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통합과 점점 멀어지는 이재명 정권, 출구 없는 엇박자 행보

이재명 대통령(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우).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우).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강조해 온 ‘국민 통합’ 기조와 달리, 정부·여당이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 추진, 야당 패싱 행보를 보이면서 정치권에서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찬반 논란이 커지면서,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내세워 기획한 ‘국민임명식’도 반쪽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사실상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 전당대회 중인 국힘 당사 기습한 특검···‘당원 명부’ 압수수색에 강경 대응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와 각종 공식 일정에서 “갈라진 사회를 봉합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합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이 대통령의 국민 통합 메시지는 변함 없다”고 누누이 말해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 후 1호 의결로 통과시킨 ‘3대 특검’ 수사 움직임이 갈수록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듯한 양상을 보이면서, 이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은 13일 국민의힘이 8·22 전당대회 충청·호남 합동연설회(13일)가 진행되던 중 돌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특검팀은 개인정보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무리하게 요구했고,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14일 오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와 의원총회를 연달아 열고 “이건 수사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불태웠다. 특검의 압수수색으로 쑥대밭이 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예정돼 있던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온라인 전환 배경에 대해 “당의 역사인 당원 명부를 사수하기 위해 당사로 장소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4일 당사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특검팀이) 합동연설회가 진행되는 일정을 미리 알고 ‘빈집털이범’처럼 침탈해온 것은 천인공노할 자태인 것”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우리 생명줄인 당원 명부와 개인정보를 절대 넘기지 않겠다.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특검의 당원 명부 요구에 대해 “특검이 내놓으라 한 것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가입 일시 ▲탈퇴 일시 ▲당원 유형 정보 ▲당비 납입 현황 ▲계좌번호까지, 500만 당원 개인정보를 통째로 달라고 요구했다”며 “이것은 국민을 검열하겠다는 것이고, 국민의 개인정보를 탈취하겠다는 거다. 이것은 (사실상) ‘독재’다”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도 일제히 특검팀의 압수수색을 비판하며 항의 시위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김문수 당 대표 후보는 “이재명 정권의 정당 말살과 반인권적 행위를 온몸으로 막아 낼 것”이라며 중앙당사 1층에서 취침하며 ‘무기한 숙식’ 반대 농성에 들어갔다. 장동혁 후보도 13일 밤 당사를 찾아 “정치 특검의 광기가 도를 넘었다”면서 “이재명 정부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 등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무리한 압수수색”이라고 비판했다. 탄핵찬성파였던 조경태 후보도 1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하여 “전당대회에 재를 뿌리는 모습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광복절 특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니까,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성도 충분히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도 “전당대회 중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갑자기 압수수색에 들어온 건 명백하게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의 당사 기습 압수수색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을 내팽개치고, 야당 당원들을 우습게 아는 처사”라며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고, 독재 국가 외 세계 정당사에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당원 정보는 당에서조차 공개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로 강력히 법적으로 보호된다”며 “이번 특검은 다른 특검들과 달리 우리 당의 경쟁상대인 당들끼리만 정한 특검이므로 우리 당원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정치적 악용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 李 대통령 ‘국민임명식’, 보수 진영 대다수 불참···국민 통합 의미는 퇴색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좌)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우). 사진 / 이훈 기자(좌), 김경민 기자(우)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좌)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우). 사진 / 이훈 기자(좌), 김경민 기자(우)

이 대통령의 ‘국민임명식’을 놓고도 여야는 대치했다. 보수 진영의 야권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모두 국민임명식에 대해 ‘권력 과시의 장’이라고 규정하며 ‘정치쇼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고 나란히 불참을 선언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의 국민임명식은 국민통합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쇼에 불과하다. 정권의 이미지 세탁에 들러리 설 생각이 없다”며 “정책과 민생은 뒷전인 채 보여주기식 행보만 이어간다면,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앞서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광복의 기쁨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뜻깊은 날에 마치 순국선열의 영광에 숟가락을 얹듯이 ‘셀프 대관식’을 벌이려는 모습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대통령 취임 후 불과 두 달 만에 대한민국이 ▲관세 협상 실패 ▲노조 청구서 납부 ▲기업 탈출 ▲게이트급 금융 범죄 의혹 ▲조국·윤미향 등 파렴치범 사면 등으로 악화일로만 걷고 있는 상황에서 ‘셀프 대관식’을 열겠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더구나 이번 주말까지 많은 비도 예보되고 있는 만큼, 지금은 권력 과시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심을 챙기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임명식이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정권 홍보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개혁신당은 정치적 이벤트로 치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불참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국민 임명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진행되는 행사는 오히려 갈등과 분열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국민임명식 행사에 대해 “거창한 간판 뒤에 정권 홍보와 이미지 세탁 의도가 숨어 있다”면서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정권 홍보성 이벤트”라고 규정했다. 천 원내대표는 “행사준비 과정에서 야당은 철저히 배제됐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담기 위한 노력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을 명분으로 내세운 일방적인 정치쇼에 개혁신당은 결코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국민의 이름을 빌린 정치 이벤트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야 협치에 대해서도 “경제 위기와 민생 위기가 산적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국정 홍보 행사가 아니라, 민생 법안 처리와 여야 협치”라면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임명받고 싶다면,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 대통령이 지난 6월4일에 국회에서 취임식을 가졌음에도 또다시 두 번째 취임식 성격의 ‘국민임명식’을 대대적으로 열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예산 낭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동시에 냈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국가기념일을 퇴색시키는 정치 이벤트화에 대해서도 함께 지적했다.

다만 보수 진영의 인사들이 국민임명식 불참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배경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가 확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사적 유용한 것으로 판결 난 윤미향 전 의원 등을 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 대상자로 확정한 것이 발단이었다. 앞서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조국을 사면하게 되면 국민 통합이 아닌 국민 분열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김성열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조국과 윤미향 사면하라고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니다”며 “국민 통합에 반하는 반쪽짜리 국민임명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반발한 바 있다. 

보수 진영 인사들도 이 대통령의 국민임명식 행사에 줄줄이 불참을 통보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이순자 여사,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까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시·도 지사들 대다수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기획했던 의도와 달리 ‘국민 통합’의 의미는 사라진 채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한 셈이다.

◆ 전운 감도는 국회···민주, 개혁 정쟁법안들 줄줄이 강행 추진 대기 중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회에서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회에서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입법 독주 행보도 국회의 극한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시간을 지연시켰던 쟁점 법안들을 강행 처리할 방침을 세웠다. 

8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민주당은 방송 3법 중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처리하고, 이어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순차적으로 상정·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검찰·언론·사법 개혁에 대해서도 추석 전까지 처리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현 의석수 상황에서 유일한 견제수단인 ‘24시간짜리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라도 가동하여 정쟁 입법안 강행에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여대야소 정국 속 민주당 주도의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는 역부족인 상황이지만, 반대 의사라도 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여당 대표인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야당 패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아직까지 국민의힘 및 개혁신당 대표와 만남을 갖지 않았다. 사실상 여당 지도부의 행보가 협치를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말과는 다른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 비대위원장은 13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인터뷰에서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자리에 있는 분(정청래 대표)이 야당을 계속 공박하고 악수도 하지 않겠다, 야당 해산까지 해야 하겠다고 주장하는 이런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원로들도 정 대표가 이끄는 이재명 정권의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 대표를 향해 “이제 국민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며 “국민의 통합과 공감대가 있어야만 국정의 모든 분야에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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