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철강 직격탄…조선업은 반사이익 기대
정부·기업 총력 대응… 수출 전략 재편 가속

트럼프 발 관세 정책으로 한국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SNS
트럼프 발 관세 정책으로 한국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SNS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수출 전략을 재조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프라이오리티 서밋에서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초 4월 초 발표가 예상됐던 자동차 관세 조치가 더 빨리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한다”며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유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에는 25%, 반도체와 의약품에는 25%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혔다.

한국 산업계는 대미 수출 전략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일 수출 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현실화됨에 따라 업종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대미 통상 대응 강화를 위해 정부가 미국과의 협의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직면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20일 2025년 2월 품목별 수출동향 점검회의 개최했다. ⓒ산업부
산업부는 20일 2025년 2월 품목별 수출동향 점검회의 개최했다. ⓒ산업부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책으로 수출 바우처 도입, 무역보험 한도 최대 2배 확대, 수출 시장 다변화 등 비상 수출 대책을 마련해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또 삼성, 현대,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과 대미 통상 대응 전략 간담회를 열어 민간 연구기관과 협업을 강화하고 대응 전략을 정교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와 대중국 규제 강화 방침이 더해지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51.2%가 중국, 7.6%가 미국으로 향하는 만큼,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의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수가 감소하고 수출이 소폭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되면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수출 감소가 예상되며, 수출 시장 다변화가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철강 산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 증가와 국내 건설 경기 둔화로 이미 생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25% 관세 부과까지 예정되면서 추가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반면 조선업은 미국의 LNG 수출 확대와 해군력 강화 정책으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과 군사력 확충 방침이 LNG 운반선과 군함 수주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미국의 중국 조선소 견제 전략이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2024년 대비 63억5778만 달러(약 9조1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10만 대 이상을 판매한 만큼 관세 부과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57%는 국내에서 수출된 물량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가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면 현대차의 미국 내 생산 규모는 100만 대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GM 역시 작년 생산량의 84%를 미국에 수출했으며 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 내 생산 물량 감소와 국내 사업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들과 미국 조지아주 관계자들이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차 관계자들과 미국 조지아주 관계자들이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현대차

철강업계도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해외 제철소를 설립해 쇳물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연산 6000톤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포스코 역시 미국 현지 고로(고온 용광로) 또는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상공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에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생산 구조를 개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관세 조치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대미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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