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나토 불참 배경에 쏠린 눈···정치권, 갑론을박 벌어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불참석’하기로 정무적 판단을 내리면서, 여야 공방이 치열해진 모양새다.

나토 정상회의는 직접적인 군사 동맹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북미 국가 32개국이 회원국으로 되어 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 우방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토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국’(IP4)을 초청해 왔다.

◆ 李대통령, 미국 ‘이란 공습’ 사태에 ‘나토 불참’ 결정···“불확실 상황 때문”

이재명 대통령은 고심 끝에 나토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22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었는데,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정상 외교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다만 지난 16일~18일 1박3일 일정으로 다녀온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이 무산, ‘반쪽 성과’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나토 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던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나토 회의 불참 결정의 결정적 배경에 대해, 가장 큰 요인은 최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경제 문제’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도 치솟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지휘가 필요한 만큼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고) 해외에 나간다는 자체가 부담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으며, 다른 인사가 대신 참석할지 등의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면서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중동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며 “불확실성 상황 때문에 경제, 특히 외환, 금융, 자본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을 비롯한 전 부처가 비상대응체계를 갖춰서 비상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찾아내 신속하게 조치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나아가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민들의 안전이 보호될 수 있도록 안보실 중심으로 철저히 챙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민주당, 이 대통령 ‘나토 불참’ 판단에 긍정 평가, 중·러 관계 때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대통령의 ‘나토 회의’ 불참 결정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단 환영하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현재 중동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나토는 직접적 군사동맹인 만큼,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제한적”이라면서 “그렇기에 이 대통령은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나아가 박지원 의원은 “이 대통령이 가더라도 가장 중요한 한·미 정상회담이 어렵잖느냐”면서 “(이 대통령은) 국제 정세와 여러 가지 추이를 보면서 (나중에) 차분하게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가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매우 지당하며 잘된 결정”이라고 극찬하면서 “이 대통령은 동북아와 남북간 군사긴장 완화에 집중하는 게 낫다. 새로운 중동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필요가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선진국 간 경제 협의체인 G7 정상회의와 달리 나토 회의는 유럽·북미 국가의 군사 동맹으로 공동 방위체계를 위해 소집된 회의체 성격이기 때문에, 나토에서 초청국가를 향해서도 중동 지역 안보 상황에 따른 공동 행동을 요구할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사실상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권은 이 대통령의 불참 결정에 힘을 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 대통령이 안 가는 결정을 한 것은) 잘했다”며 “가는 득보다는 어떤 실이 더 많을 수 있는 그러한 어떤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잘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측은 지난 정권에서 나토 회의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실제로 우상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22년 6월27일에 열린 민주당 비대위 회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이나 다른 정상회담은 모르겠지만 군사 동맹의 한 축에 있는 곳에 참석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되물으면서 “나토는 다른 정상회담과 다른 군사조약 기구의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다시 과거처럼 신냉전으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있다. 앞으로 중국·러시아와 군사적 대치까지 각오하겠다는 의사로 비쳐질 수 있어서 꼭 참석해야 하는 문제였느냐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교민들은 괜찮은지에 대한 검토는 된 것인지,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해서 대한민국이 얻을 국익이 뭔지 외교 전문가들과 통화해봐도 걱정하는 분들이 다수”라고 주장한 바 있다.

◆ 보수 성향 야권, 李대통령 ‘나토 불참’에 비판 성토···심각한 외교 참사?

국민의힘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면 보수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는 이 대통령의 나토 회의 불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동발 리스크 대응 기회인 나토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면서 “이번 불참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돼 ‘강압 외교’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외통위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외교관에 대해 “이름만 실용 외교일 뿐이다. 나토와 여타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으로부터 새 정부가 동맹과 파트너보다 중국, 러시아 및 북한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살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우리 국익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특히 국회 외통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북·중·러의 눈치를 벌써 너무 심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방산 수출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군사 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나토 회의는 방산 수출과 관련해서도 시기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면서 “K2 전차 계약이 최종 단계에 있는데 이번 회의에 이 대통령이 불참하면 계약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실용 외교하고도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즉, 이르면 이달 예정된 K2 전차의 폴란드 2차 수출 계약 체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의 나토 회의 불참에 대해 “가뜩이나 친중·친러·친북 정권 출범에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이 우려하는 가운데, ‘이상한 나라가 됐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크다”면서 “국익을 최우선에 둔 선택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믿고 싶지 않지만, 또다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왕따 외교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혹평했다.

외교관 출신인 김건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양자 방문 시 결과물을 내야 하는 부담감 없이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정확한 의중을 파악해 볼 찬스였다”면서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불참 사유로 들고 있지만, 중요한 외교무대를 차버릴 만큼 급박한 국내 현안이 무엇인지 불명하며, 명백한 우선순위의 오판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토 불참은 이재명 정부 외교정책을 이른바 대미 자주파가 주도하겠다는 공개 선언 같다”면서 “2025년 블록화된 국제정세 하에서 그런 실리도 국익도 버리는 정책은 ‘자주파’라기보다 ‘기분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은 안이한 현실 인식이 부른 외교적 실책”이라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기회가 있었는데도 회피한 것이라면 심각한 외교 참사”라고 공세했다.

보수 성향의 또다른 제3지대 야당인 개혁신당에서도 비판에 가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토 정상회의는 다음 달 8일이 시한인 한미 관세 협상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할 유일한 기회였다. 그리고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오히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상황을 짚었다.

천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어차피 참석을 위한 준비는 다 되어 있을 것 아니냐. 이 대통령이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하는데, 사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만큼 시급한 국내 현안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이 무산되었고, 대통령실은 가장 근접한 계기에 회담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외신 보도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나토도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간 별도 회동이 예정됐다고 이미 발표한 상황”이라면서 “아마 이 대통령이 불참 이유로 든 국내 현안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추경 예산안 문제일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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