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한미약품 등 지분율 싸움에 참전…향후 IB업계 큰 영향 끼칠 듯
“자본이 기업을 삼키는 시대에 건전·투명성 담보 제도 마련해야”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최근 영풍과 MBK 연합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과 대립하고 있다. 3일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52주 신고가 164만2000 원을 터치하고 종가 154만2000 원을 기록하면서 6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일 고려아연은 임직원 96%가 경영권 분쟁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무기명 방식 설문조사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중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이직을 생각해봤다는 응답이 59.6%로 이번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분쟁은 고려아연 내외부 모두 동요를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보유, 작년 MBK의 한국앤컴퍼니(舊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에 참여, 또 비교적 최근(지난 2021년) 설립된 라데팡스 파트너스의 한미약품 기업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참여 등이 사모펀드 최근 투자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과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국내 사모펀드 투자 전략이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사모펀드가 과거에 기업의 경영 파트너 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사례와 달리 이제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적극 관여해 투자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다는 것.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효율을 거둔 뒤 영업이익을 극대화 후 엑시트하기 보다는 오너가 지분다툼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막강한 자본력을 통해 기업 경영권 획득 후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배당 및 단기이익 극대화를 노린다는 평가다. 단 이 과정에서 모든 사모펀드는 지배구조 개선 혹은 기업 체질 개선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3~4세 오너로 승계된 기업들 가운데 지분구조가 취약한 곳을 중심으로 사모펀드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일부 사모펀드는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익 대부분이 해외 출자자들에게 흘러가고 세금도 해외에 납부되는 구조여서 국내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주장했다.
3~4세 오너 체제 기업들인 타깃이 되는 이유로는 상당수가 상속세 납부 등 지분율 축소 환경 등으로 인해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인 점으로 노린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MBK의 김병주 회장은 홍콩 투자은행(IB) 전문 매체인 아시아벤처캐피털저널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은 (기업 지배구조) 변화가 조금 더 빠를 것 같다. 우리는 그 변화의 주체 중 하나가 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IB업계 내 의견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지분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MBK와 같은 사모펀드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MBK는 홈플러스 익스플러스 쪼개기 매각과 관련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홈플러스 인수 후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로 실적부진에 시달리며 실패한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롯데카드도 재매각에 나선다. MBK는 롯데카드 지분 59.8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매각 주관사는 UBS로 선정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MBK가 엑시트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께 매각 작업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고있다. 2년전 첫 엑시트를 시도할 때 기업가치로 3조 원 이상을 요구했지만 이보다 가격을 낮춰 엑시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MM PE가 한샘을 인수한 후 고배당 기조가 굳건하게 이어지는 점은 투자금 회수를 우선시하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샘은 작년 2분기 흑자전환 이후 6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가구 시장 매출 1위는 현대리바트에 뺏겨 여전히 2위를 유지 중이다. 그럼에도 분기 배당금 총액은 1029억 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2022년 713억 원 순손실에도 131억 원을, 작년 622억 원 순손실에도 747억 원을 배당한 바 있다.
지난 9월 한샘은 서울시 마포구 소재 상암사옥을 매각하면서까지 배당재원을 마련했다. 3200억 원에 팔았고 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200억 원은 매각처에 재출자했다. 매각 대금 30%가량을 배당금으로 지출하면서 고배당은 투자금 회수 목적이 다분해보인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아울러 3일 한샘 종가는 5만4100 원으로 지난 2021년 IMM PE가 인수당시 써냈던 22만1000 원에 비해 크게 하락한 가격이다.
라데팡스 파트너스 특수목적법인 킬링턴이 한미약품 3인연합과 연합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오는 19일 한미약품 임시주총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에 킬링턴 및 3인연합은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약 41.42% 주식 의결권이 회사와 대다수 주주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행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의결권 행사를 비롯 위반시 각 의안별로 100억 원 지급토록 하는 간접 강제 결정도 요청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의결권 행사는 정당한 권리이며 적반하장격 공격이라고 밝히고 시비를 위한 시비인 상식밖 행동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기업은 현금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주식시장보다 사모펀드로 큰 덩어리의 자금이 쏠렸지만 투명성과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의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다”라며 “자본이 기업을 집어삼키는 시대에 단기이익만을 위한 투자가 주가 이뤄진다면 건전한 투자가 사라지고 건전한 기업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작년말 기준 사모펀드 출자 약정액은 136조4000억 원 수준으로 펀드수는 1126개다. 지난 2004년 말 총 4000억 원 규모 2개 펀드가 결성된 이래 19년간 연평균 출자액은 20.6%, 펀드 수는 27.1% 성장했다. 금감원 집계한 약정액 기준으로 사모펀드 탑 5는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IMM프라이비에쿼티, IMM인베스트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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