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방한 닷새 앞두고 취소…李 “관세 협상, 한미 간 뭘 원하는지 정리 못해”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과 중국 전승절 초청 참석 여부 등으로 집권 초부터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 갑작스러운 미국 국무장관 방한 취소, 한미정상회담도 늦어지나
이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늦어져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지난달 6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에게 양국 간 관세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이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했다. 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참석한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일본 등과의 회담만 진행한 뒤 G7에서 조기 귀국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미정상회담이) 당초 예정됐던 상태였다.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측으로부터 그런 상황이 생긴 언저리에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왔다”고 한미정상회담이 사실상 불발됐음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빠른 계기를 찾아 다시 추진하려 한다”고 했으며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가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그렇게 될 공산이 있겠다”고 전망했으나 이 역시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으로 결국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이 대통령을 대신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위성락 실장은 지난달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속히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데 (양국의)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 실장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조속한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미 정상회담 논의에) 약간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좀 빨리 추진하자는 것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그것을 위해 통상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고 안보 문제도 진행 중인데 내실화해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준비해나가자는데 의견이 접근했다”고 밝혔던 만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방한할 경우 구체적인 한미정상회담 시기와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동아일보>는 지난달 29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미 정상회담이 7월21일 시작되는 주로 준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미국 국무장관이 7월 10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장관급회의를 전후로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마코 루비오 장관이 말레이시아에서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는 그대로 참석하면서도 정작 방한 일정은 불과 닷새 앞두고 취소한 것으로 전해져 또다시 한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먹구름이 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루비오 장관의 일정 취소는 특별히 한국과의 협상이나 한국과의 외교적인 어떤 사항들이 고려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아직 구체적 일정이 확정되고 있지 않은 것은 각국 사정에 근거한 것이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이 전격 취소돼버린 만큼 조속한 방안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도 지난 3일 “미 국무장관 방한 가능성을 두고 협의해 왔으나 미국 내부 사정상 조만간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루비오 장관이나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 관련해서 고위급 인사 만남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나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 대미 관세 협상도 ‘오리무중’?…이재명 “뭘 원하는지 정리 못 돼”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에 못을 박았던 상호 관세 유예기간이 내주(8일) 만료된다는 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부터 각국에 상호 관세율을 서한으로 일방 통보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호 관세율은 아마도 60~70%부터 10~20%까지 다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통보대로면 오는 8월 1일부터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및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유예 기간인 오는 8일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기존에 책정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10%의 기본과세에 15%가 추가된 25%의 상호관세가 책정된 바 있어 여유가 있진 않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4일 “품목 관세 대상인 자동차와 철강 중심으로 미국 관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 유예 이후 협상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지만, 관세 인상분의 판매가격 전가 등이 시작되면서 하반기에 자동차 수출 등에서 관세 영향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이미 올해 상반기 전체 자동차 수출과 철강 수출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상황에서 대미 자동차 수출은 16.4%, 대미 철강 수출은 4.3%로 더 크게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7월 8일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 (한미) 쌍방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못한 상태”라고 했다. 사실상 시한 내 구체적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하원 의원 43명이 지난 1일(현지시간)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에 관한 서한’을 관세 협상 담당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 서한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을 꼬집어 “미국 디지털 기업만 과도하게 겨냥하고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같은 중국 디지털 대기업은 사실상 규제를 면제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이 미국 기업에 부과하고 있는 장벽들을 행정부가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미 정부에 당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4일 저녁 미국으로 출국해 미 측 고위급 관리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방미에 앞서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은 미국 업계의 시장 접근 개선과 비차별적인 대우 보장을 요청했다. 정부는 미 측의 요구 수준과 국내 정치적 안보적 민감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 일체 면제를 추진하되 최소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성과를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대통령실 “검토 중”이라는 중국 전승절 참석도 한미관계 ‘변수’
이런 시점에 중국 정부는 올해 9월 예정된 전승절 80주년 기념 군 열병식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 대통령실도 2일 “한중 간 관련 사안을 소통 중”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다”고 한 만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갔으면 좋겠는데 갈 것 같아서 걱정이다. 10년 전 70주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기 참석했던 다음에 우리나라가 후과를 엄청 많이 치렀다”며 “지금 미중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만약에 가면 미국은 ‘너희 정말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이렇게 나온다”고 우려했다.
반면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동 라디오 인터뷰에서 “9월 초에 전승절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미국 정상과의 만남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중국을 먼저 만난다는 것은 정권이 대단히 부담 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우리나라가 10월 말쯤 APEC 개최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정상의 참석은 APEC 성공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중국에 가긴 갈 텐데 그 전에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먼저 하고 갔다가 그래야 APEC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한미정상회담을 먼저 해야 한다고는 했지만 중국 전승절 참석에 무게를 실은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이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참석을 단행할지 여부도 한미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는 사안인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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