원도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법원의 내부 행정조직은 법률에 따라 규정할 수 있다. 기존의 법원에 형사재판부, 부패 재판부 등 이런 다양한 재판부들처럼 내란 사건만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라고 위헌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 법원행정처 “사법권 독립 침해”…野 “與 입맛대로 재판부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1일 국회 법사위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29일 특별영장전담법관과 특별재판부 설치 관련해 △사법부의 독립 침해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훼손에 따른 재판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저하 우려 △ 법관에 의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우려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 판사의 신분과 자격에 관한 불명확성 △사법의 정치화 초래 우려 등을 이유로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법원행정처는 “현행 헌법(110조)상 군사법원만 특별법원으로 허용되고, 그 외에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학계 다수설로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위헌적 제도라고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을 제척한다는 조항 관련해서도 “대법관 7인이 제척사유를 구성해 법원조직법상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전원합의체를 구성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1일 김재원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구성은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협에서 지명해 그 중 세 명을 대법원에서 임명하는 방식인데 이것은 명백히 인민재판소를 구성하려는 것”이라며 “역사상 이런 전례는 없었다. 민주당의 특별재판부 구상은 중국식 인민재판소를 들여오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입맛대로 특검’에 이어 ‘입맛대로 재판부’를 만들겠다며, 법치의 심장에 칼끝을 들이대고 있다. 한 전 총리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법원을 부정하고 이제는 아예 판사 명단까지 짜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는 입법이 아니라 사법부의 목줄을 정권이 직접 틀어쥐겠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재판부를 갈아치우는 순간,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법 앞의 평등은 산산조각난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같은 날 논평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벌어지고 있어 우리는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했고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도 ‘이재명 정부의 전면적 탄압이 숨 막힐 지경’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 준엄한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끝내 밀어붙인다면 그 칼끝은 결국 자신들을 향하게 될 것이다. 국민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파적 인민재판’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에 경고했다.
또 다른 야당인 개혁신당의 천하람 원내대표까지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특검과 특별재판부가 민주당에 의해, 민주당을 위해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까지 한다면 그것은 삼권분립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며 “전현희 의원은 ‘특검에 제동을 거는 사법부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특검 수사에 대해 사법부가 그 어떠한 다른 판단도 하면 안 되는 것이냐. 사법부는 알아서 기라는 협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전현희 “법원이 공정성 의심 받는 판사 징계하면 특별재판부 필요 없어”
다만 곳곳에서 쏟아지는 지적을 의식했는지 전 최고위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당론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아니다”며 수위조절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당초 내란특별재판부 관련해 지난달 31일 “법사위에서 처리하기 전 지도부 의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주초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전 최고위원은 “지귀연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판사들에 대해선 전보 조처나 징계 등 법원 내부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런 조치가 선행된다면 별도로 특별재판부를 설치할 필요성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특정 판사에 대한 징계를 조건부로 법원에 특별재판부 설치 여부에 대한 공을 넘긴 것이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1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란특별재판부와 관련해 “법사위 차원에서 거론하는 단계로 당 지도부 논의 계획이 있다거나 논의한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가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적 변곡점에 놓여 있다. 해방정국 반민특위 상황과 비슷하다”고 특별재판부가 설치됐었던 1948년 ‘반민특위’를 거론해 사실상 내란특별재판부에 힘을 실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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