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전 돌입하는 여야, ‘극한 대치 정국’ 도돌이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치 전선 전반에서 극한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전면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여야 지도부의 신경전부터 각종 입법 대치까지 예고되면서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 민주 정청래호 vs 국힘 장동혁호, ‘빵 터졌다’에 여야 신경전 격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자기 진영의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는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강대강’ 대치 전선이 형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해산’을 외쳤던 극단의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집권 여당의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국민의힘도 ‘정청래호’를 상대할 최적의 적임자로 ‘반탄파’(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인 엘리트 판사 출신의 장동혁 의원을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연일 날 선 설전을 주고받으며 대결 구도를 이룬 상황이다. 발단은 정청래 대표가 “악수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협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 정 대표에 대한 ‘적대감’이 커졌고 이로 인해 새로 출범한 장동혁 지도부도 정 대표에 대한 반감을 여감 없이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판을 깔아준 셈이 됐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26일 당선된 장동혁 대표를 향해 던진 첫 메시지도 환영보다는 ‘공격’에 가까웠다. 정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윤어게인을 주창하는 세력이 지도부에 뽑혔다”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은 잘 된 것인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파면은 잘못된 것인가 ▲노상원 수첩에 적힌 사람들은 죽어야 하나 등 5가지 질문을 던진 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격조로 나선 정 대표의 질문에 대해, 장 대표도 냉소적인 태도로 맞대응했다. 장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질문을 듣고 빵 터졌다. 웃음을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왜곡과 망상으로 점철된 정치 공세에 굳이 답할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어 “민주당 당대표의 격에 맞는, 그리고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의미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답변하도록 하겠지만, 민주당의 이런 선동이나 왜곡, 악의적인 프레임에 대해서는 당당히 맞서서 국민들께 부당함을 알려 나가도록 하겠다”고 단호하게 응수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회 의원회관에서도, 본청에서도 만나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을 굳이 SNS에 올리는 저의는 무엇이냐”며 “정 대표는 야당 대표에게 직접 묻지도 못하는 ‘찐 하남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야 대표들의 기싸움이 당 차원으로 확산되는 형국이 되면서, 이후 여야의 신경전은 더욱 격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정 대표의 비서실장인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2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장 대표를 향해 “정말 실망이다. 너무 비상식적”이라며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즉각 논평을 통해 “정치에도 금도가 있다”며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고 깔보는 행태는 당대표나 비서실장이나 마찬가지”라고 맞받아쳤다.

최 대변인은 정 대표의 비서실장이 장 대표를 두고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하며 막말에 나선 배경에 대해 “어제 정청래 당대표가 ‘찐 하남자’라는 비판을 받은 데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정청래 당대표가 손만 내밀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야당 당대표를 두고 어이없이 SNS로 여론전을 펴길래 무게감 있는 여당 당대표의 역할을 주문한 것뿐”이라고 재차 설명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 국회 법사위도 ‘대결 모드’ 돌입, ‘추미애 vs 나경원’ 전면전 가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여야 간의 신경전 양상의 대결 구도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펼쳐지는 상황이다. 국회 내 최일선 전장터로 꼽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위원장으로 강경파인 6선의 중진인 추미애 의원을 민주당 독주로 선출하자, 국민의힘은 맞불 카드로 ‘5선’의 중진인 강성의 나경원 의원을 법사위 야당 간사로 교체 투입하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은 앞으로 법사위에서 각종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여야는 ‘보좌관 명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이춘석 의원이 탈당하면서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여왔던 터라, 이미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서 민주당의 일방적 표결로 선출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개혁 입법을 통해 권력이 다시는 국민 위에 서지 못하도록 철저히 견제하고 바로 잡는 개혁을 해내겠다”며 “권력기관의 개혁을 더는 미루지 않고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 민생입법에도 전력을 다하고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계류되지 않도록 신속히 처리해 내겠다”고 여대야소 정국 속 입법 독주전을 펼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입법 횡포를 막기 위해 추 위원장을 상대할 적임자로 관례를 깨고 ‘보수 여전사’인 나경원 의원을 지목한 것이다. 5선인 나 의원이 상임위원회 간사를 맡는 건 15년 만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8일 인천 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이 ‘5선 원내대표까지 지낸 분이 간사를 하느냐’ 하는데, 지금 국회 상태에서는 틀을 깨는 게 맞다”며 “이제 선수와 상관없이 ‘전투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게 된 배경에 대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도를 넘어선 상황으로 우리도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키는 면에서 물러설 수 없는 때다. 절체절명의 대한민국의 위기에서 뒤로 물러서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맡게 된 것”이라며 “국민 한 분이라도 더 설득하도록 노력해 추 위원장의 폭주를 막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추 위원장이 이끄는 법사위는 민주당의 일방적 강행 입법의 전선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간사직은 영예의 자리가 아니라 헌정을 지켜내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글을 올렸다. 나 의원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 불균형 속에서, 야당 간사는 국민과 헌정을 지켜내는 최후의 방파제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추 위원장의 의지도 강하긴 마찬가지다. 추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을 주제로 한 긴급 공청회에 참석해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시대를 끝내고, 국민이 법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며 “검찰개혁 논의의 최전선에 서겠다”고 강한 개혁 의지를 재차 보여줬다. 추 위원장은 이어 “개혁의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역사는 늘 국민과 함께하는 길이 승리한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와 공정, 그리고 투명한 권력기관을 향한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추 위원장은 각종 쟁점 입법안에 대한 강행 입장을, 나 의원은 그런 추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입법 폭주’라고 규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추미애 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나 의원의 맞대결 구도는 더욱 선명해진 분위기다. 두 사람 모두 전직 당 원내대표 출신으로 정치적 무게감이 상당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도 법사위가 단순한 상임위를 넘어 ‘여야 리더십 대결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관측했다.

◆ 정기국회 앞두고 전열 재정비한 여야, 각종 정쟁 법안 두고 정면충돌 예고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미 대립 전선을 넓혀가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거대 양당은 모두 내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단체 워크숍·연찬회를 열고 전열을 재정비하며 정면충돌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28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1박 2일간 워크숍을 열고 정기국회 운영 전략을 점검하며 개혁 입법에 대한 속도전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무엇보다 ‘더 센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개정과 검찰청 해체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담긴 정부조직법을 내달 25일 본회의 전후로 처리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계기로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결의문 낭독을 통해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이재명 국민 주권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과 국민이 성공한다”며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자유, 한반도 평화, 정의와 공정, 민생경제가 살아 숨 쉬는 희망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과 함께, 일치단결 전력투구로 민생경제를 회복하겠다. 우리는 과감한 민생개혁 입법을 관철하고, 사회 대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우리는 주권자 국민을 위해, 이재명 정부와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살신성인의 각오로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개혁”이라고 강조하면서, “정기국회에서 우리가 정해놓은 타임 스케줄에 맞게 따박따박 법 하나하나를 통과시키도록 의원들께서 총단결해 달라. 우리가 똘똘 뭉쳐서 한마음 한뜻으로 나간다면 헤쳐나가지 못할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 투쟁에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로, 더욱 강경한 투쟁으로 민주당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대여 투쟁 의지를 다졌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아내고 민생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결의했다.

국민의힘의 결의문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헌법·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요 내용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헌법과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서민들이 처한 고통 해결보다 입법 독주와 정치 보복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만 챙기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협치를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닌 눈앞의 정치적 계산과 발등에 떨어진 대선 청구서 해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장동혁 대표도 연찬회에서 “잘 싸우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전장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파괴적인 생각으로, 우리만의 전장을 만들어서 우리의 싸움을 해야 할 것”이라며 “내가 먼저 싸우겠다는 그런 마음이 없으면 우리는 늘 선거에서 패하는 정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의 국회 강대강 대치 전선은 10월 국정감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민생경제·청산·개혁·국민주권’을 내세우며 국감 분위기를 끌어갈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쟁점입법에 대한 부작용과 이재명 대통령의 확장재정의 경제정책 기조와, 인사 검증 실패 및 외교 노선 문제 등 전방위적 공세로 맞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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