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생산 규제 앞두고 일본제철 구조적 우위
국내 철강사, 현지 선제 투자 눈길…한미 통상 결과에도 주목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트럼프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면서 미국 철강 산업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번 인수가 고급강 수요 중심의 미국 시장 내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통상 규제 강화와 현지 생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제철의 기술력과 US스틸의 고품질 철광석 자원 결합은 고부가 강판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어 한국 철강업계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은 통상 규제와 원산지 규제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USMCA에 따라 역내 생산 조건이 2027년부터 더욱 엄격해질 예정으로 일본제철은 이러한 규제 환경을 활용해 현지 생산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이어 “국내 철강업계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으로,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러울 수 있어도 생산량 중심 운영을 지양하고 해외 수요처와 연계를 강화하며 품질 중심 전략을 추진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일본제철이 약 149억 달러에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US스틸 본사 이전 ▲미국 외 지역으로 주소 이전 ▲US스틸에서 회사 이름 변경 ▲US스틸에 대한 140억 달러(약 19조800억 원) 규모 단기 투자감축, 포기, 연기 ▲안전, 업그레이드(설비 개선) 등 일반적 가동 중단을 제외한 일시적 공장 가동 중단, 폐쇄 등의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인수 승인은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복원, 자국 생산 중심 철강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월 수입 철강에 25%의 기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4일부터 이를 50%로 인상하는 등 관세 정책을 강화해왔다. 또한 12일(현지시간) 연방 관보를 통해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철강 파생제품에 50% 관세를 적용하는 품목도 추가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이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일본의 현지 생산 확대가 결국 품질 중심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기술력과 생산 체계 고도화가 핵심 대응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자체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지속하는 중이란 설명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에 2028년까지 210억 달러 투자한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이 가운데 현대제철은 58억 달러를 들여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세운다. 루지애나주에 연산 270만 톤 규모 전기로 기반 일관 제철소를 신설한다. 이 제철소는 직접환원철(DRI)부터 열연·냉연 생산까지 전 공정을 갖춘 미국 내 최초 전기로 일관 제철소다.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다. 이는 현대차·기아는 물론 북미 완성차 메이커를 겨냥한 전략적 투자다. 이 제철소는 2029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도 현대제철이 짓는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하는 전기로 기반 제철소에 지분 투자한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투자를 북미 철강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미국뿐 아니라 판매처 다각화를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 중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제철은 US스틸 기존 설비를 활용하겠지만, 노후된 설비를 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생산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규 설비를 도입 중인 국내 철강사의 경우 품질과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급강 수요가 집중된 미국 내 자동차·가전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로서는 대미 통상 협상 결과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이에 따라 전략적 대응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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