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신당 창당’ 운명 가르는 ‘선거제 개편 논의’에 쏠린 눈
병립형? 연동형? 준연동형?, 여야 논의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
정개특위 4개월 만에 재가동, 그러나 여야 입장차 확인만 반복 중
위성정당 방지법 두고도 여야 이견, 얽히고설킨 선거제 어쩌나?
‘반윤 연대 텐트’ 꾀하는 송영길, 野 ‘자매정당’ 신당 출연 예고까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김상훈 소위원장(국민의힘 소속)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김상훈 소위원장(국민의힘 소속)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으로 인해 ‘위성정당 출연’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 가운데 여야가 내년 4월에 열리는 총선을 대비해 선거제도 개혁 방향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지만, 여야는 여전히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위성정당 방지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 갈등만 지속하는 모양새였다.

◆ 4개월 만에 정개특위 재가동, 여야 ‘선거제도 개편안’ 두고 신경전

21일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4개월 만에 재가동되어 선거제 개편안 심사에 착수했지만, 오늘도 여야는 진전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 반면에 제1야당이자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어가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무엇보다도 정개특위 법안심사 2소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양당 지도부의 사전 협의와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를 거쳐 지역구는 소선거구, 비례대표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하는 안을 각 당 의원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았는데, 민주당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두 달 반이 넘도록 민주당의 당내 조율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민주당 측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만 합의했었다’고 부인했다.

◆ 與 ‘권역별 병립형’ vs 野 ‘현행 유지에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 평행선 대치전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선거제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선거제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반대로 민주당 측에서는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부작용으로 드러난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성정당 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는데, 실제로 이탄희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2소위의 안건으로 하는 데에 여야 합의가 되질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반대한다는데 굉장히 유감이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더욱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헌법재판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국민의힘이 청구한 위헌심판에서 전원 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리고, 위성정당을 방지할 제도를 마련하라고 했다”고 꼬집으면서 “그런데 국민의힘은 위성 정당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위성 정당 방지법은 왜 안 된다는 것이냐”고 비판에 가세하며 민주당과 결을 함께 했다.

다만 여당 측의 김상훈 의원은 “위성 정당 창당 방지와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선거제를 채택하는 게 더 합리적인 것”이라고 강하게 맞대응을 펼치며 야당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이날 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算式, 계산법)을 두고도 여야의 공방이 벌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김상훈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을 알고 계시느냐”고 반문하면서 “국회의원도 모르는 산식을 국민에게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으며 연동형 요구가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그러자 허영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 수에 대한 계산법을) 국민들이 알 필요가 없다”며 “국민들이 산식을 알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인 준연동형 비례제의 의석수 계산법이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국민을 이해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는 국민적 시각에서 바라본 지점과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강제로 도와 다당제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정치적 관점은 다른 문제라서 ‘정답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정치권 일각의 평가이다.

◆ 선거제 개편 문제 두고 민주당 내홍 조짐, 뿔난 민주당 청년들 반발까지

 

여야가 비례대표제 개편 문제를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의 대치전을 이어갈 분위기가 강해 보였는데, 더군다나 민주당 소속의 청년 정치인 7인(권지웅·김지수·박성민·이동학·이지혜·하헌기·황두영)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퇴행 중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은 “20대 국회에서 이미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제 개정을 부정하고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국민의힘의 일방적 주장에 동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국민의힘과) 더 좋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합의가 결렬된다면 선거법 개정은 다음 국회로 미루고 현행대로 가면 된다. 그리고 꼼수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이번 선거만을 치르고 민주당은 문을 닫을 작정이냐. 당장 당리당략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를 더 악화시킬 것이냐”고 쏘아붙이면서 “협력과 연합의 정치, 다양성의 정치,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선거법 개정(비례대표제 강화) 공약을 상기시키고 나서기도 했다.

◆ 민주당 김영배 “준연동형으로 위성정당 문제 해결하기 힘들어” 진단, 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하지만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위성 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해 사실상 ‘위성정당방지법’이 실제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여당 측의 입장과 결을 함께 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영배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선거법 협상이 안 되고 그대로 가면 위성 정당을 만들겠다고 사실상 공언하고 있는 상태여서 민주당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 “그렇기에 또 다시 위성정당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김영배 의원은 당내에서도 현행대로 간다면 민주당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기에 “병립형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도 없는 입장인 것”이라며 “그렇기에 국민의힘과 선거법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김영배 의원은 “병립형으로 돌아가더라도 타협할 수 있는 안을 만들자고 하는 주장이 있다 보니, 외부에서 봤을 때 민주당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호소하면서 “지금 원내대표 간 협상이 진행이 되고 있다. 아마도 다음 주가 제가 볼 때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더 나아가 김영배 의원은 당 지도부가 고민 중에 있는 ‘병립형 타협안’과 관련해 “지난번 선거에서 47석 비례대표 중 17석은 병립형으로 하고 30석은 연동형으로 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그 캡이 풀려서 47석 전체가 연동형이 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거대 양당이 차지할 수 있는 비례대표의 비율을 일정하게 제한하면 소수 정당들과 원외 정당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영배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이 47석으로 그대로 간다고 할 때, 24석에 캡을 씌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채택된 건 전혀 아닌 상황”이라고 밝히면서도 “그렇지만 오는 12월 12일 예비후보자 등록이기 때문에 12월 8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반윤 연대 텐트’ 꾀하는 송영길, 민주당 ‘자매정당’ 신당 출연 예고까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 훈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 훈 기자]

한편 민주당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을 두고 갈등이 일면서 내홍으로 번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탈당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병립형으로 가지 않고 현행 연동형제를 유지한다고 한다면 위성정당도 만들지 않겠다고 이재명 대표나 저나 수차례 공언했기 때문에 제가 할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하면서 민주당의 자매정당의 신당 출연을 예고했다.

송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탄핵 소추가 가능한 절대 의석인 200석을 민주당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윤 연대의 텐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심지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대한 공동의 피해자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조 전 장관과 간접적으로 소통 중에 있고, 당을 같이 하는 건 아니다”고 말해 사실상 민주당의 다양한 위성정당 출연을 기정사실화 했다.

또한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회귀를 강하게 반대하며 앞장서고 있는 이탄희 의원도 전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향후 위성정당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인사들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해 묵인하는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이 의원은 “이준석 신당이든 조국 신당이든 그 어떤 신당이든 간에 저는 사실은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이라고 하면 꼭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어떤 신당이 나와도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의원은 “기존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거대 양당들이 마치 어떤 신당은 좋은 당이고 어떤 신당은 나쁜 당이라고 이렇게 자꾸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며 “더군다나 이 신당들이 진입하는 거를 배제하기 위해서 ‘양당 카르텔법’을 도입하는 구실로 삼으려고 하는 게 보이는데, 이건 오만한 생각인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윤 연대의 기치로 출연하는 신당이 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과 무슨 차이인가’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관측했는데,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제도가 개편되든 현행 유지로 되든지 간에 지금 나오고 있는 ‘이준석·금태섭·조국·송영길 신당 창당’ 추진에 희비를 가릴 수 있는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즉, 현행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많은 비례 신당들이 출연할 수 있는 것이며, 반대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한다면 신당 행보보다는 무소속의 개인전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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