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첫 외교 데뷔전 ‘G7 정상회담’···한일회담 성사했지만 한미회담 실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첫 외교 무대인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관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실용외교’를 선언하고 나섰던 이 대통령은 1박 3일간의 일정 동안 10개 국가·국제기구 정상과 회담을 했다. 다만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귀국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 귀국길 오른 이 대통령, 외교 첫 시험대 ‘G7 정상회의’ 참관 소회는?

외교 첫 시험대인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G7 회원국인 일본, 영국, 캐나다뿐 아니라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브라질, 멕시코, 인도, 남아공, 호주 등)들과도 연쇄 회담을 진행하며, 총 10개 국가·국제기구 수장들과 양자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18일 귀국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G7 정상회의에 참관 소회와 관련해 “이번 G7 정상회의와 여러 차례의 양자회담은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자체 평가하면서 “최근 몇 년간 겪었던 국격 하락과 외교 소외, 신뢰 저하를 극복하고 국제 사회에서의 우리 위상을 다시 높이겠다 약속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이번 외교 활동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의 회담을 두고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만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가치를 바탕으로 에너지·인프라·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호주 정상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방위산업, 핵심광물,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는 미래를 주도할 핵심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될 것”이라며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귀국 전 캐나다 G7 정상회의장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민주주의 복원을 알리는 성과가 있었다. 이 대통령이 만난 정상들 대부분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했다”면서 주요 성과로 ▲한국 정상외교의 완전 복원 ▲국익 중심 실용외교 실현 ▲글로벌 현안 논의 참여를 통한 비전 제시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취임 열흘여 만에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주요국 정상과 만나 친분을 쌓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며 지난 6개월여간 멈췄던 정상외교의 공백이 사라졌다”면서 “한국의 정상외교는 완전히 복원됐다”고 주장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의 성과에 대해 “대부분 양자 회담에서 예외 없이 무역·투자·통상·공급망·에너지 등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 협력 증진 방향에 대한 집중 논의가 있었다”면서 “G7 플러스 국가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번 G7을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는 정상외교를 더 높은 단계로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더 집중적으로 실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 이 대통령, 한일 회담 성사하고 한미 회담은 실패···한미일 관계 이상 無?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의 이번 외교 데뷔전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양자 정상회담이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관세 협상 문제를 비롯해 주한미군 감축 및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조선 협력 강화 등을 요구해 왔기에, 그만큼 한국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소통이 어느 정도 진전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한미정상회담 성과가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력 평가에 ‘바로미터’이자 중대 변수로 꼽혀왔다.

한미 관계 못지않게 한일 관계도 중요한 만큼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 중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는 북한 핵에 대한 대응이나 미중 기술·무역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익 차원에서 반드시 협업하고 상생해야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한·미·일 공조에도 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대여 투쟁을 위한 수단으로 반미·반일 감정을 서슴지 않고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선 바 있어, 취임 초기 이 대통령의 외교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실제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 정상 통화라는 통과의례가 사흘 만에 이뤄졌다”면서 “먼저 두드러진 것은 한미동맹의 불안”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일 회담은 이뤄냈지만, 한미 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격화하면서 조기 귀국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중동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조기 귀국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휴전 때문이 아니라 훨씬 큰 것이 있다”고 글을 올렸다. 다만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귀국 전에 이미 G7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만남을 이뤄내지 못한 점은 외교력에 흠집이 난 것으로 평가됐다.

다행스럽게도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은 낙제점은 아니라는 평가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 촉구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비판을 쏟아내고 독도 영유권 문제와 ‘친일파’ 공세를 과감하게 펼쳐 왔던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총리와의 만남에서 갈등 요소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본 총리보다 먼저 도착하여 이시바 총리를 기다렸고, 그 과정에서 한일정상 간 착석 위치도 상석인 자리를 일본 총리에게 양보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카나나스키스 마운틴 로지에 마련된 G7 양자회담장에서 이시바 총리와 만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작은 차이들이, 또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오늘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도 이 대통령을 향해 “올해는 국교정상화 60주년인 대단히 기념비적인 해”라면서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지역과 세계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캐나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덮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미래를 위한 조율”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실용외교로 국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 이 대통령 ‘첫 외교 데뷔전’에 정치권 반응은?

여야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여야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하여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관에 대해 “첫 외교 무대에 등판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을 대표해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국민 모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굉장히 기대했었는데, 이스라엘 전쟁 관련 부분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반쪽 성과’라는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대해 야권의 반응은 그다지 야박하지 않는 모습도 관찰된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교 행보 때마다 집중 공세와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던 지난 정치권의 모습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익에는 여야도 진영도 계파도 없다”면서 “국익을 위한 외교라면 야당으로서 국민의힘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관세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전략적이고 지혜로운 외교를 보여줄 것을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미국 측과 치열하게 협상해 온 전임 정부 각료들의 경험도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첫 외교에 대한 긍정 평가를 쏟아내며 두둔하고 나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권에서도 한미 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눈치가 엿보인다.

국정원장 출신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G7 정상회의에서 한미정상 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협상, 방위비 부담 등 무리한 요구를 듣는 것보다 차라리 잘 된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좀 더 얘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뿐 아니라 박 의원은 “북미 간에는 이미 접촉이 시작됐다고 본다. 10월 초 APEC 정상회담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그때 북한까지 갈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북미 접촉 과정에서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북미 간 메신저가 돼야 한다”며 “북미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한국이 제외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하여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을 빨리하는 게 좋지만, 관세·무역 협상은 이번에 이야기가 안 된 게 국익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며 “일본도 시간 끌기 작전을 하면서 (미국과) 주변 다른 나라와의 협상 상황들을 좀 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평가의 결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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