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서 “이재명만 보며 국민 신뢰 얻을 수 있나” 발언부터 “우리가 바뀌어야” 목소리도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상승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타고 있어 급기야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판적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한 모양새다.
◆ 김어준 여론조사에서도 22대 총선 이후 최대 지지율 나온 국민의힘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이 지난 17~18일 전국 유권자 1007명에게 실시해 20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인 한 주 전보다 4.9%P 상승해 38.1%를 기록하며 22대 총선 이후 최대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3주 연속 상승세를 탄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직전 조사 때보다 0.7%P 하락한 43.2%로 나오면서 양당 간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인 5.1%P로 더 좁혀졌는데, 연령대별로는 20대와 6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낮아졌으며 국민의힘은 6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지지도가 오른 것으로 나왔다.
이 같은 결과에 김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듯 지난 20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에서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양당 격차는 총선 직전 2월 3주차, 모든 언론이 민주당 공천을 공격할 때 2.9%P 차이로 좁혀졌던 것 이래로 가장 좁혀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비록 그가 “이번에 조사하면서 굉장히 특이한 지점을 발견했다. 보수층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전화를 받는다”며 보수 결집의 결과라는 시선을 보내기는 했지만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의 이유로 볼 수는 있어도 민주당 지지율 하락까지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전국 유권자 1005명에게 조사한 전국지표조사에선 국민의힘 35%, 민주당 33%로 나왔으며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100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39%, 민주당 36%로 집계됐고,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를 받아 지난 16~1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역시 국민의힘 46.5%, 민주당 39%를 기록하는 등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3대 여론조사 모두 국민의힘에는 호재인 반면 민주당에는 좋지 않은 결과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세 조사 다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지어 리얼미터가 이 정당 지지도 조사와 함께 진행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 조사에선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이 48.6%,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는 46.2%로 나오기도 해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 돌입하려는 민주당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는데, 특히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지난 12월 4주차 때만 해도 22%와 22.8%로 민주당의 절반에 못 미치던 국민의힘의 20대와 30대 지지율이 이번 1월 3주차 조사에선 46.6%와 46.4%로 모두 민주당(20대 41.3%, 30대 37.1%)을 앞섰다는 점에서 청년층의 이탈 역시 민주당에는 심상치 않은 신호로 읽히고 있다.
◆ 김부겸·임종석 등 비명계, 이재명 겨냥 직격탄…민주당 ‘내홍’ 전조?
이처럼 민주당 지지율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 이르자 최근 당내 비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를 겨냥한 쓴 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는데, 문 정부에서 첫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민주당,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다.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 해도 일상이 되어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는 안타깝다”며 “우리 안에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행세를 하는 게 참 불편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임 전 실장은 이어 “모질고 독한 표현을 골라 함부로 하는 말은 무엇을 위함이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가. 왜 안 그랬던 사람들까지 그렇게 변해가나”라며 “따뜻함을 잃어버리고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 상대의 실수 얹혀 하는 일은 지속하기가 어렵고 성찰이 없는 일은 어떻게든 값을 치르게 된다. 민주당은 지금 괜찮나”라고 비판했다.
이는 사실상 당내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만 부응하면서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강경일변도’의 행태를 보여 온 인사들을 직격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또 다른 대권잠룡으로 ‘친문 적자’라고 불리기도 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역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고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여기에 지난 20일 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던 김부겸 전 총리도 사단법인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주최한 영화 상영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 지지율 상황과 관련 “탄핵 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 윤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것이라는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문제도 꼬집어 “내가 한 총리 탄핵에 반대했다가 얼마나 (당 지지층에게 공격) 당했나. 얼마든지 밀당을 할 수 있었던 관계였지만 (그러지 않고 탄핵시켜버리니) 국민들이 쓸쓸해진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는 차기 지도자 덕목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세웠는데, “DJ는 정치적 악순환의 고리를 자신이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노와 증오를 제도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다른 비명계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적대와 싸움의 정치’에 매몰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문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도 앞서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야 지지율 변화와 관련해 “민주당이 잘못 대응하고 때로는 조금 능력이 없어 보이고 무책임하고, 거칠고, 조롱하는 과정이 (보수) 결집을 좀 더 가속화시키고 중도층을 이동하게 만든 것”이라며 “크로스까지 날 정도가 된 것은 반드시 중도층이 이동한 것이고 민주당도 이번에 중도층이 이동한 것을 굉장히 중대하게 봐야 한다. 갑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을 굉장히 금지해야 할 텐데 이런 장면들이 연이어 나왔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정치적으로 ‘집단적 유목민’이 발생했다. 합리적 보수, 중도 보수까지도 ‘저거 안 되겠다’해서 떠돌아 다녔다. 그래서 안철수 지지로도 가고 그게 한 15% 정도 됐다”며 “그때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도 사실 문 대통령이 획득한 표보다 사실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합친 표가 훨씬 더 많았다”고 사실상 ‘자만할 상황이 아니라’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최 전 의원이 지적한대로 중도층을 확보하는 ‘중도의 싸움’이 중요한 만큼 당장 이날 임 전 실장부터 ‘이재명만 바라보며 국민 신뢰 얻을 수 있나’라며 사실상 대선 관련해서도 대안후보 필요성을 내비친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그래선지 12·3 계엄 사태 해제 요구안 처리에 적극 나선 것을 계기로 최근 야권 내 대권잠룡으로 주목 받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주재한 만찬에서 조응천 전 의원은 “소보로빵 한 가지만 팔라는 법 있나. 대전 성심당처럼 튀김소보로도 팔고 팥빵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건배사에서는 조 전 의원이 ‘튀김소보로’를 선창하자 참석자들이 ‘우원식 파이팅’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 與, 민주당 겨냥 “여론조사 검증 특위? 입맛 안 맞으면 탄압하겠단 것”
이런 심상찮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그간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로 독주해 왔던 이 대표도 정쟁성 발언보다는 민생 회복을 언급하면서 자세를 낮추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 대표는 전날 이해찬 등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도 최근 민주당 지지율 등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주문이 나오자 “정국 상황이 여러모로 복잡하고 당 원로들께서 당에 대해 걱정할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당 고위전략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단이 “당이 국민께 최대한 겸손하게 했으면 좋겠다”, “점령군이나 개선군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 된다”, “민생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겠다” 등 조언을 이 대표에게 했다고 전했는데, 다만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상임고문단의 주문이 무색하게 조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고도 밝히면서 “이 위원회에서 여론조사 왜곡·조작에 대한 검증 및 대응을 할 예정이다. 결과가 의심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대대적으로 맹공에 나섰는데, 권성동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온 여론조사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어제는 여론조사 업체를 직접 방문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여론 반응이 싸늘하자 황급히 취소했다”며 “카카오톡 검열과 언론사 청문회, 여론조사 탄압은 모두 국민의 일상과 생각을 검열하고 통제하려는 민주당의 독재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론도 탄압하고 포털도 탄압하고 여론조사도 탄압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을 겨냥 “이번엔 여론조사 검증을 운운하며 ‘여론조사 계엄’에 나섰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불리해지니 편향적 조사라며 문제 삼고, 심지어 여론조사기관 사무실까지 찾아가겠다고 협박한다”며 “민심이 돌아선 원인은 민주당 자신에게 있다. 민심마저 검열하려 드는 오만함과 여론조사 기관 탓만 하는 책임 회피, 이재명 방탄만을 위한 소아적 정치가 원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렇듯 윤 대통령 탄핵소추 반사효과조차 입지 못한 채 당 지지율 하락을 고리로 연일 안팎에서 전방위 압박을 받게 된 이 대표가 과연 앞으로 남은 본인 재판을 비롯해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에서 대안계획인 ‘플랜 B’도 마련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